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중국의 기술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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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중국의 기술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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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정페이, ‘어려움 생각하지 말고, 그냥 뚜벅뚜벅 실행하라’
- 복제 가능성의 문제 제기를 받는 화웨이의 독특한 모델
- 중국의 AI 전략, 딥시크(DeepSeek)와 새로운 기술 전선으로 전환
- 중국, ‘과학 민족주의’와 ‘전략적 인내’ 수용
- 중국의 개방적인 메시지, 폐쇄적인 정치 현실과 대조
- 민간인 인터뷰, 민간 부문을 재참여시키기 위한 국내 호출 역할
- 런정페이 회장의 인터뷰, 미국 수출 통제에 대한 전략적 반박
- 미국,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고립’이 아닌 ‘공정한 경쟁’을...
- 미국과 중국 간의 취약한 뉴노멀(New Normal)
-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미국의 중국 목조르기(Chokehold)
결국 진정한 시험대는 누가 상대방의 발전을 막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개방적이고 회복탄력적이며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이다./ 이미지=인공지능(AI)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어떤 나무에 이파리가 무성하게 자라 보기에 아주 좋다. 그런데 세차게 불어온 바람에 그 이파리들이 추풍낙엽(秋風落葉)이 되는 것은 뿌리가 깊숙하게 자리 잡지 못해 쉽게 흔들리고, 줄기와 이파리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아 쉽게 분리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한 국가의 깊은 뿌리어야 기술 혹은 과학 민족주의가 생겨나고 유지되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21세기 들어 미국과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첨예하게 첫째 자리를 놓고 경쟁에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중국에 대한 거침없는 다방면의 견제와 압박으로 오히려 중국은 과학과 기술 자립. 즉 기술 독립국 혹은 과학독립국을 위한 치열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기술 정책을 재조정하고, 중국 공산당 일당의 고압적인 정책만으로는 미국의 압박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인식하고,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 확대하고, 공산당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2025610,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대표들이 런던에서 또 한차례 긴박한 협상을 위해 회동하는 동안,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1면에는 전혀 다른 종류의 헤드라인이 인쇄돼 있었다. 거대 기술기업인 화웨이(Huawei) 창립자 런정페이(任正非)와의 심층 인터뷰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크게 게재됐다. 이전에는 중국 공산당(CCP) 최고위층에게만 허용되었던 지면에 미디어 플랫폼 개인 기업가인 런정페이와의 심층 인터뷰기사가 실렸다.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정치 전문가들은 이 신문 사설의 두드러진 활약은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개방된 국가일수록 우리의 진보를 더욱 촉진한다는 인터뷰기사 제목은 단순한 사업 메시지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이는 정치적 신호이자, 결집의 외침이요, 기술, 민간기업, 그리고 미국과의 경쟁에 대한 중국의 접근 방식에 대한 전략적 재조정이라는 게 양 젠리(Jianli Yang) 박사의 지적이다.

양 젠리(Jianli Yang) 박사는 중국 시민의 힘 이니셔티브’(Citizen Power Initiatives)의 창립자이자 대표이며, “살아있는 사람들 : 진실을 밝히는 여정”(The Living: A Journey to Shine the Light on Truth)가치 기반의 경제적 NATO를 위한 시간”(Time for a Values-Based “Economic NATO.)의 저자이다.

이같이 중국에서는 절대불변의 강압적 중국 공산당의 변신이 민간 기술과 정당 사이에 새로운 거래와 협상이 등장하면서 중국의 기술 독립국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당과 민간기업이 과거의 앙숙 관계가 지금은 긴밀한 협력 관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물론 당의 권위는 전혀 손상되지 않은 상태는 유지된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민간 기술 부문은 불확실성 속에서 놓여있었다. 공산주의, 사회주의의 이념이 민간기업의 기술 발전을 저해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규제 단속은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腾讯), 디디추싱(滴滴出行) 같은 거대 기업을 겨냥하며 기업가 계층에 냉기 가득한 얼음덩어리를 부어 넣었다.

한때 중국 혁신의 상징이었던 알리바바 창업자 잭 마(馬雲, 마윈)는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투자는 둔화되었고, 위험 감수 성향도 약화 되었으며, 베이징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민간 ​​자본은 용인되지만, 공산당이 정한 경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제약과 분위기 속에서는 창조적인 기술 발전은 그림의 떡(畫中之餠)이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서구에서 시작해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부상은 기술적인 면을 재편하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미국은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 그리고 중국의 첨단 칩 접근 제한을 강화했다. 이러한 새로운 맥락에서 런정페이의 런민르바오의 인터뷰는 당과 민간 분야와의 재조정의 신호탄이었다. 공산당이 기술 부문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한 민간 주도의 사업에 대한 새로운 개방성을 시사한 것이다. 거칠고 뻣뻣했던 공산당이 다소 유연해지기 시작했다.

런정페이가 공산당 기관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의 제재와 그의 딸 멍완저우(孟晚舟)의 캐나다에서의 심각한 국제적 갈등을 빚어낸 구금이라는 시련 속에서 다져진 그의 신뢰는 새로운 담론에 힘을 실어준다.

바로 민간기업이 단순히 용인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기술 미래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다. 한 중국 평론가의 지적처럼, ”런민르바오는 런정페이의 목소리를 빌려 중국이 민간기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사실, 민간기업은 여전히 ​​기술 봉쇄를 돌파하는 주요 동력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 런정페이, ‘어려움 생각하지 말고, 그냥 뚜벅뚜벅 실행하라

아날로그 사회에서 엄격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창업자 혹은 최고경영자는 디지털 사회에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런정페이는 그러한 디지털 마인드로 냉정하면서도 매우 도전적으로 기업을 운영해 나갔다. 그는 화웨이의 칩이 미국에 한 세대 뒤처져 있다는 어려움은 인정하면서도, ‘물리학을 보완하는 수학’(mathematics supplementing physics)클러스터 컴퓨팅을 통해 화웨이가 여전히 애플리케이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려움 ? 그거 생각하지 말라. 그냥 뚜벅뚜벅 해나가면 된다과학과 기술 민족주의의 깃발을 들고 당차게 나아가라는 목소리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런정페이의 진정한 초점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사람, 특히 과학자와 연구자들에게 집중됐다. 런정페이 회장은 전시 농학자(wartime agronomist) 뤄 덩이(Luo Dengyi)부터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투유유(屠呦呦, Tu Youyou), 지구물리학자 황단넨(Huang Danian)까지 외로운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그들의 연구가 당시에는 쓸모없다는 이유로 종종 무시당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운명을 바꾼 획기적인 발견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런정페이 회장은 기초 연구를 하지 않으면 뿌리가 없다면서 잎이 아무리 무성하더라도 한 줄기 바람에 쓰러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웨이가 250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 중 3분의 1을 기초 연구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즉각적인 상업적 성과 없이 운영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특유의 장기주의(long-termism), 즉 기술적 자립을 위해 기꺼이 투자하고, 기다리고, 좌절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과학기술 독립국, 기술 민족주의의 초석이다.

* 복제 가능성의 문제 제기를 받는 화웨이의 독특한 모델

일부 중국 분석가들이 지적하듯이 화웨이는 전형적인 민간기업이 아니라는 반론이다. 그들은 화웨이의 성공이 수년간의 정부 지원, 우선 조달, 그리고 특유의 준군사적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한 정책 전문가는 런정페이의 역할은 개혁개방 초기의 롱이런(荣毅仁, Rong Yiren)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국가 자원의 혜택을 누린 모범적인 기업이라는 것이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초기 한국의 몇몇 대기업 그룹의 급속한 발전은 박정희 정부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그러한 놀라운 성취가 있었을까? 중국 화웨이도 유사하다.

롱이런은 20세기 초 중국 최대의 기업가 가문에서 장쑤성 우시에서 태어난 저명한 중국 산업가이자 사업가였다. 그의 가족은 제분소, 은행, 방직 공장을 운영하며, 상하이의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자 많은 부유층이 중국을 떠났지만, 롱이런은 빈곤 퇴치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 중국에 남기로 했다. 마오쩌둥(毛澤東)으로부터 국민 자본가로 칭송받았고, 사업 운영을 계속했지만, 특히 문화대혁명 당시 개인적, 직업적 손실을 입는 등 어려움에 직면했다.

1970년대 후반 마오쩌둥의 사망과 덩샤오핑의 경제 개혁 이후, 롱이런은 중국이 시장 경제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中國國際信託投資公社)를 설립하여 외국인 투자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롱이런은 임기 말까지 거의 2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축적했고, 중국이 세계 경제에 편입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업적은 중국의 과거와 경제 개혁 시대 사이의 간극을 메운 데 있으며, 이를 통해 그는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당연히 화웨이와 국가 간의 관계는 공생적이다. 공산당 정부는 특히 미국의 압력에 직면하여 국가적 영웅으로서 화웨이가 필요했다. 반면 화웨이는 자본, 계약, 그리고 보호의 원천으로서 국가가 필요했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자유분방한 자본주의가 아니라, 중국 특유의 국가 주도 기업가 정신과 같은 것이다.

* 중국의 AI 전략, 딥시크(DeepSeek)와 새로운 기술 전선으로 전환

런정페이의 인터뷰 시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특히 생성형 AI 분야에서 전략적 전환을 겪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파괴보다는 통제 가능성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 초기 잠시 멈칫했던 베이징 당국은 이제 AI 개발을 새로운 활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GPT-4 성능 수준에 근접하는 중국 국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 딥시크(DeepSeek)의 부상은 국가적 야망을 크게 고조시켰다. 동시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상징적으로 기술적 한계를 깨고, 중국이 결국 미국의 기술 장벽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해줬다.

사회주의를 바라봤단 자본주의, 민주주의의 과거 시각으로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 중국의 AI 접근 방식은 국가적 지침, 민간 부문의 독창성, 그리고 오픈소스 협업이 독특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과 같은 거대 자본이 투입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미국의 오픈 AI’의 챗지피티(chatGPT)의 성능과 맞먹는 인공지능을 탄생시켰다.

또 하나 중국은 이 딥시크 모든 소스를 공개하기로 했다. 세계인 모두가 참여해 함께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했다는 그 개방성이 중국 공산당 정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을 해낸 것이다. 이렇게 중국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선도적인 민간기업으로 구성된 국가 AI “(National AI Team)을 구성하고, 오픈 혁신 및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러한 생태계는 미국 거대 기술기업들이 선호하는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모델과는 달리 AI 혁신의 신속한 확장과 확산을 가능하게 했다. 과거의 획일적이고 고압적인 공산당 일당 국가에서 대변화, 급변화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 중국, ‘과학 민족주의전략적 인내수용

런정페이 회장 인터뷰의 핵심 주제는 기초 과학에 대한 강조이다. 그는 즉각적인 상업적 수익이 아닌 수십 년간의 끈기 있는 노력으로 획기적인 성과를 달성한 투유유와 같은 과학자들을 칭찬한다. 런정페이는 단순한 민간기업의 회장이 아니라 국가의 최고지도자의 미래에 투자하는 마음으로의 기업 운영은 자본주의 사회의 반관반민(半官半民)의 형태를 보인다.

화웨이가 R&D 예산의 3분의 1(연간 약 600억 위안, 114,150억 원)을 기초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민간 부문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이다. 중국 기업들은 짧은 시간에 적은 투자로 큰 이익을 보기 위해 경쟁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남의 기술을 훔쳐 모방품을 만들어 돈만 벌면 최고라는 장기적 안목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장기적인 관점으로 중국이 과학 주권’(scientific sovereignty)을 점점 더 강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메시지는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의 과학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덩샤오핑(鄧小平)1978과학기술대회에서 역사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덩샤오핑은 과학을 권력의 공고화를 위한 정치적 수단이자 근대화를 재점화하는 정당성 확보 도구로 활용했다. 시진핑은 그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듯하다. 과학과 첨단기술 민족주의를 활용하여 권위를 강화하고, 국민적 단결을 도모하며, 성장 둔화와 세계적 탈동조화 속에서 당의 메시지를 다시금 확고히 하는 것이다.

* 중국의 개방적인 메시지, 폐쇄적인 정치 현실과 대조

국가가 더 개방적일수록 우리는 더 발전한다“(The More Open the Nation, the More We Progress)라는 런민르바오 기사 제목은 분명히 국내외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워싱턴이 중국 유학생을 제한하고, 문화 교류를 축소하며, 반도체와 AI 도구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시기에, 중국 공산당은 역설적으로 스스로 개방성의 옹호자’(a champion of openness)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료가 아닌 민간인을 통해 전달된 이 메시지는 더욱 설득력 있는 메시지이다.

물론 이러한 수사적 개방성정치적 현실과 갈등 관계에 있다. 중국은 특히 정보 경제 분야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중국의 AI 관련 법률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이며, ”핵심 사회주의 가치와 공산당이 정한 콘텐츠 통제와의 부합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 메시지는 전략적이다. 기술 이전, 과학 협력, 데이터 접근의 개방성은 중국의 부상에 도움이 돼야 하지만, 정치적 통제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 중국 특유의 정치 시스템이다. 정치적 통제 없이는 더 이상 시진핑 통치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민간인 인터뷰, 민간 부문을 재참여시키기 위한 국내 호출 역할

지정학적 측면을 넘어, 이 인터뷰는 국내 동원 장치이기도 하다는 게 양 젠리 박사의 견해이다. 경기 침체, 높은 청년 실업률, 그리고 민간 투자 위축 속에서 시진핑은 런정페이와 같은 일부 민간 기업가들을 애국심 넘치는 생산성의 상징으로 재편하고 있다. 시진핑은 이같이 기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 민족주의를 위해서는 시진핑의 유연한 지휘 솜씨가 필요한 급속한 변화의 시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목표는 두 가지이다. 공산당과 민간 부문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의 국가적 사명감을 되살리는 것이다. ‘포위 속에서의 자립’(self-reliance under siege)이라는 담론은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포위의 주체는 당연히 미국이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대()중국정책은 사실상 비효과적이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런정페이 회장의 장기주의(long-termism)에 대한 호소와 기술 격차에 대한 겸허한 인정은 엔지니어, 과학자, 기업가 세대가 고난을 견뎌내고, 안주하지 않고, 국가 재건에 헌신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그러나 정책 분석가 쉬 하오란(Xu Haoran)정신력만으로는 제도적 지원을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열심히 일하라는 구호는 마오쩌둥 시대의 권고와 유사하지만, 지적 재산권 보호 규제의 명확성 자본 접근성에 대한 개혁이 없다면, 단순한 도덕적 연극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 런정페이 회장의 인터뷰, 미국 수출 통제에 대한 전략적 반박

런정페이의 인터뷰 발언은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2018년 이후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AI , 고성능 컴퓨팅 도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왔다. 화웨이는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 서 있었는데, 처음에는 미국 상무부의 거래 제한 기업 목록’(Entity List)에 포함되었고, 이후에는 엔비디아(Nvidia)A100/H100 칩에 대한 접근을 더욱 광범위하게 금지했다.

이러한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중국은 우회 전략을 증가시키고 있다. 클러스터 칩 아키텍처(Clustered chip architecture), 알고리즘 효율성(algorithmic efficiencies), 그리고 국내 팹(fabs)에 대한 투자 증가는 모두 미국과 그 일부 동맹국들의 목조르기’(chokehold)를 무력화하기 위한 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은 브릭스(BRICS)확대 노력과 글로벌 사우스와의 유대관계를 더욱 긴밀화하면서 미국의 목조르기에 대응하고 있다.

마치 1979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가 권위주의 독재 정권에 맞서며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그 유명한 말이 세상을 바꿔 내듯, 미국의 목조르기에도 중국은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중국이다.

반면에 미국은 전통적인 동맹국을 상대로 방위비 증액, 관세 부과 등 동맹의 가치는 뒤로하고 윽박지르기에 여념이 없는 미국 동맹국들도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면서 동맹으로서의 연대감은 약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 화웨이는 5G 휴대폰 생산을 재개하고 자체 AI 칩을 출시했으며, 국내 AI 플랫폼에 투자했다. 인민일보(런민르바오) 인터뷰는 제재(制裁)가 중국의 기술적 성장을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좌절시킬 수는 없다는 반론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런정페이의 목소리를 통해 중국은 기술 전쟁에서 주도권을 되찾고, 방어적인 자세에서 자신감 넘치는 반박으로 전환하고 있다. 마치 힘을 배경으로 하는 중국의 외교 전략 중의 하나인 이른바 전랑외교’(战狼外交, wolf warrior diplomacy)와 흡사하다.

* 미국,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고립이 아닌 공정한 경쟁...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엇갈린 결과를 낳았다.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가 세상에는 늘 작동한다. 특정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둔화시켰지만, 동시에 대규모 국가 투자를 촉진하고 국내 혁신을 가속화하며 국가적 위기감을 조성했다.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AI 기업들의 등장은 중국이 오픈소스 모델과 국가 주도의 협력을 활용하여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더욱 파편화된미국 시스템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방식이다. 오로지 힘에 의한 우위 지키기 전략은 트럼프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에게 진정한 위험은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워싱턴이 자만해 온 분야에서 중국이 앞지르는 것이다. 미국이 한눈파는 사이, 중국은 그 틈을 세차게 밀고 들어온 셈이다.

미국의 역사적 우위는 재능, 아이디어, 그리고 위험 감수에 대한 개방성이었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중국 학생 포함) 유학생, 과학자, 그리고 기업에 대한 다양한 제한 조치는 그러한 우위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최근 하버드 대학, 컬럼비아 대학 등 반()유대주의를 없애라며 보조금 삭감, 대학에 대한 행정력을 동원한 일방적 억압, 이른바 DEI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배제하라는 트럼프의 미국은 그 역사적 우위의 요인들을 제거하는 이상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앞서 나가려면 세계적 수준의 대학, 기초 연구, 민관 협력, 그리고 과감한 사고를 장려하는 문화라는 미국만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과학적 진보는 전 세계적인 것이다. 아무리 높은 장벽이라도 혁신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혁신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 미국과 중국 간의 취약한 뉴노멀(New Normal)

런정페이의 인민일보 1면 인터뷰는 중국의 자신감과 실용주의를 보여준다. 공산당은 기술 분야에 대한 통제를 포기하지 않고, 민간기업을 다시 참여시키고, 기초 연구에 투자하며, 세계에 대한 개방성을 시사하는 등 재정비하고 있다. ‘공산주의는 싫다는 이념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인식은 자칫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흘러 중국의 변화를 잘 못 보거나, 보고 싶지 않아 일부러 무시해 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취약한 뉴노멀(new normal)에 갇혀 있다. 라이벌이면서도 파트너이고, 경쟁자이면서도 상호 의존적인 관계라는 사실을 현실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위험은 한쪽이 이기고 다른 쪽이 지는 것이 아니라, 양측 모두 자멸적인 고립 상태로 후퇴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진정한 시험대는 누가 상대방의 발전을 막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개방적이고 회복탄력적이며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이다. 당초 민주주의 가치가 바로 개방성,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그러나 폐쇄성, 획일성, 불공정성, 배타성은 루저(looser)의 길로 가는 요소들이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변화가 조금씩 보이는 변화로 중국 공산당 일당 국가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변화 시간의 주인이 되는 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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