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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노을 <3미터의 삶> 표지 ⓒ 오늘의 책^^^ | ||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이 바로 애완동물입니다. 어찌 보면 오로지 주인 한 사람만 믿고 살아가는 불쌍한 생명들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생명들이 주인을 위해 하는 여러 가지 행동을 지켜보면 새로운 감동에 젖어들게 됩니다."
얼마 전, 잘 다니던 직장을 도심 속에 휴지처럼 내팽개치고, 오로지 글쓰기 작업에만 매달리고 있는 동화작가 이노을(41)씨가 첫 산문집 <3미터의 삶>(오늘의 책)을 펴냈다. 3미터의 삶? 그래. 3미터의 삶이란 다름 아닌 3미터 남짓한 줄에 묶여서 살아가는 애완동물의 삶을 말한다.
<3미터의 삶>은 사람과 애완동물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산문집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어색하다. 그렇다고 동화책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고, 꽁트집이라고 부르기에는, 극적인 그런 요소가 없다. 왜냐하면 이 책 속에는 그런 모든 것들이 애매하게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미터의 삶>에는 산문이나 동화, 꽁트보다 더 아름답고 더 진솔한 애완동물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주인을 구한 이야기에서부터 주인의 무덤을 지키다 끝내 굶어죽은 이야기, 주인한테 버림받은 줄도 모르고 다시 찾아오는 이야기 등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애완동물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게 만든다.
그렇다. 애완동물은 주인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배신하지 않는다. 애완동물은 비록 3미터 남짓한 좁은 공간에 갇혀 살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이 주는 먹이, 때로는 맛이 없어 보이는 그런 먹이까지도 말없이 받아 먹는다. 애완동물은 그 어떤 순간에도 주인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에 비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툭 하면 거짓말 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배신하고... 그래,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자면 어디 끝이 보이겠는가. 그래. 그래서 작가가 이런 책을 쓴 게 아니겠는가. 동물보다 못한 그런 사람이 되지 말라고.
<3미터의 삶>에는 모두 32편의 글이 3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름다운 동행', '사랑은 목숨보다 소중하다', '14년간의 영결식'이 그것이다. 이 이야기들은 작가가 우연한 기회에 떠돌이 개에 관한 동화를 쓰게 되면서, 그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일종의 보너스인 셈이다. 본문 곳곳에 실려 있는 일러스트도 눈에 띈다.
혼자 외로이 살던 할아버지는 기력이 쇠약해져 양로원으로 갈 결심을 한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바로 애완견 '돌이'다. 어찌할 수 없던 할아버지는 수의사에게 돌이를 안락사 시키라고 말한다. 이미 쇠약해진 돌이 또한 할아버지가 차려주는 마지막 식사조차 제대로 먹지 못한다. 그때 할아버지가 심장마비를 일으키는데... (아름다운 동행)
누렁이 '벤'은 노부부의 따스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날이 갈수록 벤의 덩치가 점점 커지자 이웃 사람들은 벤을 묶을 것을 강요한다. 어느 날 집중호우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길 위험에 빠진다. 노부부는 잠에 빠져 있다. 이때 다급해진 벤은 있는 힘을 다해 땅에 박힌 철봉을 빼낸 뒤 노부부를 깨워 피신시키는데... (사랑은 목숨보다 소중하다)
묘지기 노인은 새로 생긴 무덤 앞에 앉아 있는 개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 개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도 이내 무덤 앞에 와서 앉아 있다. 그 무덤은 동네에서 마주칠 때마다 개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의 무덤이다. 그 개는 그 사람의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14년 동안이나 무덤을...(14년간의 영결식)
그래. <3미터의 삶>을 언뜻 스쳐 지나듯이 그렇게 읽으면 그저 몇 번 들었음직한 흔한 그런 이야기처럼 읽힌다. 하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그렇지가 않다. 어떤 글은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글은 얌전한 수필처럼 읽힌다. 또 어떤 글은 마치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읽은 것처럼 깔끔하다.
<3미터의 삶>에는 자기를 키워주고 돌봐준 주인에게 보내는 애완동물의 눈물 겨운 사랑이 배어 있다. 애완동물에게 있어서 배신은 눈꼬리 만큼도 없다. 아니, 설령 주인이 자기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주인을 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3미터의 삶>에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값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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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노을 ⓒ 이종찬^^^ | ||
동화작가 이노을은 누구인가?
고교시절까지 마산 어시장에서 성장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 그들이 전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점점 삭막해지는 세상을 밝히는 빛과도 같다. 사람이 동물에게 주는 사랑은 아주 작지만 그 동물은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을 주인에게 바친다."
동화작가 이노을(본명 이성규)은 196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고교시절까지 마산에서 보냈다. 그 뒤 진학을 위해 상경한 작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출판사 편집자, 잡지사 기자, 카피라이터 등으로 일했다.
"곧 동화책이 한 권 더 나온다" 라고 말하는 작가는 그만의 독특한 서사 구조로 형상화 한 시집 <혜화동에서는 금방 뜨거워진다>를 펴내기도 했다. 지금은 서울에서 동화와 산문 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이 책이 산문집입니까, 아니면 동화집입니까, 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작가는 서슴없이 나도 잘 모르겠다, 라며 시치미를 잡아뗀다. 한편, 작가는 이번에 펴낸 <3미터의 삶>을 쓰기 위해 자료를 들고, 현장으로 취재까지 다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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