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주도해온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이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VOA가 24일 전했다.
워싱턴의 북한 인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이후 한층 고조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와 국제적인 인권 개선 노력에 한국이 역행하는 모습이 유엔 무대 등에서 더 자주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초안의 공동제안국에서 빠지자 그동안 한국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던 인사들도 비판 수위를 부쩍 높여가는 분위기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7년 동안 북한 인권 문제를 전담하며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했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한국이 이번에도 북한 인권에 대한 책무를 분명히 않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엔은 지난 22일 북한의 인권 침해와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고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공동 제안국은 제안국인 유럽연합과 함께 결의안 채택을 주도하고 안건에 대한 입장을 내는데, 한국은 2009년부터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지난해 11년 만에 빠진 데 이어 올해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워싱턴에서 북한 인권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한국은 한때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인 북한 인권 개선 방안들을 만들어내는 유엔 회원국들의 비공식적 연합 가운데 핵심 일원이었다”면서 “한국이 그런 입지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이 현재 김정은 정권을 달래는 데 온통 힘을 쏟고 있다”며, “한반도 통일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통일이 아니라 남북한 주민들의 통일인데, 한국 정부가 이런 사실을 잊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북한 인권결의안) 합의 채택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의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동제안국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한반도 평화 번영을 통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지속 노력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지구상에 한국보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더 큰 도의적 책임이 있는 나라는 없다”면서 “한국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옹호하는 데 있어 선두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무장지대의 남쪽이 아니라 북쪽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유일한 불행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등을 돌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더 나아가 “한국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의 안위보다 김정은의 안위를 보장하는 데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북 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민감한 북한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할 것을 주문해온 인권 전문가들은 임기 4년 차를 맞은 한국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 전반에 대해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은 그가 옹호해온 모든 인권 원칙을 저버리는 것으로 가장 잘 특징지어진다”고 평가했다. “북한과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부끄러운 유화책은 북한의 끔찍한 인권 기록에 책임을 물으려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진지한 노력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판이다.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더욱 구체적으로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이 인권 문제는 남북대화에서 꺼낼 사안이 아니라 유엔과 다자 틀 속에서 다룰 문제라고 말했지만, 한국은 결국 유엔과 다자 틀 속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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