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대법원은 16일(현지시간) 자국의 평등법의 영향을 받는 사안에서 “여자는 생물학적 여성”(Woman Is Based on Biological Sex)을 말한다고 결정했다. 이같이 성별 판단의 기준을 구체화함으로써 영국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젠더(gender)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성별인식증명서(GRC=Gender Recognition Certificate)를 지니고 있는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고 해도, ‘여자’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평등법상 여자가 아니라는 판결이다.
영국 평등법은 개인이 차별로부터 보호를 받고, 공평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우 lgo 기존 법률을 보완, 통합해 지난 2010년 시행됐다.
AP통신은 이번 판결과 관련, 이 소송을 제기한 스코틀랜드 여성을 위한 단체(For Women Scotland)의 공동 대표 수잔 스미스(Susan Smith)는 “성별(sex)은 상식,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과학과 현실을 부정하려 애쓰는 토끼굴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도 중요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법률은 공공과 민간 부문을 따지지 않고, 고용, 교육, 의료, 주거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만큼 이번 대법원 결정이 몰고 올 파장이 작지 않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영향이 가장 먼저 가시적으로 드러날 분야는 시민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이다.
남자나 여자 전용 화장실, 탈의실, 쉼터 같은 곳에 성전환자들의 출입을 통제할 법적인 근거가 생겨났고, 나아가 여성 전용이나 남녀를 구별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기관인 영국 ‘평등인권위원회’가 이들 분야에 더 간결하고 뚜렷한 지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명의 판사는 영국 평등법(U.K. Equality Act)에 따라 트랜스 여성은 탈의실, 노숙자 쉼터, 수영장, 여성에게만 제공되는 의료 또는 상담 서비스 등 일부 그룹과 단일 성별 공간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영국 법원은 이번 판결이 영국법에 따라 여전히 차별로부터 보호받는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특정 보호는 생물학적 여성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며 트랜스젠더 여성에게는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은 영국에서 다른 국가들, 특히 미국에서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했던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했다. 지난 4년간 미 공화당이 장악한 주들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전환 치료를 금지하고, 트랜스젠더 여성과 소녀들이 자신의 성별에 맞는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며, 트랜스젠더가 사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을 제한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 이후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정의하는 명령에 서명했으며, 트랜스젠더 군인들을 군에서 추방하고, 19세 미만 청소년을 위한 성전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연방 예산 지출을 차단하고, 전국적으로 스포츠 참여를 금지하려 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받고 있다.
영국 사례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지난 2018년에 통과시킨 스코틀랜드 공공기관 이사회 구성원의 50%를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법안에서 비롯되었다. 성별 인정 증명서를 소지한 트랜스젠더 여성도 할당량 달성에 포함되었다.
패트릭 호지(Patrick Hodge) 판사는 이 사건을 요약하며 “성별 관계를 증명서에 기재된 성별 관계로 해석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정의를 왜곡하는 것이며, 따라서 성(性)이라는 보호되는 특성을 일관성 없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는 이질적인 집단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페인 단체인 스코티시 트랜스(Scottish Trans)는 이 판결에 대해 ‘충격과 실망’을 표하며, 이 판결은 2004년 성별 인정법에 명시된 트랜스젠더에 대한 법적 보호를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의회의 녹색당 의원인 매기 채프먼(Maggie Chapman)은 이 판결이 인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매기 채프먼은 “트랜스젠더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정치인들과 언론의 주요 매체들로부터 냉소적인 표적이 되고 악마화되어 왔다. 이로 인해 오랜 세월 지속되어 온 권리에 대한 공격과 그들의 존재 자체를 말살하려는 시도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 정부에 도전했던 단체들은 법원 밖에서 샴페인 한 병을 뽑고 “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다”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AP는 전했다. 섹스 매터스(Sex Matters)의 마야 포스테이터(Maya Forstater)는 “법원은 우리에게 올바른 답을 주었다. 성별이라는 보호되는 특성, 즉 남성과 여성은 서류 작업이 아닌 현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022년 한 고용심판소는 그녀가 온라인에 성차별적인 견해를 게시한 후 일자리를 잃었을 때 차별의 피해자였다고 판결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남자와 여자를 더 과감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견해에 일부 동의한다. 영국의 법률업체 어윈 미셸의 고용 전문가인 조 모슬리는 “이번 결정에 따라 고용자들 합법적 결정을 하는 데 법률적 확실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당장 고용자가 노동자를 채용할 때, ‘성별 인식 증명서’에 따라 여성 인증을 받은 남성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선명한 기준이 하나 생겨난 셈이다.
한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을 포함한 반대자들은 트랜스젠더를 성 차별 보호에서 제외하는 것은 인권법과 상충된다고 주장했다. 앰네스티는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한 의견서에서 영국과 해외에서 트랜스젠더의 권리가 악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인권 단체는 트랜스 여성을 단일성별 서비스에서 배제하는 일괄적인 정책은 합법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밝혔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