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경록 연대장의 옆에 세퍼드가 지키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했다
박진경의 암살로 신변에 위험을 느낀 최경록은 잠잘 때 항상 새퍼드를 옆에 두었다

제주4.3사건 당시 11연대장 최경록 중령이 제주도에 부임한 것은 1948년 6월 21일경이었다. 박진경 연대장이 남로당 프락치였던 문상길 중위에게 암살당하게 되자 후임으로 부임했다. 문상길 중위는 9연대 사병 모집책으로 제주도에 부임하여 9연대에 남로당 프락치들을 대거 부식하여 ‘붉은 9연대’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문상길은 1947년 5월경 제주도에 부임하여, 이치업- 김익렬- 박진경- 최경록 순으로 4명의 영관 장교를 연대장으로 모셨다. 이 네 명의 연대장 중 김익렬을 제외하고 모두 문상길의 암살 기도에 시달렸다. 김익렬은 남로당 제주인민해방군과 내통 중이었기에 암살에서 제외되었고, 박진경은 인민해방군을 상대로 엄정한 진압에 나섰기에 결국 암살되었다.
이치업 소령은 제주에서 심각한 병을 앓다가 전출되었는데, 문상길 일당이 음식에 독을 넣어 독살 시도 때문임이 나중에 밝혀졌다. 문상길은 박진경의 후임이던 최경록 연대장을 암살하려고 두 번이나 시도했다. 그러나 최경록 연대장의 옆에 셰퍼드가 지키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했다. 박진경의 암살로 신변에 위험을 느낀 최경록은 잠잘 때 항상 셰퍼드를 옆에 두었다.
이 셰퍼드는 원래 북제주군 한림면 귀덕리 구장(현재 리장)이었던 김영조의 셰퍼드였다. 김영조는 일본에서 사업을 하다가 해방 직전에 귀국하여, 일본에서 가져온 자재를 팔아 돈도 벌고 큰집도 지어 고향에서 기반을 잡았다. 광복이 되고 한림면에 주둔했던 일본군이 철수할 때, 김영조는 일본어 통역을 해주고 약간의 편의를 주었는데, 일본군 부대장은 철수하면서 감사의 뜻으로 일본군 군견 셰퍼드 한 마리를 선물로 주고 갔다.
셰퍼드는 암놈이었고 ‘쫑’이라고 불렀다. 쫑은 머리가 영리하고 덩치가 컸다. 쫑이 영리하고 주인을 잘 따르자, 김영조는 보리밥에 콩국을 먹이면서 애지중지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이었다. 쫑이 울타리 이쪽 저쪽을 뛰어다니면서 요란하게 짖어댔다. 김영조가 있는 방문을 발톱으로 연신 긁어대면서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김영조가 무슨 일인가 싶어 방 밖으로 나오자, 쫑은 김영조의 바지 가랑이를 물고 끌어당기고, 울타리를 넘었다가 뒤돌아 오기도 하는 등 무슨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당시 시국이 이상했기에 김영조는 빨리 밖으로 피하라는 뜻을 알아차렸다. 김영조는 돌담을 넘고 보리밭을 건너 친척 집으로 피신했다. 이때가 1948년 4월 2일 밤이었다.

4·3폭동이 터지던 4월 3일 밤에 남로당 폭도들이 횃불을 들고 김영조 집을 습격했다. “반동분자 김영조 구장 나와라” 폭도는 모두 12명이었다. 복장은 제주 전통 옷인 ‘갈중이’에 전원 철창을 들고 있었는데, 3명은 99식 장총을 들고 있었다. 얼굴에는 숯검댕이를 칠하고 머리에는 흰 광목을 두르고 있었다.
김영조가 집에 없자 남로당 폭도들은 식구들을 겁박하다가 집에 있던 비싼 자재들을 약탈하고, 약탈 못하는 물건들은 마루에 쌓아놓더니 기름을 붓고 조짚에 불을 붙여 불을 질렀다. 귀한 굴묵이 나무로 된 마루에 동네에서 제일 큰 기와집이 전소되었다. 당시 귀덕리에는 인민위원회가 있었는데, 김영조가 가입을 반대하고 순응하지 않자, 보복으로 불을 지른 것이었다.
4·3폭동으로 공산주의 세상이 되자 우익 인사였던 김영조의 목숨은 바람 앞에 촛불이었다. 제주읍내로 피신하는 길만이 살 길이었지만 육로는 위험하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포구에 정박 중이던 발동선 선주에게 사정했다. 그렇지만 김영조를 피신시켜 준 것이 탄로 나면 선주의 목숨도 위험했기에 선주도 쉽게 응할 수 없었다.
김영조는 선주에게 “나에게 배를 파시오, 그리고 나를 제주읍까지 수송해 주면, 이 배는 당신께 드리겠소”라고 제안하니 그제야 선주는 기꺼이 응낙했다. 포구에서 쪽배를 타고 발동선으로 출발한 순간, 저쪽에서 뭔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셰퍼드 쫑이었다. 쫑은 온 힘을 다해 헤엄치면서 쪽배로 오고 있었다. 쫑을 태우고 김영조 일가는 무사히 제주읍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김영조 일가는 제주읍에 살게 되었는데, 쫑이 먹는 양이 너무 많아 기르는 데 부담이 있었다. 이때 김영조가 11연대장으로 부임한 최경록 중령을 만나게 되었다. 박진경 연대장의 암살 이야기를 듣고 김영조는 최경록 연대장에게 쫑을 선물하였다. 쫑이 연대장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는 주효했다. 문상길 일당이 최경록 암살하려다가 잠자는 연대장을 지키고 있던 쫑 때문에 두 번이나 암살에 실패했고, 최경록은 살아서 4·3의 제주를 벗어날 수 있었다.
셰퍼드 쫑 이야기는 2021년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에서 발간한 ‘4.3의 진정한 희생자는!’ 8집, 김영조 씨 딸의 증언록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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