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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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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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제3대 양병태 원장, 취임 인터뷰

^^^▲ 양병태 원장^^^
1. KISTI와 함께 한 30년

Q : 그간 해 오신 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A : 77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의 역사를 온 몸으로 겪어왔다는 것이 가장 소중한 기억입니다. 특히, 우리의 과학기술과 산업이 일천하고 정보의 활용이라는 개념조차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연구원이 제공한 정보들이 밑거름이 되어 몇 년 뒤 기업의 신제품으로 출고되던 때의 보람을 잊을 수 없습니다. 또 우리가 밤을 새워 찾아낸 특허정보들이 특허분쟁으로 곤란을 겪는 기업들을 위기에서 구해줬던 사례들도 보람된 기억으로 남습니다.

Q : 준비된 경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금껏 연구기획과 관리, 예산 등의 업무를 많이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 입사 초기부터 R&D 보다는 기획ㆍ관리 분야의 업무를 주로 해왔습니다. 그래서 연구원 운영에 관한 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연구원은 그 어떤 연구기관 보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보유통, 정보분석, 슈퍼컴퓨팅, 초고속연구망, 시스템개발 등 다양한 분야들을 함께 아우르며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 보다는, 전체의 큰 틀을 볼 수 있는 사람이 기관장을 맡는 것이 훨씬 긍정적입니다. 모든 분야를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원장으로서 제가 우리 연구원에서 해야 할 일은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Q :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습니까?

A :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눈물을 머금고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재정상황이 워낙에 좋지 않아서 퇴직금도 제대로 줄 수 없던 때였는데, 당시 제가 경영기획실장을 맡고 있어서 구조조정 실무책임을 맡아야만 했어요. 또 2001년 KINITI와 KORDIC이 합병됐을 때도 적지 않은 가족들을 내보내야만 했는데 그때역시 연구기획부장이었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일에 총대를 메야만 했던 거죠. 처음에는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 일을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일까, 원망스러운 마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내보내야만 했던 직원들을 위해 한 가지라도 더 배려하고 챙겨주는 일이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라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이런 마음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

2. 양병태 원장, 그의 철학이 궁금하다.

Q : 그동안 높은 인품으로 직원들의 존경을 받아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철학으로 살아오셨는지요?

A : 욕심 없이 살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조직이든 가족이든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 뜻을 주장하기 이전에 타인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며 삽니다.
저희 집에 가훈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경천애인(敬天愛人)’인데요. 말 그대로 하늘을 우러르고 사람을 사랑하며 살고자 합니다. 특히, 내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관계를 떠나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 애씁니다. 목적을 가진 만남은 체질에 안 맞아요. 그래서 항상 간부급 직원보다는 평직원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끌어안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둘째,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나보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권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삶에 있어서 큰 실수는 범하지 않게 됩니다. 셋째, ‘심청사달(心淸思達). 마음이 맑으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이뤄진다는 뜻인데요. 이 가훈을 가장 좋아합니다. 나 자신의 명달을 바라고 상대방을 짓밟고 무시하고 올라서면, 당장은 나에게 이익이 돌아올지 모르지만 결국 승리하는 삶을 살지는 못합니다. 물 흐르듯 맑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 가장 존경하는 분이 있다면, 어떤 분이십니까?

A : 이순신 장군을 가장 존경합니다. 그분의 업적도 물론 존경할만한 것이지만 겸손하고 낮게 살았던 그분의 인생철학에 참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현대를 PR시대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내가 최선을 다해 한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든 사람이 인정해주게 돼 있습니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단 한명이라도 내 노력을 알아준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업적을 입 밖으로 표현하는 그 순간, 모든 공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3. 양병태 원장이 이끄는 KISTI는 어떤 색깔일까?

Q : 앞으로 기관 경영에 있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십니까?

A : 첫 번째는, ‘사람중심, 직원중심’입니다. KISTI의 주인은 절대 제가 아닙니다. 직원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저는 KISTI 가족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직원 여러분들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최적의 연구사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선택한 연구의 전 과정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물론, 승진과 보수도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에 따라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KISTI에 다니는 것이 신바람난다, 행복하다, 직원들이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꼭 해주고 싶어요. 연구원은 업무특성상 창의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 강제성이 아니라 스스로 창의적으로 알아서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서, 회의를 할 때도 가능하면 입은 닫고, 귀만 열어둘 생각입니다.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저는 매니지먼트 역할만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모든 직원들이 특히 관리자급 직원들이 ‘인화’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갖출 수 있도록 이끌겠습니다. 편을 가르거나, 이해득실에 따라 인간관계가 좌우되도록 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Q : 구체적으로, 사업경영은 어떤 방향으로 이끌 계획이십니까?

A : 기관통합과 여러 사업 확장을 통해 지금 KISTI의 외형은 상당히 많이 커져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내실을 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KISTI가 하는 모든 사업들을 수요자중심으로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KISTI는 지원기관입니다. R&D 역시 서비스를 위한 R&D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아무리 부인하려해도, 사업의 저변에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가 상당히 깔려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을 먼저 인정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업 전반에 수요자 중심 마인드를 도입하고, 수요자 모니터링과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한 고객 참여형 평가제도 또한 확실히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역시 KISTI다’, ‘KISTI는 꼭 필요한 기관이다’라는 평가를 수요자들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 기관혁신에 관한 매우 선명한 철학을 갖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것입니까?

A :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항상 두 가지 격언을 생각해 왔습니다.
하나는,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려면 처음 한 바가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정보를 서비스하는 것은 연구자들의 연구효율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모든 정보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제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바가지만 부어도 끊임없이 콸콸 물이 샘솟을 수 있도록, 한명한테 한 정보만 제공해도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그런 고급정보를 선별해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가치창출을 극대화하겠습니다. 제공되는 정보의 수치가 아니라, 고객의 연구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정보서비스의 혁신을 이끌어 내겠습니다.
다음으로 늘 가슴에 담고 있는 격언은 ‘썩어가는 개울물을 흐르게 하려면, 막힌 곳을 파서 찌꺼기를 제거해 주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은 고단하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거시적 차원에서 쳐낼 것은 과감히 쳐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정리한다 해도, 우리 직원들은 단 한명도 다치지 않도록 끌어안고 가겠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유능한 인재’가 아니라 ‘유능한 KISTI 가족’입니다.

Q : ‘유능한 인재’가 아니라 ‘유능한 KISTI 가족’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계십니까?

A : KISTI 가족 모두를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만들겠습니다. 중장기적인 맞춤형 인재교육 프로그램에 전 직원이 참여하도록 해서 하드트레이닝 시키겠습니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 직원을 끌어안고 기관을 경영하는 대신, 직원들 역시 단 한명도 나태해져서는 안 됩니다. 모두 최고가 돼야만 합니다. 또, 우수 직원을 ‘KISTI-STAR 연구원’으로 선발하여 파격적인 보상과 처우를 실시하는 등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여러 제도도 과감하게 시도하겠습니다.

Q : 사업 측면에서는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A :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먼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선도할 인프라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e-Science 연구 환경 구축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연구자들의 과학기술 정보와 인프라 활용도를 극대화함으로써, 기술개발의 기간과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하겠으며, 미래 핵심기술에 대한 고품격 분석정보 제공을 통해 국가 신성장 산업에 대한 집중 지원체제를 갖추겠습니다. 또, 연구자들이 전 세계 과학기술 동향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R&D 방향을 정확히 잡아, 실수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과학기술 조기경보시스템’도 구축하겠습니다.
둘째, 연구자와 중소기업들의 지식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분야별 전문가 그룹이 맞춤 분석하여 새롭게 지식을 창출, 평가, 확산하는 ‘국가 R&D 지식포털체제’ 구축에 집중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정보의 부가가치를 최대한 높여, 수요자들이 더욱 뛰어난 연구 성과를 얻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연구원에 부여된 고유기능을 강화해 국가 과학기술 혁신 인프라인 국가과학기술종합정보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겠으며, 슈퍼컴퓨터 4호기 도입을 비롯한 국가 슈퍼컴퓨팅 활용성 강화를 통해 첨단연구의 지원에도 매진하겠습니다. 또, 과학기술정보의 수집, 분석, 관리, 유통을 더욱 전문화 하는 것은 물론 수요자 중심의 과학기술 디지털 정보서비스 체계의 구현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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