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간이 어찌 몸에 이로운 것들만 하고 살겠는가. 이렇게 따지면 자연에서 난 그대로의 음식이 아닌 모든 가공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하며, 무엇보다 이렇게나 지랄스럽게 공기가 안 좋은 서울 땅을 떠나고 볼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담배가, 피우지 않는 것 보다는 분명 해롭지만. 다른 각종 몸에 해로운 것들에 비해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담배를 피우는 인간. 그리고 피우지 않는 인간. 담배를 피우는 인간은 또 다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건 남자와 여자이다.
이 사회는 비교적 남자 흡연가 에게는 너그럽다. 물론 그들은 ‘아...옛날에는 극장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당당히 피웠는데 말이지’ 하며 요즘의 흡연 환경에 대해 상당히 불만이 많겠지만 적어도 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남자 흡연가 에게 세상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한때 여자 흡연가는 무조건 ‘나가요’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나가요가 아니고서야 감히 어찌 여자가 하는 분위기가 있었더랬다. 허나 운동권 여대생들이 열심히 담배를 피워댄 70년대와 80년대 덕분에 담배 이퀄 ‘나가요’의 공식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뭐 그렇다고 해서 여성 흡연가 에게 너그러운 시선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여자들은 담배를 피우면 눈총을 받는다. 똑 같은 조건에서의 남자보다 그렇다.
나는 술자리나 커피를 마시러 가면 담배를 피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나와 함께 자리를 한 타인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피워 본적은 없다. 그건 비 흡연가에 대한 당연한 배려이고 내 생각에는 그런 배려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흡연가는 흡연가의 자격이 없다. 하지만 나는 현재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흡연을 떡 하니 하고 있는 남자에게도 양해를 구한다. 왜냐면 욕먹기 싫으니까.
그들은 담배를 피워도 되냐는 내 질문에 ‘아니 안 돼’ 라고 말 하지는 않는다.(지도 피우고 있으므로 사실 그러긴 힘들겠지만) 하지만 그렇게 물어보고 피울 때와 물어보지 않고 피울 때의 반응은 천지차이이다. 물어보지 않고 담배를 피운다면 설사 그들이 내 앞에서 맛있게 담배를 피우고 있던 중이라 하더라도 십중팔구 무슨 큰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한때는 이렇게까지 치사스럽고 더럽게 내가 담배를 피워야 하나 싶었지만. 결론은 그러고서라도 피우고 있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몸에 안 좋은 모든 것들은 독약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그 중 흡연은 거의 마약급의 취급을 받으면서 흡연가들은 빨갱이가 사라진 이 시대에 무찌르자 공산당이 되었다. 예전에는 어디서든 담배를 피울 수 있었지만 요즘의 흡연가들은 유리로 된 우리 안에서 피워야 한다.
물론 나도 비 흡연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백 번 인정한다.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그들이 순전히 우리 때문에, 우리와 똑 같이 연기를 들이마시고, 그리하야 우리와 폐의 상태가 똑같아진다면 그거야말로 불공평한 일이다. 하지만 흡연가를 태하는 대도를 꼭 그렇게 짐승 대하듯 해야 하는 걸까?
흡연실은 안락하면 큰일 난다는 듯. 매우 딱딱한 의자와 커다란 쇠 재떨이. 그리고 전혀 환기가 되지 않아 온통 뿌연 담배연기와 담배 냄새로 숨막힐 듯한 공간이다. 담배 피우는 주제에 무슨 안락한 의자와 환경을 찾느냐고? 아니 그러면서 세금은 왜 그렇게 걷어간데? 인간 취급도 해 줄 수 없는 인간들한테 대체 왜 그렇게 담배 값은 해마다 올려 받냐고.
커피전문점으로 들어가면 문제는 더 극명해진다. 우리도 비흡연가들과 똑같이 돈을 내고, 스몰 사이즈 빅 사이즈 하면 될 것을 톨이니 그란떼니 하는 같지도 않은 용어를 쓰는 그들에게서 비싼 커피를 사 마시는데 왜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인 흡연 구역은 그 모양인가.
여름이면 냉방 안 해줘. 겨울이면 난방 안 해줘. 근데 그나마 이건 실내일 때나 그렇다. 어떤 곳은 흡연가들에게 실외 공간을 무척 인심 쓰듯 내어준다. 맑은 날에는 그나마 ‘오우 유럽의 노천카페 분위기군’ 하면서 넘어갈 수 있지만 비 오고 바람 불고 춥거나 더우면 내가 왜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내면서까지 이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렇게 흡연가들을 박대하는 그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라. 흡연 인구를 줄이겠답시고 그들이 내세우는 정책이란 점차적으로 담뱃값을 무한대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비싸면 안 피운다고? 약간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택시비를 생각해보라. 처음 택시비를 올리면 사람들이 움찔 하면서 잘 안탄다.
그러나 그 가격에 이내 익숙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사람들은 택시를 탄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처음 올릴 때에나 움찔하지 역시 익숙해지면 또 다시 예전과 동일해진다. 그렇다면 그들이 꼬박꼬박 올려 받는 담뱃값과 세금으로 흡연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고 비흡연가를 보호하는 곳에 쓰이지도 않는다는 사실은 더 웃긴다.)
다시 말해 이건 그냥 가격을 올려 받고 싶고 그래서 돈 벌겠다는 소리일 뿐이다. 그러니까 올려 받는 건 좋은데 제발 우릴 위해 서란 말 따위는 하지 말길. 딴 년 찾아 떠나면서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거야’ 라고 말하는 재수 없는 자식들하고 똑같으니까.
만약 누군가가 담배를 끊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내 친구는 그런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아니 이 좋은걸 왜 끊어야 해?’ 나도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생각은 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이주일 아저씨가 하늘에서 땅을 치며 (근데 하늘서 땅을 칠 수 있나?) 폐암 걸려 후회 말고 지금 끊으라고 하겠지만. 알다시피 폐암은 담배를 피우기 때문만으로는 볼 수 없다.
담배를 평생 안 피운 사람도 폐암으로 죽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한테 구더기이다. 따라서 제아무리 무서운 구더기가 있다 하더라도 일단 담겠다고 맘먹은 이상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는 것이다.
담배는 내 오랜 친구이다. 특히 글을 쓸 때.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리고 막 화가 나서 미치려고 할 때. 그 친구는 나를 안정시켜 주고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중독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인간이 살며 단 한가지의 중독도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담배를 선택하겠다. 그는 나에게 원하는 게 별로 없다. 단지 3천원 내외의 돈만 지불하면 언제든지 내 친구가 되어준다. 담배가 없었다면 나는 글을 쓰지 못했을지도 모르며 (이 글이 아니라) 화가 났을 때 잠시 가라앉히는 시간 없이 바로 폭발해서는 TNT급의 폭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담배에 약간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오해는 마시라.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에게 담배를 권하는 건 절대 아니다. 피우지 않으면 그냥 그런 채로 살면 된다. 모르면 모른 채로 사는 인생도 나름 좋으니까. 하지만 이미 알게 된 우리들을 너무 짐승 취급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으로 어떤 시대는 술을 권했듯. 지금 이 시대는 담배 권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담배 끊는 캠페인 백날 하느니 제발 물가 안정에 국회의원들 치고 박고 싸우는 거 좀 안 보게 해 줄 수 없나?
나야 그런 이유로 담배를 피우지는 않는다만,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일로 열 받아서 담배를 더 피우게 되는 혹은 애써 끊었는데 씁쓸해하며 다시 물게 되는 사람도 있다. 니들도 거기에 대한 통계를 내서 뉴스에 내보내지 않았던가. 경기가 이따위가 되면서 조금씩 줄고 있던 흡연 인구가 4년 만에 더 늘었다고.
출처 -연애통신 불루버닝 컬럼에서-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