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이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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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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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만 자란 탓에 우리나라 땅이 좁은 줄을 몰랐는데 결혼하여 서울에서 살다보니 땅 한평이 왜 그리 귀한지. 철없던 시절엔 도시를 동경하고 까맣게 그을린 피부가 창피 하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지금은 건강하게 보인다며 오히려 선텐을 한다, 헬스를 다닌다 하며 야단이다.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아 졌다고 할 수는 있지만 도시의 세련미보단 자연 그대로의 멋을 찾아 볼 수 없는 이쉬움이 더 크다.

내 기억으론 100m달리기를 하다보면 골인 지점이 가물가물 할 만큼 넓고도 넓은곳이 시골 운동장이다. 운동회를 할 때면 전교생이 다 나와 이어달리기, 오자마 던지기, 줄달리기,가장행렬등 을 했다. 일찌감치 나와 자리 다툼까지 하는 장사 아저씨들의 소란도 이날은 시끄럽지가 않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또 뽂기'를 만들어 파는 곳으로 설탕을 국자에 담아 연탄불에 서서히 녹이다 보면 굳어 지는데 그때 동물모양, 칼, 총, 꽃모양의 틀에 부어 찍어 내는 것이다. 이때 커다란 총이나 칼이 나오면 남자 아이들은 사지 않고는 안된다. 솜사탕 장사도 이날은 대목이다. 설탕을 한숟가락 삼킨 회전통 안에 나무 젖가락 하나로 내 저으면 하얀 거미줄 같은 실이 감겨져 커다란 솜방망이가 되어 나오는 것이 신기에 가깝다.

쩍쩍 달라 붙는 손가락을 쪽쪽 빨아 먹으며 돌아 다니다 보면 어느새 리어카 위엔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날만큼은 엄마를 졸라도 된다. 학부모도 함께 참석하는 운동회는 온통 마을의 축제였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 있는 학교에는 땅값이 비싸서 그런지 아예 운동장이 없는 곳도 많다. 내가 가장 놀라고 기막혔던 것은 아이를 전학시키려고 들어선 학교 운동장이 너무 협소한 것이었다. 그후 몇차례 더 이사를 하게 되어 가 보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어느 부잣집 마당이나마 이만 할까.

그래서 학년 별로 나누어 운동회를 열다보니 그 옛날 풍요는 찾아볼 수 없고 삭막하기 그지 없다. 우리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점점 늘어나는 학생수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시설에다 운동장은 그나마 주차장으로 변모해 버렸다. 학부모 모임이 있는 날은 더 가관이다. 자동차 사이로 아이들이 요리조리 피해 다녀야 할 지경이다.

열악한 지역이다 보니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한창 뛰어 놀아야 할 나이에 꽉 막힌 시멘트 건물에 갇혀 하루종일 지내다 오게된다. 유아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상가 건물에 유아원 간판만 달고 운영하는 것을 보았을 때 서울이 뭐때문에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시골은 탁트인 공간에서 자연과 벗하는 운치라도 있다. 서울에서는 각종 소음에다 위험천만한 주변환경 때문에 아이들을 내놓기가 무서워진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운동장이 다 잔디로 깔려 있어 여름이면 그곳에서 뒹굴며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누워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꿈을 꾸기도 했다. 가끔 잔디씨를 받아야 할 때와 잡초제거를 할 때면 하기싫어 나무그늘에서 시간을 때우다 들어가기도 하고 다른 친구 것을 얻어 선생님께 검사를 받기도 했지만 초록빛 운동장은 우리에게 꿈과 낭만을 가르쳐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유일무이한 학교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근처 공원을 이용할 수 있어 다행이다. 공장이 밀집하다보니 공기도 환경도 열악하여 이곳으로 이사올 때는 정말이지 정이 가지 않았는데 지내다 보니 느티나무집 할머니의 손칼국수 맛과 문방구 할머니의 건강한 삶 등 이곳 사람들만이 가지는 독특한 맛이 있어 애착이 간다.

매케한 화공약품과 섞여 구수한 입맛을 돋구는 대구매운탕집, 갈치탕집, 손두부집에서 이른 아침부터 뻘건 고무 대야에 배추며 생선 각종 야채들을 다듬는 손길을 보면서 빨리 공장들이 이전했으면 하는 바램들을 접게 된다. 운동장이 없는 아이들을 볼 때면 얼른 개발되어 학교도 더 들어서고 주거 환경도 개선 되어야 한다고 생각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 사람들은 또 어디에 갈것인가를 생각하니 답답해진다.

길가에 핀 아카시아꽃이 그리운 계절이다. 아이들과 가위바위보를 하여 잎파리를 톡톡 따내는 즐거움도 가져 보고 싶어진다. 까만 개구리알이 무논을 뒤덮은 것도 보여주고 싶고, 설익은 사과랑 복숭아맛도 이런거라며 밭으로 데려가고 싶다. 그래서 내 어릴 적은 이렇게 놀았노라고 말하고 싶다.

교실보다 운동장이 더 큰 학교를 보여주고 싶고, 철봉에 매달려 하늘을 거꾸로 바라보기도 하며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주고 싶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 시골의 정서를 가르켜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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