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선 갑판 위 구명조끼 착용 의무가 모든 승선원으로 확대된 가운데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이 한 달간 미착용 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선다. 지난해 국내 해양사고의 65.8%가 어선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구명조끼 착용을 조업 현장의 일상적인 안전수칙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해해경청은 개정 어선안전조업법 시행에 따라 8월 1일부터 31일까지 연안·근해어선을 대상으로 구명조끼 미착용 일제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단속은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 지방자치단체가 합동으로 진행한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법령에 따라 어선에 승선한 사람은 인원수나 기상 상황과 관계없이 외부에 노출된 갑판에 있을 때 구명조끼나 구명의를 착용해야 한다. 이전에는 태풍·풍랑 특보가 내려졌거나 승선 인원이 2명 이하인 경우 등으로 의무가 제한됐지만, 개정 이후에는 모든 어선 승선원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선장은 승선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승선원이나 선장이 의무를 위반하면 1차 90만 원, 2차 150만 원, 3차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며 국내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이번 단속에서는 출항할 때 착용했던 구명조끼를 조업 과정에서 벗는 행위와 외부 갑판에서 착용하지 않는 행위, 야간 조업 중 일부 승선원만 착용하는 사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구명조끼를 선박에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상 추락 위험이 있는 갑판 작업 내내 실제로 착용하고 있는지가 단속의 핵심이다.
구명조끼 착용 강화는 어선사고가 전체 해양사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2025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해양사고는 모두 3513건으로 전년보다 7.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어선사고는 2312건으로 전체의 65.8%를 차지했다. 특히 10t 미만 소형어선 사고가 1861건으로 전체 해양사고의 53.0%에 달했다.
지난해 해양사고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은 137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유형별로는 조업 중 해상추락이나 어구에 의한 신체 충격 등을 포함하는 안전사고 인명피해가 84명으로 전체 사망·실종자의 61.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전복사고가 25명, 화재·폭발사고가 10명으로 뒤를 이었다.
구명조끼 미착용과 인명피해의 관련성도 과거 사고 분석에서 확인된다. 해양수산부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어선 안전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망·실종자 255명 가운데 해상추락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89명으로 35%를 차지했다. 당시 집계된 사망자 61명 중 27명인 44%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선에서는 그물과 어구를 다루거나 갑판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파도와 선체 흔들림으로 바다에 추락할 위험이 있다. 특히 혼자 또는 소수 인원이 승선하는 소형어선은 사고 사실을 즉시 알리기 어렵고 구조 요청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어 상시 착용의 필요성이 크다.
다만 착용 의무가 현장에 자리 잡으려면 단속뿐 아니라 작업에 적합한 장비 보급과 올바른 착용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일반 구명조끼는 부피가 크고 움직임을 방해해 조업 중 착용을 꺼리는 사례가 지적돼 왔다. 해양수산부도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허리에 착용하는 벨트형 제품 등 작업 편의성을 높인 구명조끼를 개발해 안전 취약 어선에 보급한 바 있다.
팽창식 구명조끼는 착용 여부뿐 아니라 관리 상태도 중요하다. 버클과 조임끈을 몸에 밀착되도록 고정하고 가스 실린더와 작동장치가 정상인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직사광선이나 습기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장비가 손상된 경우 실제 사고에서 충분한 부력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
동해해경청은 법 시행 이후 어업인과 수협, 관련 단체를 대상으로 변경된 착용 기준을 알리는 홍보와 계도활동을 진행해 왔다. 단속 기간에도 위반행위 적발과 함께 구명조끼 착용법과 보관·점검 요령, 해상추락 예방수칙 등을 안내할 계획이다.
이종욱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 직무대리는 “구명조끼는 해상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비”라며 “어업인 모두가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구명조끼 착용을 생활화해 안전한 조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이 직무대리는 지난 7월 1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 전담직무대리로 취임했다.
이번 제도의 실효성은 한 달간의 단속 건수보다 갑판 위 상시 착용이 실제 조업 관행으로 정착하는지에 달려 있다. 전체 해양사고의 절반 이상이 10t 미만 소형어선에서 발생하고 안전사고가 사망·실종 원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지속적인 교육과 편의성 높은 장비 보급, 선장과 승선원의 자율적인 안전수칙 준수가 함께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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