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않으므로 내를 이루어 바다에 간다네.
- 용비어천가 2장에서 -
훈민정음은 언문, 반절, 암클, 아랫글, 가갸글을 거쳐 한글이 되었다.
1. 언문(諺文)-쌍놈 말, 아무튼 이것은 선비가 쓸 말이 아니다.
2. 반절(半切)-종이 반절이면 죄다 설명되는 싸구려 말이다.
3. 암클(암ㅎ글)-사서삼경을 모르는 여자들이나 쓰는 글이다.
4. 아랫글-양반 아닌 아래 것들이 마구잡이로 쓰는 글이다.
5. 가갸글-“가갸거겨...” 이렇게 애들이 말 배울 때 쓰는 글이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한글은 정말로 빼어난 언어인가?
아니, 중국도 일본도 우리를 깔보는데, 우리말만 뛰어나다할 수 있나?
국수주의의 바람잡이에 괜히 나까지 덩달아 흥분하는 건 아닐까?
영어로 대표되는 세계화 과정에서도 한글은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 한글은 빼어난가? 그렇다. 문맹률이 0%인 나라는 우리 말고 없다.
15세기 중엽 창제된 훈민정음(訓民正音)이 20세기 초엽 한글이 되기까지 낮춰 불렀던 언문, 반절, 암클, 아랫글, 가갸글 등 모두는 그 뜻이 정확하게 뒤집혔다. 세종대왕이 바라던 대로 지금의 훈민정음은 나라의 말씀이 되었고, 나라의 주인이 된 백성은 누구나 이것을 마음먹는 대로 사용하고 있다.
둘째, 우리말이 중일 보다 더 뛰어난가? 그렇다. 저들은 내심 질투한다.
중국어, 즉 한자(漢字)는 뜻글자이므로 13억 모두에게 일치된 표준말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또 세상은 바뀌고 언어는 진화하는데, 뜻글자는 끊임없이 말을 새로 만들어내야 하는 한편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어도 한국어도 아닌 일본의 가나(假名)는 더욱 피곤하여 이중고를 겪어야할 것 같다.
셋째, 한글이 우수하다는 선동에 맹종하는 건 아닐까? 아니다. 절대로.
훈민정음은 말 그대로 바른 음을 나타내는 기호이다. 한글은 닿소리와 홀소리를 초성-중성-종성(初聲-中聲-終聲) 삼아 서로 어울려 하나의 음절(音節)을 이루는데, 이로서 세상의 온갖 음향(音響)을 거의 다 나타낼 수 있다. 의성어(擬聲語)는 물론 의태어(擬態語)까지 바늘 끝처럼 찌를 수 있다.
넷째, 한글이 앞으로 영어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것인가? 물론이다.
한글은 정보화 시대에 걸맞을 뿐 아니라 감성적 표현에도 뛰어난 언어이다. 따라서 세상이 아무리 변화하고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더라도 한글은 넉넉하게 이것을 하나의 소리로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글은 어쩌면 영어의 한계를 보완할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세계적 대안이 될는지 모른다.
삼족오(三足烏)의 외침이 울렸을까. 한글의 홀소리는 .(天), ㅡ(地), ㅣ(人) 세 가지를 기본으로 온갖 소리를 입체적으로 만들어낸다. 또 닿소리 아설순치후(牙舌脣齒喉) 음들은 혀, 목구멍, 입의 모양에 따라 ○(원-天), □(방-地), △(각-人) 세 가지를 기초로 잡아 구상되었다. 이때 초중종 세 가지 음소(音素)로 합성된 성음(聲音)은 하나의 심플렉스 구조를 이룬다.
한글은 언제, 누가, 어떤 의도로 제정되었는지가 분명히 밝혀진 유일한 언어이다. 시카고대학 언어학과 매콜리 교수는 해마다 10월 9일이면, 학생들과 교수들을 불러 모아 축하파티를 열어왔다고 한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가 반포된 한글날은 마땅히 인류의 축제일이라는 그의 믿음 때문이다.
유네스코에서 제정한 세종대왕상(King Se-Jong Prize)은 문맹퇴치에 공헌한 국가나 단체에 주는 상이다. 그 상의 첫 번째 수상국이 바로 한국이었고,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문맹률이 낮기 때문이었다. 한글은 이제 세계의 소리글자로 우뚝 설지 모른다. 05년 11월, 글자가 없는 동티모르의 말 “떼뚬”을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양국에서 공동연구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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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과학적인 언어고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까지는 자세히 몰랐었는데
교수님 글을 통해 하나 더 배우게 됐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우리 언어를 잘 계승 발전시키는 게
우리 세대의 몫인 것 같습니다.
저부터라도 바른 말, 고운 말을 쓰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