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 인식, 이견 넘어 단절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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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대북 인식, 이견 넘어 단절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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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직 관리들 "정책검토 과정서 조율해야"

한·미 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한 조율과 공조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대북 인식이 이견을 넘어 단절된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VOA가 19일 보도했다.

한국과 미국이 정상 간 전화 통화와 정부 논평 등을 통해 “같은 입장”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양국 대북 접근법의 접점보다 간극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며 비핵화 전략을 고심하는 단계에서 한국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식 접근법에 대한 선호를 공공연히 드러낸 것은 동맹국에 부담을 주고 양국 간 확연한 온도 차만 노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 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전직 관리들은 적어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 “미-북 정상회담 필요성”에 대한 미-한 간 인식은 차이를 넘어 완전히 “단절(disconnect)”됐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말뿐 아닌 실질적 비핵화의 구체적이고 검증된 증거가 있을 때까지 김정은과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후보 시절부터 분명히 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따라서 “청와대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를 바이든 행정부 외교의 기반으로 삼으라고 촉구하는 것은 국내용일지는 몰라도 바이든 행정부의 방향을 정확히 측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8년 싱가포르 미-북 회담을 7번이나 언급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회담 공동선언을 계승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인 싱가포르 합의를 기반으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가 동맹과의 조율을 통해 대북 접근법을 구체화하기도 전에 나온 한국 고위 당국자들의 이같은 공개 발언은 워싱턴에서 냉담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린 선임부소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외교를 지지한다고 확신한다”면서 “하지만 청와대는 미국 현 행정부가 믿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조차 속으로는 믿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상을 영속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소수나마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정상 간 대면 방식을 비교적 높게 평가하며 여기서 나온 합의를 새 대북 전략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직 관리의 목소리도 없진 않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니얼 러셀 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사임한 뒤 차관보 직무를 수행했던 수잔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미-북) 싱가포르 선언은 완벽하진 않지만 좋은 출발점”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도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공화 양당 행정부에서 대북 강온 전략을 오랫동안 두루 경험한 워싱턴 정가의 이른바 ‘올드 타이머’들 가운데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을 공유하는 인사는 많지 않다.

1, 2차 핵 위기를 거치며 협상을 통한 ‘단계적 접근법’으로 북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협상의 주역들과 워싱턴의 ‘대화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 외교와 협상은 득보다 실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미 정부 바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성공으로 간주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고, 많은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접근법을 계승할 것이라는 한국의 희망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를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증강과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결국은 허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에 대한 한미 간 이견”으로 규정했다.

워싱턴 조야에서 한미 전략 공조의 기본 전제를 흔들 수 있는 근본적인 이견으로 우려하는 것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뢰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거듭 천명한 핵 무력 증강 계획은 북미 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신뢰를 나타냈다.

하지만 마이클 그린 CSIS 선임부소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높다는 한국 정부의 거듭된 주장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계승 이견에 이어 미-한 대북 인식의 두 번째 “단절”로 꼽았다.

그린 선임부소장은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현실에서 어떤 근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김정은의 발언은 미국이 비핵화를 하면 북한도 그렇게 하겠다는 뜻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정은이 말한 “조선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핵 포기”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이런 사실은 워싱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의용 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 김 위원장이 ‘핵 포기’를 약속한 것처럼 미국에 전달한 것이 최대압박 기조를 이어가던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 급전환의 “원죄”가 됐다는 진단과 비판이 이어져 왔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미 정부 안팎의 전문가들 중에, 정권을 움직일 특별한 강제 조치가 없는 이상, 북한이 이 시점에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김정은은 8차 당 대회 때 강력한 핵무기 역량 확보를 북한의 오랜 전략적, 지배적 목표로 상기시키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북한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것으로 묘사하면서 핵 억지력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는 핵무기 포기 의지나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한국 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동맹과의 협의와 조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 문제든 북한 문제든 미국이 너무 빨리 움직여서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이 미국과 함께 가지 않는 것이 리스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파트너와 동맹국들도 우리의 전략적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근본적인 목표는 그것들을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전직 외교 당국자들은 그러나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한미 간 극명한 견해차가 이같은 전략적 목표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마이클 그린 CSIS 선임부소장은 “미국과 한국 정부가 현실적인 판단을 공유할 때까지 대북 전략을 서로 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린 소장이 말하는 “현실적인 그림”은 물론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식 정상회담에 관심이 없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혀 믿지 않는다는 전제를 말한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루 살피면서 새로운 접근법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국내 현안 해결이 시급하고 대외적으로 중국, 러시아, 이란 문제 등에 집중하고 있어 북한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이런 지적과 관련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미국의 시급한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며 “다음 조치를 언제 보게 될지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겠지만 조율은 계속되고 있고 아주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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