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열거해 놓고 보니 마치 내가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단지 소박하게 물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한때 한강에서 서울시 사회체육센터사업으로 위에 열거한 것들을 값싸게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당시 아직 총각이던 내가 주말시간을 이용해서 하나씩 배워두었던 것이었다. 단 스쿠버다이빙은 제법 고액의 돈을 들여서 따로 배웠다.
그렇게 운동을 싫어하던 내가, 하나씩 운동을 배워나가면서 느끼는 그 자유로움, 시원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취감이 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운동이란 이름이 붙는 것 중,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물에서 하는 운동만은 취미만 붙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다른 사람들보다 쳐지지는 않는 것이 아닌가.
‘그래 나도 잘 하는 운동이 있긴 있구나!’ 란 그 성취감은 한동안 운동에서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자부심으로 연결이 되었었다.
그런데 그런 자부심을 느끼기 전에도 내가 잘하는 하나 있기는 있었다. 그게 바로 자맥질이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자라난 나는 물가에서 노는 시간이 많았었다. 여러 번 이사를 다녔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한번도 바다까지 걸어서 반시간 이상 되는 거리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더위가 몰려올 즈음이면 친구들과 바닷가로 가서 놀곤 했다. 내가 꼬마였던 시절에는 지금 해수욕장으로 지정된 곳 외에도 아무 곳에나 옷 벗고 들어가면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맑고 좋았었다. 나는 그곳에서 많은 시절을 보냈다. 발이 쑥쑥 빠지는 갯벌에서 지렁이 구멍을 파서 지렁이를 잡아내거나, 바닷가에 무수히 기어 다니는 새끼 게들을 놀리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조금 크면서 물속으로 들어가서 놀기를 즐겼다. 나는 물위에서 하는 수영보다는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것이 왠지 더 좋았다. 심호흡을 하고 물속으로 몸을 가라앉히면 그곳엔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파도에 따라 휩쓸려 다니는 물결 속에 물위에선 잘 보이지 않던, 해파리며, 해초, 이름모를 조개들이 흩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그곳엔 고요가 있었다. 귀 기울여 들어보면 싸아- 쏴아- 하는 파도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이라곤 나 혼자뿐인 그 투명한 물길 속에서 몸을 헤집으며 놀다가 숨이 차오면 물위로 올라왔다, 공기를 한번 들이쉬곤 금세 다시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러면 다시 물은 부드러운 손으로 내 몸을 감싸 쥐면서 부드러운 파도의 출렁임으로 나는 흔들어댔다. 큰 파도가 일면 몰속에서 고운 모래들이 밀려 일어나면서 내 몸을 밀쳐 내었다. 그리고 다시 고요해진 바다는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되어있었다. 내가 눈여겨 보아온 조개가 어디엔가 묻혀버리고 없고, 바다 밑바닥에 쌓아서 내 이름을 새겨두었던 돌무더기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아직도 물 근처에만 가면 유년시절의 그 물놀이 버릇을 잊지 못하고 있다. 몸에 박힌 오래된 습성은 자꾸만 나에게 그런 것을 되풀이 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요구에 따르면 나는 그리움의 만족이라는 보상을 받게 된다.
지난 주말. 아이들과 때 이른 수영장 나들이를 했다. 요즘 갓 수영을 배우는 아이들과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기 전에 그다지 멀지 않은 수영장에서 하루를 놀다온 것이다. 물놀이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작년만 해도 깊은 물을 무서워하던 아이들은 이제는 구명조끼를 입고선 아빠가 노는 곳에서 잘 논다.
아이가 묻는다.
“아빠는 왜 맨날 물속에만 들어가?”
“아빠는 물속이 좋아서?”
“응 아빠는 물속이 좋아.”
“아빠는 수영도 잘 하잖아.”
“응 아빤 수영도 잘 해”
“그런데도 물속에 더 좋아”
“응”
“그럼 나도 물속에 들어가게 해줘”
나는 아이의 구명조끼를 벗기고 아이를 물속, 아빠의 그리움이 깃든 세계로 인도했다. 물위에서 잔물결이 일 때마다 영롱한 색의 빛이 물결치고, 몸을 감고 휘도는 물살이 포근한 그곳으로.
“와! 아빠. 진짜 좋다.”
“진짜 좋지?”
“응. 진짜 좋다.”
“이담에 수영 더 잘하게 되면 아빠하고 같이 물속에서 놀자”
“응”
그래. 난 아이에게 언젠가 아빠가 물속에서 느꼈던 그 아름답고 포근한 또 다른 세계에 대해 차근히 설명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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