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수 김형, 그의 순수함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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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수 김형, 그의 순수함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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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늘 뭉쳐 다니는 세 가족 모임 중에 김 형은 음악을 무지 좋아한다. 음악이라면 나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김 형은 정도가 좀 다르다. 우리 집에 들어오기가 바쁘게 “아! 왜 집에 음악이 없어요. 음악 좀 틀어요.” 하고 소리를 지른다.

나도 기인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세상에 태어난 후, 별별 이상한 사람을 다 만나보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김 형도 그리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처음엔 ‘잘난 척 하려고 그러는 거겠지’ 정도로 가볍게 생각을 했는데, 시간을 두고 보면 볼수록 그게 아니다. 김 형의 내공이 만만치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니 학교 다니면서 매일 술만 마셨다면서 음악공부는 언제 그렇게 했어요?” 하면서 내가 슬슬 약을 올려도 그는 실실 웃으며 받아 넘긴다. “아 음악공부요? 그거 술집에서 하지 어디서 해요?” 그런데 그게 농담이 아니다. 그는 정말로 술집에서 음악공부를 했단다.

그가 말하는 그의 특이한 음악공부 방법은 이렇다. 우선 마음에 드는 CD를 산다. 그리곤 그 CD를 자신이 잘 가는 술집에 기증을 한다. 그 다음엔 그 술집에 갈 때마다 떳떳하게 자신이 기증한 그 CD를 틀도록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가슴깊이 와 박히는 것이 또 어디 있겠어요!” 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비라도 와서 울적할 때, 살다가 괴로울 때, 벗들과 기쁨을 축하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술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마시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처럼 큰 행복이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렇게 듣는 음악이 가장 절실하게 큰 감동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 기발하다. 음악 감상실에서 엄숙하게 음악에 입문한 나와는 벌써 감각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다. 하긴 그는 나보다 몇 해 아래 세대라서 그런지 말하는 폼부터 벌써 다르다. 내가 ‘레코드 판’이라고 말하면, 그는 실실 웃으며 “아! 판이 뭡니까. 무식하긴... 씨디요 씨-디-!” 라고 말한다.

그는 또 노래 부르는 것을 무지 좋아한다. 고전가곡뿐 아니라 최신 유행에 이르기 까지 그의 레파토리는 다양하다. 기분이 좋을 때면 그는 자꾸 노래방에 가자고 조른다. 그러나 나는 한사코 노래방에 가지 않으려 한다. 내 노래 실력은 엉망이기 때문이다. 끝내 그를 말릴 수 없을 것 같으면, 나는 좀 비겁한 최후의 수단으로 나이를 들먹인다. “어-, 그 참 형님이 하는 말을 안 듣고...” 그러면 그는 죽을상을 짓는다. 한숨을 푹 내쉬면서 “아! 이 좋은 기분에 노래를 불러야 하는 건데...”

한두 번 그를 따라 노래방에 간 다음에는 나에게 요령이 생겼다. 그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나는 그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리모콘을 쿡쿡 눌러서 미리 예약을 해 버린다. 그러면 그 동안 열심히 노래를 부른 김 형은 마이크를 들고 나에게 다가와 “이번엔 형님 한번...” 하다가 다음 곡의 반주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만 “악-” 하고 비명을 지른다.

“아아-! 이거 또 죽이는 노래 아닙니까! 아니 누가 이런 좋은 노래를 신청을 했지요?”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시치미를 떼고 있으면 그는 못 이긴척하고 “이 노래는 정말 끝내주는 건데... 정말 아무도 신청한 사람이 없나요? 그렇다면 이번에도 또 제가...” 하면서 또 열창을 한다.

나는 그가 그러는 모습이 좋아서,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 예약을 해댄다. 그는 나의 장난을 뻔히 알면서도, 킬킬거리고 웃으면서 계속 노래를 부른다. 그토록 노래를 좋아하고, 인생을 사랑하는, 그 순진한 김 형을 어찌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젠 나도 김 형과 노래방에 가는 게 재미가 붙기 시작한다. 내가 노래 부리지 않아도 되는 요령은 터득했고... 이젠 그의 노래를 자주 들을 수 있도록 김 형을 슬슬 부추켜서 노래방에 가도록 하는 방법을 궁리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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