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참맛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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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참맛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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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 한잔 하시겠어요?” 흔히들 이렇게 이야기한다.
“커피라도 한잔 드세요.” 조금 더 예의를 갖추어 말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마시는 커피와, 가깝지 않은 사람과 의례적으로 마시는 커피는 같은 것이다. 조금 맛이 더할지 덜할지 알 수 없지만, 때로 커피는 가벼움의 상징으로 느껴질 수 있다. 커피한잔에는 ‘커피나 한잔 먹고 어서 꺼져.’라는 적대감의 의미가 순치된 형태로 담겨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커피가 싫다. 커피가 싫은 것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의례적으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게 싫은 것이다. 그저 그렇고 그런 만남을 위해. 그냥 시간을 때우기 위해. 어색함을 얼버무리기 위해 마시는 커피는 싫다. 나는 내가 진정 마음을 열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싫은 것이다.

나는 내가 메마른 사람이란 것을 안다. 나는 고집이 강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아깝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들이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나는 내 시간을 빼앗는 것들이 너무 아깝다. 그리고 단지 여러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까운 시간을 그렇게 보내야 하는 것이 너무나도 싫다.

그래서 나는 그 흔한 잡기하나 배워둔 것이 없나보다. 때로는 노후를 위해서, 때로는 나 자신이 주변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바둑 입문서니, 체스 책이니 하는 것을 사놓은 적도 있지만 제대로 책장을 열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보내기에는 시간들이 너무나 아까운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종일 일이 많은 것도, 세상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하다. 남들과 똑같이 출근하고, 퇴근한다. 나름대로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내 일이 내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어서 너무 좋다.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을 싫어하는 내 성격에, 일에서 만족을 하지 못한다면 벌써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근무 중 내일이 없는 틈틈이. 그리고 퇴근 후에 나는 읽고 쓰기를 즐긴다. 차 안에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나는 생각에 잠겨들기를 잘 한다. 그래선지 건망증이 심하다. 업무에 관한 것 외 일체의 일들에 대해서 나는 잘 잊어먹는다. 기억력 자체가 나쁘기 보다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유독 업무에 관해서는 잘 잊지 않는 이유는, 직업에 관한한 프로근성을 가지고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을 벗어나면 나는 나 자신으로 돌아온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들에 철저히 몰입한다. 나는 살고, 생각하고, 느낀다. 그리고 그 생각들과 느낌들을 글로 쓴다. 글은 나의 일기이자, 삶과의 대화이자, 내가 살아있다는 것의 표현인 셈이다. 그래!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피한다. 요즘은 가족들과 있는 시간들이 한층 소중하게 느껴진다. 때로 글쓰기에 집중하다 보면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마저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생활을 꾸리기 위해 해야 하는 일. 가족과 보내는 최소한의 시간외의 모든 시간은 소중하기 짝이 없는 나만의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커피나 한잔.” 이라는 말로 내 시간을 빼앗은 사람들이 싫다. 사람과의 만남의 가벼움이 또한 싫다. 그저 혹시나 내 생활에 조금의 도움이 될까하는 탐색을 위해, 내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너무나 싫다.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내 인생은 유한하고, 세상에는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나에게 주어진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나는 아껴서 사용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하고 글을 쓴다. 나에겐 그것이 살아있는 의미이다. 그리고 열심히 내 삶을 살아가며 때로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과 마시는 커피는 참 소중하다. 마음을 열고, 향기로운 느낌을 공유한다.

나는 또 혼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사이에, 글을 쓰는 시간사이에, 그렇게 조금씩 음미하며 마시는 커피는 참 향기롭다. 그렇듯 내 삶의 흔적이자 내 생각이 흘러간 기록인 나의 글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누구에겐가 향기로운 음미의 대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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