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투입해 액화산소·순환펌프 등 장비 지원, 고수온 장기화 대비 총력
지난 3일 고수온 주의보 발령 후 관내 양식장 27개소 27만 7,000마리 폐사
박 시장 “모든 행정력 집중해 추가 피해 최소화, 실질적 복구 지원 신속 추진”

포항 연안의 수온이 28℃ 안팎까지 오르면서 강도다리와 넙치 등 양식어류 27만7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4년 전국 양식업의 고수온 피해액이 역대 최대인 1430억 원까지 치솟은 전례가 있는 만큼 반복되는 해수온 상승을 일시적 여름 재난이 아니라 양식업의 생산성과 어가 경영을 위협하는 구조적 기후위험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항시는 연안 고수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 7개 사업에 총 40억 원을 투입하고 액화산소와 순환펌프, 비상발전기 등 양식장 대응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에는 박용선 포항시장과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 이상휘 국회의원, 경북도와 포항시의회, 구룡포수협 관계자 등이 호미곶면 양식장을 찾아 어류 폐사와 시설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피해 어업인들의 의견을 들었다. 황종우 장관이 현재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재임하고 있는 사실은 해수부 공식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2시 포항 전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높은 수온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같은 날 발표한 고수온 속보에서도 동해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졌으며, 당시 동해 연안 수온은 25.4~30.2℃ 범위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포항 구룡포읍 하정리 수온은 27.6℃, 청하면 방어리는 28.1℃를 기록했다. 포항시는 이 같은 고수온 영향으로 지역 양식장 27곳에서 강도다리와 넙치 등 약 27만7000마리가 폐사했으며 잠정 피해액은 1억75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는 강도다리에 집중됐다. 강도다리는 경북 동해안의 주요 육상양식 품종이지만 여름철 고수온에 취약한 냉수성 어종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강도다리 양식장의 경우 수온이 22℃ 이상으로 올라가면 사료 공급량을 줄이고 어류의 유영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포항 일부 양식장 주변 수온은 이 기준보다 5~6℃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립수산과학원도 올해 여름을 앞두고 포항지역 강도다리 양식장을 별도로 점검했다. 수과원은 강도다리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고수온기에 질병과 폐사 피해가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돼 사전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업 피해는 최근 들어 규모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제3차 친환경어업 육성계획에 따르면 전국 고수온 피해액은 2016년 589억 원, 2018년 605억 원, 2021년 292억 원, 2023년 438억 원에서 2024년 1430억 원으로 급증했다. 2024년 피해액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반면 2025년 고수온 피해액은 177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87% 감소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기출하와 액화산소 공급, 긴급방류 등을 확대하면서 피해가 줄었지만 연도별 기상과 수온 조건에 따라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경북 역시 고수온 피해가 반복되는 지역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24년 경북지역에서는 고수온 등으로 약 31억 원의 양식 피해가 발생해 최근 10년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동해안은 여름철 냉수대가 형성됐다가 소멸하면서 수온이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변할 수 있어 강도다리와 넙치 같은 양식어류가 받는 스트레스가 더욱 커질 수 있다.
포항시는 올해 추가 폐사를 막기 위해 액화산소 810톤과 순환펌프 1051대를 양식 현장에 지원하고 있다. 면역증강제와 저층취수라인, 액화산소탱크, 비상발전기 등도 공급해 산소 부족과 정전 등에 대비할 계획이다.
고수온기에는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량이 감소할 수 있어 양식장의 산소 공급능력이 어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립수산과학원도 육상양식장에서 환수량을 조절하고 액화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는 한편 어류에 추가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선별 등의 작업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폐사가 발생한 이후의 경영 회복이다. 양식어가는 출하 전까지 종자와 사료, 전기료, 인건비 등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기 때문에 대량 폐사가 발생하면 단순히 죽은 물고기의 판매가격 이상의 경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다시 어린 물고기를 입식하더라도 판매 가능한 크기로 성장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재해보험의 역할도 중요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양식수산물재해보험 가입률은 2020년 27.9%에서 2021년 29.7%, 2022년 37.0%, 2023년 39.8%로 상승했다. 보험 적용 대상 품목이 전체 양식업 생산량의 97.4%를 차지했지만 실제 가입률은 당시 40% 수준에 머물렀다. 고수온과 태풍 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어가의 회복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포항시는 관계기관과 합동 피해조사반을 운영해 폐사 규모와 피해액을 확인하고 폐사체 수거·처리와 재난지원금 지급 등 복구 절차도 진행할 계획이다. 피해조사가 마무리되면 실제 피해 어가와 폐사 마릿수, 피해금액은 현재 잠정 집계보다 달라질 수 있다.
이상휘 국회의원은 피해조사와 복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에 필요한 국비와 지원책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용선 포항시장도 고수온 장기화에 따른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중앙정부·경북도와 협력해 피해 어가에 필요한 지원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수산업 전체 규모를 고려하면 기후재해에 따른 생산 불안은 개별 어가의 문제를 넘어 수산물 공급과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수산물 생산량은 393만 톤, 생산금액은 10조2366억 원이었다. 안정적인 수산물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어촌 경제뿐 아니라 소비자 물가와 식품 공급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포항의 고수온 대책 역시 지원 장비 수량이나 투입 예산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보다 양식장별 폐사율과 수온·용존산소 변화, 재해보험 가입률, 고수온 발생 전후의 생산량 등을 함께 축적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수온에 강한 품종 전환과 사육밀도 조절, 스마트 수온·산소관리 장비 도입까지 포함한 생산체계 변화도 요구된다.
전국 고수온 피해액이 불과 한 해 만에 1430억 원까지 치솟았던 경험은 바다의 수온 상승이 더 이상 예외적인 재난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포항에서 이미 27만 마리가 넘는 양식어류가 폐사한 상황에서 40억 원 규모의 대응사업이 추가 폐사를 얼마나 줄이고 피해 어가의 경영 회복까지 연결할 수 있을지가 올해 지역 수산재해 대응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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