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인물탐구②] 9급 공무원에서 100만 화성시장까지…정명근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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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인물탐구②] 9급 공무원에서 100만 화성시장까지…정명근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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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사무소·경기도청·화성시청·국회를 거친 현장형 행정가…민선 9기 시민 체감 성과가 시험대
특례시 출범과 4개 구청 체제, 미래산업 투자유치까지…정약용의 실용과 정주영의 실행을 길잡이로
성장도시 화성의 행정·산업 구조 개편…동서남북 균형발전으로 리더십 증명해야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의 이력은 화려한 정치 경력보다 행정 현장에서 시작된다.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와 읍사무소와 안산시청, 경기도청, 화성시청을 거쳤고 동탄4동장을 끝으로 지방서기관인 4급에서 명예퇴직했다. 이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중앙정치와 국회의 정책 결정 과정을 경험한 뒤 2022년 민선 8기 화성시장에 당선됐다. 2026년에는 시민의 재신임을 받아 민선 9기 시정을 맡았다.

말단 공무원에서 출발해 광역·기초행정과 국회를 경험하고 인구 100만 특례시의 시장에 오른 이력은 정명근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축이다. 그는 처음부터 선거를 통해 성장한 정치인이라기보다 행정조직의 가장 아래에서 출발해 정책 결정권자까지 올라온 행정가에 가깝다. 정 시장이 강조해 온 현장행정과 시민 소통도 이런 공직 경험에서 출발한다.

정명근 시장에게 비교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은 정약용과 정주영이다. 다만 두 사람의 삶과 업적을 정 시장에게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정약용은 백성의 삶을 개선하는 실용행정을 고민했고, 정주영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산업과 실행으로 돌파했다. 두 인물은 정명근 시장을 설명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그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을 비추는 길잡이다.

◆ 정명근의 출발점은 ‘아래에서 본 행정’

정명근 시장의 공직 출발은 9급이었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기관에서 민원과 현장 업무를 접한 뒤 안산시청과 경기도청, 화성시청에서 행정 경험을 쌓았다. 화성시에서는 동탄4동장을 맡아 신도시 생활행정을 책임졌다. 급격한 인구 증가와 교통·보육·교육·생활편의시설 부족 등 성장도시가 겪는 문제를 주민 가까이에서 경험한 셈이다.

시장이 된 이후 그가 자신을 ‘동장 같은 시장’으로 표현한 것도 이 같은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이 거대한 정책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읍·면·동장이 주민 불편을 살피듯 현장을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정 시장의 정치적 자산은 중앙정치의 화려한 인맥보다 화성시 행정조직과 생활권의 특성을 비교적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행정을 잘 아는 시장이라는 평가는 장점인 동시에 부담이다. 조직의 구조와 절차를 잘 아는 만큼 행정 지연이나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를 단순히 실무자의 문제로 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민은 공직 경험이 긴 시장에게 더 빠른 판단과 명확한 책임행정을 요구한다.

정 시장은 2018년 공직을 떠난 뒤 권칠승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방행정에서 국회로 자리를 옮기면서 예산과 입법,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정치 과정을 경험했다. 이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특별위원회 위원과 화성미래발전포럼 대표 등을 거쳐 2022년 화성시장 선거에 나섰다. 화성시 공식 프로필에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회의원 보좌관, 2022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낸 경력이 기록돼 있다. 

그에게 국회 경험은 행정가에서 정치적 행정가로 이동한 전환점이었다. 지방공무원 시절에는 결정된 정책을 집행했다면 국회에서는 정책과 예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시장이 된 뒤에는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그 결과까지 책임지는 위치에 섰다.

◆ 민선 8기, 성장도시의 뼈대를 다시 세우다

정명근 시장이 취임한 2022년의 화성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동탄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급증했고 삼성전자와 기아, 반도체·자동차 관련 기업과 산업단지가 집중되면서 도시의 경제 규모도 커졌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동서 간 지역격차와 광역교통 부족, 과밀학급, 의료·문화시설 부족, 난개발, 환경 문제 등이 쌓여 있었다. 인구와 기업은 빠르게 늘었지만 행정체계와 생활기반시설은 도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 시장은 민선 8기 시정 방향을 균형발전 특례시, 지역상생 기업도시, 친환경 생태문화도시, 스마트 미래도시, 포용적 복지도시 등 5대 비전으로 구성했다. 총 88개 공약 가운데 2026년 1분기 기준 화성시가 공개한 자체 추진율은 86%다. 완료 17건, 이행 후 계속 추진 38건, 정상 추진 31건, 일부 추진 2건으로 분류됐다. 다만 반복사업을 포함한 ‘이행 후 계속 추진’이 완료 실적에 포함된 만큼 개별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는 별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민선 8기 최대 변화는 화성시의 특례시 출범이다. 화성시는 2024년 인구 100만명을 넘어섰고 2025년 1월 화성특례시로 공식 출범했다. 단순히 도시 명칭에 ‘특례’가 붙은 것이 아니라 인구 규모에 걸맞은 행정 권한과 조직, 재정 운영체계를 확보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정 시장은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대표회장을 맡아 특례시 권한 확대와 지방분권 문제를 전국적인 의제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특례시라는 명칭이 시민의 삶을 자동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중앙정부와 경기도로부터 어떤 권한을 넘겨받았는지, 그 권한이 복지와 교통, 도시계획, 기업지원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 4개 구청, 공직 경험이 만든 행정 실험

정명근 시장의 행정 경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정책은 4개 구청 체제다. 화성특례시는 2026년 만세·효행·병점·동탄구청을 동시에 출범시키며 거대한 단일 행정구역을 4개 생활권 중심으로 재편했다.

화성은 서울의 1.4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 농촌과 어촌, 산업단지, 신도시가 공존한다. 서부권 주민이 시청이나 동부권 행정기관을 이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동탄과 병점·봉담·향남·남양 등 각 생활권에서 요구하는 행정 수요도 달랐다. 하나의 본청이 모든 지역을 세밀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4개 구청은 정 시장이 읍사무소와 동장, 시청 실무자로 근무하면서 지켜본 행정의 한계를 제도적으로 풀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행정기관을 시민 가까이 배치하고 생활민원과 복지, 도로, 환경, 인허가 업무를 권역별로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서 정약용의 실용정신은 짧은 길잡이가 된다. 정약용이 제도와 기술을 백성의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하려 했다면, 정명근 시장의 4개 구청도 조직 확대가 아니라 시민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장치가 돼야 한다.

평가는 개청식이나 조직 규모가 아니라 민원 처리 기간, 본청 이송 건수, 생활권별 예산, 현장 해결률로 이뤄져야 한다. 핵심 권한은 본청에 남겨두고 단순 민원만 구청으로 넘긴다면 4개 구청은 시민 편의보다 행정조직만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 시장의 공직 경험이 실력으로 인정받을지 익숙한 행정체계를 확대한 데 그칠지는 구청 운영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 투자유치에서 산업생태계로

정명근 시정의 또 다른 축은 기업과 미래산업이다. 화성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과 기아 오토랜드 화성,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를 비롯한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 제조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정 시장은 기존 제조업 기반을 반도체와 미래모빌리티, 바이오,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화성시는 민선 8기 투자유치 목표를 20조 원으로 설정했고, 2026년 8월 기준 총 26조 957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ASML과 ASM, 삼성전자, 기아 등 국내외 기업 투자를 기반으로 화성 테크노폴 조성과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지정, 원스톱 투자지원체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는 정주영의 개척정신이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정주영이 자동차와 조선, 건설을 통해 산업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면 정명근 시장은 이미 형성된 화성의 제조업 기반을 미래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만 시장은 기업가가 아니다. 대규모 투자유치만으로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되고 성장의 결실을 시민과 지역에 연결해야 한다.

투자협약 금액과 실제 집행액을 구분하고, 공장 착공과 준공, 신규고용, 지역 청년 채용, 지역기업의 공급망 참여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26조 원이라는 숫자가 언론 발표에 머무르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와 지역 상권, 세수 확대로 이어질 때 정명근 시장의 경제정책도 완성된다.

◆ 빠른 성장보다 어려운 균형발전

정명근 시장이 민선 8기에 특례시와 4개 구청, 투자유치라는 도시의 외형을 세웠다면 민선 9기에는 성장의 질을 증명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화성 동·서·남부권의 균형발전이다.

동탄은 반도체와 첨단산업, 광역교통과 고밀도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교통 혼잡과 과밀학급, 문화·의료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봉담과 병점, 향남은 인구 증가에 비해 도로와 철도, 교육·복지시설이 부족하다. 서부권은 농어업과 해양관광, 산업단지, 개발제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모든 지역에 같은 시설을 나누는 것은 균형발전이 아니다. 동탄은 광역교통과 미래산업, 교육·문화 기반을 강화하고 병점·봉담·향남에는 급증한 인구에 맞는 생활SOC와 교통망을 확충해야 한다. 서부권에는 해양관광과 농어업, 친환경 산업을 연결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동탄트램과 광역철도, 내부 도로망 확충 역시 정 시장의 추진력을 평가할 핵심 사업이다. 다만 철도사업은 지방정부의 의지만으로 완성할 수 없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하고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다. 국가사업과 경기도 사업, 화성시 자체 사업을 구분해 재원과 행정절차, 착공·개통 목표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 ‘동장 같은 시장’에서 미래도시 설계자로

정명근 시장의 강점은 행정을 아래에서부터 경험했다는 점이다. 읍사무소와 시청, 경기도청, 동장,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치면서 생활민원부터 광역행정, 입법과 예산까지 경험했다. 시장 취임 후에는 특례시 출범과 구청 체제 개편, 투자유치와 산업정책을 통해 도시의 큰 구조를 다뤘다.

그러나 과거의 공직 경험만으로 미래도시를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조직을 잘 아는 것과 조직을 혁신하는 것은 다르며, 기업을 유치하는 것과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다르다. 시민의 말을 듣는 것과 그 요구를 예산과 정책으로 옮기는 일 사이에도 큰 간격이 존재한다.

정명근 시장은 이제 현장을 잘 아는 ‘동장 같은 시장’을 넘어 180만 미래도시를 준비하는 설계자가 돼야 한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이 모든 현안을 직접 챙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구청과 실·국에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나누고 결과를 지표로 평가하는 행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약용에게서는 시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을, 정주영에게서는 구상을 현실로 바꾸는 실행을 참고할 수 있다. 그러나 정명근 시장의 길은 결국 정명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의 평가는 누구를 닮았는지가 아니라 화성에서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남겼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공직자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시작해 인구 100만 특례시의 시장에 오른 길은 그 자체로 정명근의 이야기다. 이제 그 길의 다음 장에는 4개 구청의 행정 변화, 미래산업의 지역 일자리, 광역교통망의 현실화, 동서남북 생활격차 해소가 기록돼야 한다.

민선 8기가 성장하는 화성의 뼈대를 다시 세운 시간이었다면 민선 9기는 그 성장의 결실을 시민의 일상으로 돌려주는 시간이 돼야 한다. 정명근 시장이 걸어온 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시민과 함께 걸어갈 길이다.

기자메모/ 이번 인물탐구에서 정약용과 정주영은 정명근 시장을 대신하는 주인공이 아니다. 실용행정과 산업 실행력이라는 방향을 살펴보기 위한 길잡이다. 정명근 시장의 진정한 평가는 9급 공무원에서 시장까지 올라온 이력이나 투자유치 수치보다 행정과 산업, 교통과 균형발전이 시민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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