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선거제를 전면 개편한 후 처음으로 치러진 홍콩 입법회 선거가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BBC가 20일 보도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30.2%만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는 홍콩 선거 역사상 최저치다.
중국은 지난 3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승인했다. 해당 개편안으로 중국은 모든 후보자를 검증할 권한을 가지게 됐다.
홍콩 정부 관계자들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비평가들은 이로 인해 홍콩 민주주의가 약화했다고 지적한다.
이번 선거는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도입한 후 치러진 첫 총선이다. 법안 시행 후 2019년 홍콩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여한 민주화 운동가들을 처벌하기 쉬워졌다.
홍콩 입법회, 또는 레그코(LegCo)로도 알려진 이 단체는 홍콩 법안을 수립하고 개정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입법회 의석 총 90석 가운데 20석만이 직접 선출된다. 40석은 친중 성향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명하며 나머지 30석도 전통적으로 친중에 가까운 비즈니스와 무역에 종사하는 직능대표 선거로 뽑는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후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당황했다.
선거일 동안 대중교통은 대부분 무료로 운행됐다. 정부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모든 운전자는 각자에게 배정된 투표소를 알고 있었다. 유권자들은 투표소를 들락날락했지만, 줄이 늘어선 광경을 보긴 힘들었다.
SNS에는 사람들이 투표소가 아닌 관광지와 지방 공원, 연례 식료품 박람회를 방문한 사진이 잔뜩 올라왔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투표율 목표치를 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백만 명이 넘는 홍콩인들이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선거를 겨냥한 외부 세력의 거짓말과 비방을 일축했다"고 전했다.
앞서 에릭 창 홍콩 정치체제·내륙사무장관은 서구 언론이 '개선된' 선거를 깎아내리기 위해 비방전을 벌여왔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선거일 전인 18일(현지시간) 450만 명의 유권자들에게 단체 문자를 전송해 투표를 독려했다. 홍콩 내 최대 친중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DAB)의 스태리 리 주석은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투표소에 따르면 투표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회계사라고 밝힌 한 20대 여성은 AFP 통신에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은 중국의 뜻대로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내 투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홍콩의 수많은 야당 또는 민주화 인사들이 투옥되거나 투표에 참여할 수 없게 됐으며 망명길에 올랐다.
일부 운동가들은 사람들이 선거를 보이콧하거나 항의의 뜻에서 백지 기표용지를 제출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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