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뭔가가 심상치 않았었다. 조금 불편한 기운과 함께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지는 가운데, 나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준비를 하고 출근을 했다. 아 그리고 나서야 그 불확실한 무엇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지던 내 코에서 이제 좀 더 확실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럴 때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벌써 한두 번 겪어본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재빨리 책상서랍에 넣어두고 있던 상비용 콧물 약을 삼켰다. 언제 먹어도 콧물 약은 쓰다. 하지만 그건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그냥 이대로 가라 앉아주기만 하면 얼마나 고마울까.
나는 콧물 때문에 무지하게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다. 고놈의 알레르기성 비염. 나에게 그것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남들은 전부터 있던 알레르기성 비염도 저절로 낮기 시작한다던 그 나이 또래에, 나는 새삼스레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는 그게 ‘비염’이라는 것도 몰랐었다. 단지 코가 막히고 콧물이 뚝뚝 떨어지니까 코감기라고만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련하게도 나는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병원은 커녕, 약국에서 콧물 약 한번 사먹어 볼 생각을 하지도 않았었다.
당시에는 병원문턱이 높기도 했고, 학생 혼자서 병원에 가는 것은 요즘도 드문 일이긴 하다. 하지만 왜 약을 사먹을 생각을 하지를 못했을까? 나는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것이 불가사의하게만 느껴진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동호회에서 내 친구가 무슨 콧물 약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에 그 약이 없었으면 대학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글을 읽고서야 비로소 콧물 약 생각이 났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정확한 진단을 받지는 못했더라도, 또 당시의 콧물 약은 지금보다 엄청 졸리고 부작용이 많았었지만 그 흔하고 흔한 콧물 약 중에 아무것이라도 한 알만이라도 먹어보았으면 그렇게 근 1년이 넘는 기간을 생고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제일 고생을 하던 시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그것도 요상하게 수업이 끝나고 자습시간이 시작되면 슬슬 콧물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져서 자습시간 내내 마치 수돗물처럼 콧물이 떨어지는 것이다.
휴지란 휴지는 다 코에 틀어막아도 그것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되지 않았었다. 나중에는 코를 막는 것을 포기하고 아예 책상바닥에 휴지를 몇 장 두껍게 펴 놓았다. 고개를 약간 삐딱하게 해서 콧물이 정확하게 휴지위에 떨어지도록 위치를 정하여 놓고는 나는 미련하게도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신기하게도 자습시간 내내 계속되던 그 콧물은, 학교 문을 딱 나서는 순간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습시간인 저녁 무렵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알레르기가 심해진 것인 것 같다. 단지 옷을 한 겹 더 입거나, 콧물 약을 먹으면 되는 것인데 당시엔 그런 방법이 있다는 걸 꿈도 꾸어보지 못했다.
그저 특이한 감기거니 하고 생각을 했다. 감기가 가면 얼마나 가겠는가. 기껏해야 며칠, 길면 일주일이겠거니 하고 생각한 그 엄청난 콧물은 한해가 더 되도록 계속되었다. 나는 한 해 내내 ‘참 희한한 감기도 다 보겠다.’ 생각을 하며 휴지를 받쳐놓고 공부를 계속했다.
처음에는 신기해하던 친구들도 나중에는 ‘제는 원래 그런 애야.’라고 생각을 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가끔 미리 준비해간 휴지가 모자라 쩔쩔매고 있으면 온 반의 친구들이 휴지를 갹출해서 내 코앞에 받쳐주곤 했을 뿐이다. 그 친구들 중 단 한 명 만이라도 ‘콧물 약 먹어보지.’라고 한 사람이 없었던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코 알레르기가 요즘 다시 가끔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젠 든든한 무기가 있다. 내 책상 서랍에는 강력한 콧물약이 항시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한 알만 먹으면 효과가 아주 좋다는 그 콧물 약은 나에겐 잘 듣지 않는다.
약간의 조짐이 비치면 나는 재빨리 한 알을 먹는다. 한 10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조짐이 좋지 않다. 재빨리 또 한 알을 먹는다. 졸리지 않는 콧물약이라고 하지만 몇 알씩 먹으면 졸릴 수밖에 없다. 또 입이 마른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다. 자칫 잘못해서 초기진압에 실패하면 낭패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심상치가 않다. 약을 두 알이나 연거푸 먹었는데도 코가 간질간질 한 것이 이상하다. 아니나 다를까 제치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연이어 콧물이 듣기 시작한다. ‘아이구 큰일 났다.’ 나는 이미 두 알을 먹은 약을 다시 한꺼번에 두 알을 더 입에 털어 넣는다. 그리고 휴지를 빼어들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한 30분이나 지났을까. 그제야 끊임없이 흐르던 콧물이 멎기 시작한다. 나는 슬며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 책상으로 돌아온다. 그 사이에 벌써 해야 할 일들이 밀리기 시작한다. ‘빨리 해치워야지!’ 하고 생각한다. 이제 콧물은 진정이 되었지만 네 알이나 먹었으니, 조금만 지나면 졸리움이 엄청난 힘으로 쏟아져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나는 문명의 혜택이 나에게 주는 고마움에 감사한다. ‘고등학교 시절처럼 휴지에 콧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일을 해야 한다면...’ 으으...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이리다. ‘그래 그까짓 입이 마르고 졸리운 것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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