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미 훨씬 오래전부터 그런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었다. 바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하면서부터이다. 그때도 세계는 분노했으나 지금과 같은 노골적인 무력의 사용에 의한 눈에 보이는 학살이 아니었기에 비교적 차분한 반응으로 그쳤었다.
그러나 환경이 지구와 지구의 표면에 붙어사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크나큰 영향을 한번 생각해보자. 환경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은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이라크 한 나라를 침공하는 것에 못지않게 뻔뻔스럽고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해마다 기상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 지 오래이다. 폭염과 가뭄, 폭설과 홍수. 이런 기상의 변화에 의한 재난 역시 가난한 나라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이들 나라들은 그러한 피해에 대비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역사상 지구환경의 파괴에 가장 적게 기여를 한 나라들이 역설적으로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기상학자들은 이러한 환경변화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래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교토의정서 발효가 시급하다. 이제는 교토의정서 수준의 규제로도 모자란다는 주장마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교토의정서가 발표되지 못하는데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했던 미국이, 환경보호청(EPA)의 책임자에 마이크 레빗을 임명했다. 유타 주 주지사를 역임한 마이크 레빗은 국가 환경규제 완화를 주창해 왔었다. 그는 주지사로 재직할 당시 환경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솔트레이크 인근의 습지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확장을 주장해 오기도 했다.
이러한 레빗 신임 청장의 성향을 볼 때, 미국의 교토의정서 가입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전임 환경보호청 청장이었던 휘트먼은 에너지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어오는 백악관과 행정부 관료들과의 마찰로 지난 5월 사임했다. 그는 그 동안 석유에 유난한 관심을 보이는 부시 대통령의 환경에 대한 무관심에 항의해 왔었다고 전해진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2008-2012년 사이에 의무이행대상국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하는 것을 그 내용의 골자로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대기에 온실효과를 만들어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주 원인이 된다고 여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미국이 비준을 거부하는 바람에 교토의정서가 발표될 전망이 어두운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각 연구소나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이 매우 크다. 기상학자들의 공통된 의견들은 최근의 기후변화가 처음의 예상보다 더욱 심각하여 교토의정서에 규정된 내용만을 지켜서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고 보다 심각한 조치들을 강구하야 한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문제는 사실 빈국과 부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지구환경을 오염시키고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축적시킨 당사자는 산업혁명을 이미 지나온 선진국들이다. 이들은 이미 탈산업화 단계로 진입하여,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상대적으로 줄어있는 형편이다.
뒤늦게 산업화에 뛰어든 빈국들이 단지 현재의 배설량을 기준으로, 오히려 자신들이 그동안 그다지 배출하지도 않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빈국들은 현재의 배설량보다 누적배설량을 기준으로 부담의 양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그들의 입장은 교토의정서에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이러한 빈국들의 주장들을 무시하고, 현재의 배출량에서 감소하자는 부국들의 입장이 반영된 교토의정서마저도 비준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계적 기상이변은 이미 누구나가 느끼는 ‘현실’이다. 과거는 물론 현재도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가장 무관심한 이유는, 어쩌면 환경관련 산업의 경쟁력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환경관련 산업의 경쟁력은 유럽이 미국을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산화탄소 배설규제가 현실화되면 미국보다 유럽이 경제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환경의 파괴는 지구적인 재난이다. 지구환경은 몇몇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구의 경찰을 자임하는 현실적 슈퍼파워국가로서 미국은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도 제 몫의 역할을 다하기를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구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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