내 그림자 너무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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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자 너무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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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30>김광균 '와사등'(瓦斯燈)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 자라풀
ⓒ 우리꽃 자생화^^^
 
 

태풍이 물러간 한반도 남녘.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이제는 반팔 티를 벗어던지고 긴 팔 티를 입고, 어깨에는 점퍼라도 하나 걸치고 나가야만 할 것 같습니다.

거리에 나서면 태풍에 쓰러져 말라가는 은행잎처럼 우리들 입술도 바싹바싹 말라가기 시작합니다. 저만치 한겨울에 자주 보이던 붕어빵 장수가 보입니다. 그 옆에는 오뎅과 떡뽂이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도 보입니다.

여름. 그렇게 하루 걸러 비를 쏟아붓던 여름은 그렇게 물러간 것일까요. 오랜만에 바라본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그 푸르른 하늘의 공허함을 채우기라도 하려는 듯 하얀 뭉게구름이 서넛 두둥실 떠다니고 있습니다.

출근길, 전철 창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면 웬지 푸석푸석하게만 느껴집니다. 손을 누르면 금방이라도 마른 낙엽처럼 부서져 내릴 듯 그렇게 쓸쓸해 보입니다. 내 곁에 서 있는 여인의 까아만 눈빛마저도 어느새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가스등. 시인은 어느 가을날, 가스등을 바라보며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라며 탄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도 어둡고 무거운 것이냐며 존재에 대한 자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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