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명의로 소문난 의원이 한명 있었지. 어느날 아침 이 의원에게 어깨가 축 처진 젊은 환자 한명이 찾아 온 거야. 젊은 환자는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의원님 저는 어찌된 일인지 종일 기운이 없습니다. 왜 그런지 좀 알려주십시오 하고 손을 내밀었지. 의원은 젊은이의 손을 잡고 진맥을 보더니 몇 가지를 물었지.
'식사는 제대로 하는가 하고 물으니, 예 하루세끼 꼬박 꼬박 먹습니다고 대답했고, 그럼 술은 많이 하는가 하고 물으니, 아니요 술은 몸에 해롭기 때문에 마시지 않습니다고 대답했지. 또 그렇다면 용색(밤일)을 많이 하는 편인가 하고 물으니, 아닙니다, 용색은 기운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한 달에 한번정도 합니다'. 젊은이의 이 말에 의원은 펄쩍 뛰며 대노 한거야.
그리고는 큰소리로 예라 이 멍청한 놈아 젊디젊은 놈이 계집질을 경우 한 달에 한번이란 말이냐. 나 같은 늙은이도 사나흘에 한두번은 그 일을 하는데 너처럼 힘이 넘쳐나는 젊은 놈이 몸에 해롭다고 일부러 밤일을 피한단 말이냐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거나 이놈 하고 소리친거야. 젊은이는 대노하는 의원의 말에 홍겁을 먹고 병원 문을 빠져나갔지. 옆에 있던 마누라가 의아해 왜 나가라고 했는지 물은거야.
의원 왈 저런 놈은 환자가 아니여 밥 잘먹고 술도 안 마신다면 기운이 펄펄 넘쳐나는데 계집질을 한 달에 한번 하니 식충이 밖에 더 되겠는가. 이 말은 인생살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놈은 몽둥이가 약이라는 것이야. 즉 약 먹이는 것보다는 몽둥이 찜질을 하면 정신이 확든다는 것이지"
"그래 자네들은 밥 잘먹고, 술 잘 마시고 계집질 잘하지 잉."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어르신 앞이라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예 그렀습죠."
할아버지는 점잖게 한마디했다.
"밥과 계집질 보다 더 무서운 것은 술이여, 술에는 장사가 없당께. 마시는 만큼 취하게 돼 있으니 나처럼 오랜 세월 술을 마시려면 양을 줄이고 풍류를 즐기라는 것이여."
할아버지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는 듯 했다. 2차 3차 그것도 모자라 4차 5차 까지 갔던 자랑스런 타이틀을 여러개 갖고 있으니 말이다.
잠시 후 할아버지는 주모에게 펜과 종이를 달라고 하더니 이런 글을 써주고 차 시간이 됐다며 자리를 떠났다.
'是是非非非是是, 是非非是非非是/ 是非非是是非非, 是是非非是是非'
이말은 '옳은 것은 옳다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지 않고, 그른 것 옳다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 것 아닐세/ 그른 것 옳다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이 그른 것은 아니고 옳은 것 옳다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시비일세'라는 뜻이다.
할아버지가 왜 이런 글을 써주고 갔을까 생각하니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 모두가 시비 투성이 임을 꼬집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할아버지는 역시 대한민국의 주당 중의 대 주당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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