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하루 앞둔 13일 정동진은 수채화 같은 날씨 속에 인디(독립영화)천국의 계단을 만들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정신 없을 만큼 바빠 보였다.
낮3시께 영화제를 만들기 위한 도구들과 차량들이 속속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 들어서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무너질 무렵 세트 설치 작업은 시작됐다.
병풍과도 같은 칠성산을 배경으로 남쪽을 향해 한국영상자료원의 이동 영화 차량과 디지털 프로젝트기가 직렬로 배치되고, 에어스크린(11x8m)이 산 하나를 가로막음으로써 영화제의 축이 만들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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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상자료원의 '찾아가는 영화관'이 정동진을 찾았다. 사진에 보이는 기계는 심플렉스로 불리는 최첨단 영사기다. 모든 필름 영화는 심플렉스로 상영된다. ⓒ 김경목^^^ | ||
지난 3회까지(2001)는 아시바(건설자재)를 쌓아 올려 상영막을 걸었다. 또 나무 합판에 하얀색 페인트를 칠해 상영막을 만들었다. 그 만큼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제 에어스크린 하나로 이 모든 과정을 한번에 해결하게 돼 준비자들의 어려움도 덜게 됐고, 관객들에게도 수준 높은 영상을 제공하게 됐다.
에어스크린은 지난해부터 한국영상자료원(www.koreafilm.or.kr)의 도움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게다가 심플렉스(영사기) 등의 최첨단 영상 기기들은 영화관에서만 만끽할 수 있던 것들을 야외에서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JIFF는 해를 거듭할수록 내용과 기술에서 눈부신 발전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현장엔 유수의 언론사들이 앞다퉈 이곳을 담아 갔다. 이처럼 위상이 높아진 JIFF는 단 하나의 고민이 있다. 해마다 비가 와 이곳을 물바다로 만들기 때문.
그러나 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방울 속에 모든 작업을 끝내고 밤9시께 시험 상영에 들어갔다. 점검 상영은 성공적이었다.
어둠이 짙게 드리운 정동의 밤. 그 순간 자연과 기계의 조화된 소리만이 들리운다. 밤의 정적을 시샘하듯 들려오는 영화 안 그들의 목소리 그리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새마을호 열차의 기적 소리. 벌써부터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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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무너질 무렵, 정동초등학교에서 바라본 '하늘이'의 모습! ⓒ 김경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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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무너질 무렵, 정동초등학교에서 바라본 '하늘이'의 모습! ⓒ 김경목^^^ | ||
"모든 영화의 재미있고 없고는 나의 책임입니다."
JIFF5를 책임지고 있는 박광수 씨(30, 강릉씨네마떼크)는 프로그래머(상영작 기획)로서 책임감을 표현하듯 그의 두 어깨는 의무 근육(의무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는 개막을 하루 앞둔 지금이 더 떨린다고 한다. 그래서 피곤한 육체도 이내 사그라든다고 덧붙인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일반인들은 여전히 독립영화를 낯설게 생각하고 있다. 인디영화라고도 불리는 독립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웃음) 일반적 개념에선 자본이나 권력에서 벗어난 비상업적 영화를 말한다. 그러나 요즘엔 '충무로'로 대표되는 상업적 영화 시스템 속에서 만들지 못하는 영화들을 총칭하고 있다. 다양하며 실험적이며 내가 만들고 싶은 모든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까지 영화 상영 기간에 비로 인해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기상대 날씨를 보니, 맑고 흐리고가 반복되더라. 그냥 내일이면 맑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JIFF5의 위상이 많이 올라선 것 같다. 그 만큼 준비하는 데 있어서 힘든 점이 많았을 텐데?
"무엇보다 일할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힘들었다. 서로가 1인 4.5역의 역할을 해야 할 만큼 인적자원이 부족했다. 또 영화 시스템이 서울에 몰려 있어 연락 등의 소통이 너무나 힘들었다."
-박광수 프로그래머는 3회부터 영화제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만큼 보람도 있었을 텐데?
"물론이다. 지난해 진주에서 이곳까지 독립영화를 보러 온 사람이 있었다. 관광 온 것도 아니고 오로지 영화를 보기 위해 왔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천 관계로 야외 상영이 취소돼 다음날 실내에서 상영을 했는데,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영화를 보고 돌아간 일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모든 피로감이 한번에 녹아 버린다. 그리고 놀고 먹는 문화밖에 없는 이곳에서 대안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행사를 하게 돼 이 또한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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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그래머 박광수 씨 ⓒ 김경목^^^ | ||
"<제목없는 이야기>(김진곤,DV6mm,23분)와<김종태의 꿈>(김성환,DV6mm,60분)을 꼽고 싶다. 개막작인 <김종태의 꿈>은 전태일 열사처럼 알려지지도 못했고, 김종태만을 아는 주위분들만 기억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를 재조명하는 시도가 주목받을 만하다. 구성방식도 독특해 관객들에게 의미있게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제목없는 이야기>는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영화다. 그런 만큼 관객들의 배꼽을 빠뜨리게 할지도 모른다. 스토리 자체가 한국 근대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역사의 진실을 감독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거짓의 역사로 일관하고 있다. 무척 기대되는 영화다. 이 영화는 또 화면 구성이나 등장 인물 구성, 내러티브 서사 구조의 실험이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만큼 하루가 피곤했고 앞으로도 힘든 여정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빛에선 내일의 기대감이 선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오늘 밤 그는 개막의 꿈으로 달려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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