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주요 국가들이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를 3~3.5% 수준까지 확대하는 재무장에 돌입하면서, 한국 방위산업(이하 K-방산)에도 중장기적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재무장을 공식화했고, 프랑스를 비롯한 폴란드, 북유럽 등 주요국도 국방예산을 연쇄적으로 증액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 이면에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방식 변화가 유럽 전역의 집단적 각성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전체의 국방비 지출이 급증하며 2024년 기준 약 6930억 달러에 달하자, 유럽 방산시장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호황이 찾아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32개국 중 18개국이 이미 GDP 대비 방위비 비율 2%를 넘어섰다. 독일은 2029년까지 방위비를 GDP 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확정했으며, 이는 전후 유럽 안보 정책의 금기를 넘어서는 변화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방산업 전반에서 전시(戰時) 체제에 준하는 구조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고, BAE 시스템즈·라인메탈·탈레스 등 업계 주요 기업의 주가와 시가총액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유럽연합(EU)은 ASAP 법안을 통해 생산 증대를 지원하고 있고, 미사일 제조사 MBDA나 항공 및 우주기업들도 생산여력을 대폭 확장 중이다.
하지만 유럽 방산업의 장기 성장에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과거 30년간 각국이 다양한 무기체계를 분절적으로 개발·운용해온 탓에, EU 회원국이 보유한 주요 무기체계 종류는 178종에 달한다. 이는 미국의 30종과 비교할 때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산 구조다. 무기 조달의 78%가 미국 등 역외 업체로 흘러가며 자체 산업 기반 강화로는 연결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 극복을 위해 EU는 방위산업 통합, 단일 시장 및 공동조달 확대, 기술 표준화 같은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방산업은 단순 팽창이 아닌 구조적 체질 전환이 이뤄지는 시점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K-방산은 유럽의 대량생산 확보와 단기 납기 요구에 부응하면서 새로운 진출 기회를 확보했다. 한국산 무기체계는 기존 공급자들이 충족하지 못하는 수요 공백을 빠르게 채우며, 완제품 직수출과 현지 생산 파트너십 확대라는 두 축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향후에도 유럽의 방산 체계 전환 및 대규모 조달이 이어지는 한, 한국 기업들은 꾸준한 협력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한국과 유럽 간 방산 협력에는 네 가지 도전과제가 놓여 있다. 먼저, 한국 무기 수출이 러시아의 반발과 북한과의 안보 위협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유럽산 핵심 부품 의존도가 높은 공급망 역시 수출 통제와 글로벌 수급 불안정에 취약하다. 기술 및 전략적 측면에서도 서방 공급망 중심 구조에서 오는 예기치 못한 제한 가능성, 그리고 유럽 내 자체 방산 역량 확대에 따라 향후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소지도 존재한다. K-방산이 유럽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정학 리스크 관리, 공급망 자립화, 신뢰 기반 강화, 기술경쟁력 확보 등 네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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