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평택도시공사 사장 한병수, 경력은 충분하다…남은 것은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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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평택도시공사 사장 한병수, 경력은 충분하다…남은 것은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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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 종이를 들여다볼 준비를 한다. 오늘의 인사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된 검증"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평택도시공사 제7대 사장 자리에 한병수 사장이 앉았다. 인사 한 줄로 끝낼 수도 있는 소식이지만, 이 건은 ‘누가 왔는가’보다 ‘어떤 길을 지나왔는가’를 먼저 보게 만든다.

도시공사는 사업을 한다. 사업은 숫자와 일정으로 말한다. 그런데 그 숫자와 일정이 생기기 전, 행정은 먼저 문서를 만든다.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묶고, 부서 사이의 이해를 조정한다. 한 사장의 경력은 그 “먼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오래 밟아온 쪽에 가깝다.

한병수 사장은 1962년 평택에서 태어났고, 평택고등학교를 거쳐 국민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평택시 공직에 들어가 2021년 기획·항만경제실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약 32년을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이력의 길이만으로 무엇을 보장할 순 없다. 다만 그 시간이 어디에 놓였는지는 확인해볼 수 있다. 그가 거친 보직은 기획, 경제, 개발 같은 정책의 ‘앞단’을 잡는 자리들이었다.

도시공사와 연결되는 일은 대부분 앞단에서 시작된다. 개발을 하기로 ‘정하는’ 순간, 그 결정은 곧바로 공사 현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먼저 계획이 생기고, 근거 문서가 붙고, 예산이 편성되고, 협의가 오간다. 그 과정을 통과한 뒤에야 실행 조직이 움직인다. 한 사장은 공사가 움직이기 전에 시청이 먼저 움직이는 방식—그 내부의 규칙과 관성을 경험한 인물로 소개된다. 도시공사 입장에서는 “사업을 아는 사람”일 수도 있고, 반대로 시민 입장에서는 “사업을 설명할 책임이 더 큰 사람”일 수도 있다. 행정을 오래 했다는 사실이, 기대를 줄여주진 않는다. 오히려 설명할 줄 알아야 할 항목이 늘어난다.

공직에서 그가 맡았던 기획·항만경제실장 보직은 상징성이 있다. 평택은 산업·물류·도시 확장이라는 단어가 일상처럼 오가는 도시다. 이 도시에서 기획과 경제, 항만과 물류의 연결부는 늘 ‘속도’와 ‘조정’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다. 속도가 늦으면 기회가 빠져나가고, 조정이 부족하면 갈등이 남는다. 그 자리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개별 사안마다 자료가 필요하다. 다만 그 자리 자체가 “결정의 책임이 모이는 곳”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 취임은 인사청문 절차를 거쳤다. 청문회라는 장치는 형식으로 끝나기 쉽지만, 기록이 남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질문이 있었는지, 답이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그리고 그 답이 이후 경영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은 결국 그 기록과 결과다. 취임 전의 말이 취임 뒤의 숫자와 얼마나 맞닿는지, 그 비교가 가능해진다.

한 사장은 취임사에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공사를 향한 시민들의 높은 기대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의 마음을 읽는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말 자체는 익숙하다. 다만 공기업에서 이 말이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마음을 읽는다’는 문장이 구체 항목으로 번역돼야 한다. 예컨대 이런 질문들이다. 지금 진행 중인 사업은 어디까지 왔는가. 일정 지연이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위험 요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수익과 공공성의 균형은 어떤 원칙으로 세울 것인가. 시민의 마음은 구호가 아니라 설명의 품질에서 먼저 확인된다.

그는 또 “공공성을 기본으로 하되, 지속가능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해 발생한 이익을 시민에게 다시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도시공사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도시공사는 공공기관이면서 동시에 사업조직이다. 공공성만 말하면 재무의 압박이 따라오고, 수익만 말하면 공공성 논란이 불거진다. 결국 답은 ‘구조’에 있다. 어떤 사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고, 그 수익을 어떤 기준으로 시민에게 돌려줄 것인지. ‘환원’은 방향을 말하지만, 구조는 방법을 말한다. 취임사가 구조를 약속했다면, 이후엔 방법을 보여줘야 한다.

또 하나의 문장은 조직 내부를 향했다. 그는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영역을 담당하는 평택시의 핵심 공공기관으로서 임직원 모두가 자긍심을 가지고 일해, 시민들 앞에 당당한 평택도시공사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당당함’의 정의다. 공기업이 당당해지는 순간은 박수 받을 때가 아니라 질문을 받을 때다. 자료를 공개할 때, 일정이 어긋났을 때, 민원이 쌓일 때, 논쟁이 붙었을 때—그때 흔들리지 않는 것이 당당함에 가깝다. 내부 결속은 선언으로 만들기보다, 기준과 절차로 만들어진다.

행정 출신 사장이 가지는 장점은 분명하다. 시청의 언어를 이해하고, 협의 구조를 알고, 부서 간 조정의 문법을 안다. 도시공사와 집행부 사이에 생기는 미세한 마찰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장점은 곧바로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조정이 능숙하다는 것이, 성과를 빠르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조정이 쉬워진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이 더 선명해진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어려운 조건을 핑계로 삼기 어려워진다.

이제 평택도시공사는 한 사장의 취임사에서 제시된 단어들을 실무로 바꿔야 한다. 시민의 마음을 읽는 경영은 민원 창구의 친절이 아니라 사업 설명의 투명성에서 시작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은 표어가 아니라 재무제표의 흐름으로 검증된다. 환원 구조는 선언이 아니라 규정과 기준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시민 앞에 당당한” 기관은 멋진 문장보다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는 태도로 기억된다.

한병수 사장의 경력은 짧지 않다. 그러나 경력의 길이 자체가 신뢰의 완성은 아니다. 신뢰는 앞으로 생성될 기록에서 나온다. 취임사는 첫 페이지일 뿐이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사업의 진행표, 예산 집행의 흔적, 의회에서의 답변, 시민에게 공개되는 자료,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판단이 차곡차곡 쌓인다.

기자수첩은 그 종이를 들여다볼 준비를 한다. 오늘의 인사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된 검증의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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