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대규모 거래(massive deal)를 했다며, 사상 최대이며, 역사적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당초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25%에서 이번 합의 결과는 그 절반인 12.5%로 낮아졌다. 다른 품목은 25%에서 15%로 낮아졌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 12.5%는 일본의 기술력이나 경쟁력을 고려할 때 ‘충분히 대응할 만한 수준’이라며 협상에서 선방했다는 평가이다.
협상 과정에서 유에스 스틸(US Steel)을 인수한 일본 기업을 염두에 둔 듯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이 국가”라고 말하자, 협상 상대인 일본 측 아카자와(赤沢) 경제재생부 장관은 대미 수출 핵심 품목인 자동차를 두고 “자동차가 국가”라고 응수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24일 보도 하기도 했다.
이같이 자동차는 일본이나 미국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품목이다. 주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이번 주와 다음 주에 무역 상대국들과의 관세 협상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중요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내 산업 보호”라는 명목으로 설치된 관세 장벽이 실제로 미국의 이들 산업의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산업 사슬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것일까? 이 두 가지 의문은 의문으로서 끝날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대기업 제너럴 모터스(GM)는 22일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5% 감소한 19억 달러(약 2조 6,031억 원)를 기록했으며, 미국의 관세 부과로 11억 달러(약 1조 5,071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관세로 타격을 입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GM뿐만이 아니다.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램 브랜드(Chrysler, Jeep, Dodge and Ram brands)를 소유한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21일 2분기에 약 3억 8,700만 달러(약 5,302억 원)의 관세를 납부했으며, 관세 납부를 피하기 위한 전략인 생산 중단으로 인해 딜러에 대한 차량 출하량이 전년동기대비 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또 포드 자동차(Ford Motor)는 지난 5월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일시 중단했다. 관세 부과로 인해 이자 및 세금 공제 전 조정 이익이 약 15억 달러(약 2조 542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들은 무역 보호주의의 십자포화에 휩싸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각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며, 관세가 이 중요한 산업에 미치는 막대한 피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8월 1일부터 여러 국가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함에 따라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기존 비용을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세 부과의 누적된 영향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급증하는 비용에 직면한 기업들은 조정에 나서야 한다.
GM의 메리 바라(Mary Barra) 최고경영자(CEO)는 22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조립 공장에 40억 달러(약 5조 4,780억 원)의 신규 투자를 언급하며, ‘관세 부담을 크게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GM은 관세와 관련된 간접 비용 때문에 3분기에 미국 관세의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곤경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시기이다. 세계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지능화‘(electrification and intelligence)로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으며, 기술은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연구 개발(R&D) 투자와 국제 협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의 필요와 상충되는 무역 정책으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는 셈이다. 관세로 인한 수입 부품 가격 상승이 완성차 생산 비용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구매자 중심적 특성으로 인해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 전체 데이터에 따르면, 적어도 지금까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관세 인상을 고객에게 전가하기보다는 수익 감소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익 감소는 연구 개발(R&D) 자금 감소로 이어져, 기술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미국 국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관세 정책이 실제로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형성할 기술 분야에서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생산 체인 또한 심각하게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공급망은 국경을 넘나들지만, 관세 장벽은 이러한 공급망을 붕괴시킨다. 부품에 대한 높은 수입 관세는 조달 비용을 증가시키고, 스텔란티스의 납품 감소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관세를 피하기 위한 생산 중단과 같은 전략은 생산 일정을 차질로 이끈다.
한편,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이자 자동차 산업에 강점을 가진 한국이나 일본 역시 어려움에 처할 것은 뻔한 일이다. 트럼프 관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적대국이 아니라 동맹국들에게 펀치를 날리는 일이라는 점이다. 신뢰의 미국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로운 관세 부과 위협은 전 세계 ‘산업 체인 재편’을 촉발하여, 다른 국가들이 협력 모델을 조정하고, 대체 파트너를 찾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공급망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자칫 미국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혼란으로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한국산, 일본산, 중국산 부품 또한 미국의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 대상 중 하나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도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 2200만 달러(약 11조 2,575억 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차이나 오토모티브 뉴스는 ‘중국은 2024년 미국에 총 171억 5천만 달러(약 23조 4,817억 원) 상당의 자동차 부품을 수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한국, 일본, 중국산 부품에 대한 대체재를 신속하게 확보하지 못해 높은 관세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관세 장벽을 통해 “국내 산업 보호”(protect domestic industries)를 추구하는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자동차 산업 발전의 기본 원칙에 위배 된다고 볼 수 있다. 관세 장벽의 문제점은 너무나 많다.
상호 간에 무역 감소 및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보다 비싼 가격으로 구입해야 할 소비자의 후생 감소, 국제 무역의 관계 악화, 물가의 상승, 기업 경쟁력 약화, 빈번한 국제분쟁의 야기 등으로 ’자국 산업 보호‘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뛰어넘어, 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는 “수입 쿼터, 수입 허가제, 기술 규제 등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 장벽까지도 관세 장벽으로 간주”해, 이를 트럼프 정부 방식대로 수치화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게 무차별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즉 ’관세 폭탄‘(a tariff bomb)을 투하하는 것 같은 국제 무역 질서에 유쾌하지 않은 펀치를 휘두르고 있다.
역사는 진정한 산업 경쟁력은 장벽 뒤에 숨어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 왔다. 국제 경쟁이 없다면 기업들은 기술 혁신과 효율성 향상에 대한 의지를 잃게 되고, 이는 결국 세계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호무역주의가 일시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질서의 변화를 유발하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으며, 미국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활성화‘(revitalizing manufacturing)라는 목표에서 더욱 멀어지게 된다.
힘에 의한 평화, 힘에 의한 무역 질서의 재편, 힘에 의한 관세 매기기 등에 따른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열쇠는 산업 발전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개방성 수용, 미국의 공정한 경쟁 추구 등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물결에 직면한 미국 자동차 산업의 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한다.
화석 연료에 눈길이 깊게 드리운 트럼프의 미국 자동차 산업은 자칫 전동화라는 세계적인 물결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기에, 미국 우선주의, 보호주의가 아니라 산업 발전의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한 다자주의의 국제질서로 다시 눈길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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