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EITC 도입을 반대한 이유는, EITC가 최저임금의 상승을 억제하고 저임금 노동시장 확대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근로유인 효과가 낮은 기존의 공공부조 예산의 축소 시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우려가 기우라고 할 수 없는 것은, EITC 도입안의 모델이 된 미국이 클린턴 대통령 때 EITC를 대폭 확대하면서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에 대한 공공부조를 대대적으로 개악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연구자들은 미국의 낮은 최저임금이 EITC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미국에 못지 않다. 정부는 여전히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왜곡된 노동시장의 근본적 구조개혁을 등한시하고 있으며, 최저임금 현실화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EITC 시행이 1년 유예되었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EITC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민주노동당을 비롯하여 EITC에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과 요구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이 EITC로 인해 왜곡되지 않고 현실화하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저임금의 불안정노동이 양산되는 노동시장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또한 근로빈곤층 지원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편하여 의료, 교육, 주거급여 등 개별급여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자활지원제도 등 근로빈곤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식 EITC 모델을 재검토하여 기존 복지, 고용 지원제도와 충돌하지 않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모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 모두 EITC를 포함해 복지 의제를 당리당략에 접근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한나라당은 EITC 도입에 찬성하지만 대선 때 열린우리당의 성과로 귀결될 것을 우려하여 반대입장을 표명하다가 1년 유예안에 합의하는 전형적인 당리당략적 접근태도를 보여줬다. 정부 여당도 EITC 도입 자체의 정치적 선전 효과를 주목할 뿐, 실질적으로 근로빈곤층에 대한 지원 효과, 향후 한국사회의 복지체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배제되었다. EITC가 시행되기까지 남은 1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근로빈곤층을 위해 실제로 무엇이 필요한가를 두고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2006년 12월 27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 이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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