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글쓰기와 정보 검색에 빠르게 활용되는 가운데 인천대학교가 미국·중국·캄보디아 대학들과 고전 읽기와 토론을 중심으로 한 자유교양 교육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AI가 정보를 즉시 생성하는 시대일수록 자료를 비판적으로 읽고 서로 다른 의견을 근거에 따라 검토하는 능력이 대학 교육의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천대학교 INU 그레이트북스센터는 지난 7월 29일부터 30일까지 송도캠퍼스에서 ‘2026년 제1회 인천대-세인트존스대 Great Books 글로벌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인천대와 미국 세인트존스대학, 중국 중산대학교 보야칼리지, 캄보디아 기술과학대학 관계자와 국내 그레이트북스 교육 전문가 등 70여 명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자유교양 교육과 과학기술 교육의 결합, 학생·교수 교류, 공동 교육과정 운영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인천대는 2019년부터 세인트존스대학의 고전·명저 기반 토의식 세미나를 참고해 INU 그레이트북스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정해진 해답을 전달하는 강의보다 학생들이 원전을 읽고 질문을 만들며 서로의 해석을 검토하는 데 중점을 둔 교육 방식이다.
이번 포럼이 AI 시대의 자유교양 교육을 주요 의제로 다룬 배경에는 생성형 AI의 빠른 대중화가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5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서비스 경험률은 67.0%, 생성형 AI 서비스 경험률은 44.5%로 조사됐다. 전국 2만2500가구의 만 3세 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승인통계로, 생성형 AI가 일부 전공자나 산업 현장에 한정된 기술을 넘어 일상적인 정보 이용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성형 AI는 짧은 시간에 문장을 작성하고 자료를 요약할 수 있지만, 답변에 포함된 정보의 출처와 맥락, 사실 여부를 이용자가 다시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학 교육에서도 글을 빠르게 생산하는 능력보다 긴 글을 읽고 핵심 주장과 근거를 구분하며 다른 사람의 관점과 비교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교육 2025’에 따르면 한국의 25∼64세 성인 가운데 문해력이 가장 낮은 단계인 1단계 이하에 해당하는 비율은 33%로, OECD 평균 27%보다 높았다. 한국의 대학교육 이수자 평균 문해력 점수도 2014년 291점에서 2023년 264점으로 27점 낮아졌다. OECD는 교육 수준의 확대와 조사 대상 구성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도 학위 취득 이후에도 문해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평생학습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포럼 첫날 기조연설에 나선 월터 스털링 세인트존스대학 총장은 고전 읽기와 토의식 교육의 역할을 깊은 문해력과 공동 탐구,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 사이의 대화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중국 중산대학교 보야칼리지는 중국과 서양의 고전을 함께 읽는 교육과정과 농촌·노동·예술·공동체 활동을 결합한 교육 사례를 소개했다. 책에서 얻은 지식을 실제 생활 경험과 연결해 학생의 판단력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키우려는 방식이다.
캄보디아 기술과학대학은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과 인문·사회·예술 소양을 결합한 교육과정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기술 지식만으로 기후위기와 사회갈등, 윤리 문제 등 복합적인 사회 현안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과학기술과 자유교양 교육을 함께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나눴다.
둘째 날에는 세인트존스대학과 인천대 학생들이 미국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소설 ‘웨이크필드’를 함께 읽는 세미나가 진행됐다. 학생들은 작품의 의미를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대신 질문과 해석을 교환하며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학습자들이 하나의 텍스트를 통해 공동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체험했다.
국제적 토론교육의 필요성은 국내 대학의 학생 구성 변화와도 맞물린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인 유학생은 25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21.3% 증가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어 대학 안에서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토론하는 교육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인천대는 포럼 기간 캄보디아 기술과학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대학은 학생과 교수·연구자 교류, 공동 연구, 국제 학술행사, 교육과정 연계 등에서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천대가 세인트존스대학과 중산대학교 보야칼리지 등을 중심으로 구축해 온 자유교양 교육 협력망을 동남아시아로 넓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인재 인천대 총장은 이번 포럼과 협약이 AI 시대 자유교양 교육의 국제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는 출발점이라며 아시아권 고전·명저 교육과 글로벌 융합교육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천대는 그레이트북스 기반 토의식 교육을 대학 교양과정에만 한정하지 않고 초·중등 교사 대상 토론 지도자 양성과 지역교육, 시민 평생교육, 해외 대학 공동 교육과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과제는 국제포럼과 협약을 실제 교육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학생 교류 인원과 공동 교과목 개설 실적뿐 아니라 토론 참여 학생의 비판적 사고력과 문해력,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장기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생성형 AI 이용자가 국민 10명 중 4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고전교육의 경쟁력 역시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가 아니라 AI가 제시한 답을 검증하고 자신의 판단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내는지를 통해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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