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그릇은 막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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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그릇은 막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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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물, 불, 그리고 무심(無心)으로 빚은 그릇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고후 4:7)
우리는 진흙이요 주는 토기장이시라(이사야 64:8)

- 성경 중에서 -

인류는 흙을 빚어 구워 만든 토기를 사용하면서 신석기 시대를 연다. 그릇은 부족을 한 곳에 정착하도록 이끌어 농경문명과 함께 문자문화를 발생케 하였다. 우리나라 토기의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빗살무늬토기는 신석기의 대표적 토기로서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된다. 빗살무늬는 손으로 잡았을 때 미끄러짐을 막는 기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토기는 매끈한 자기(瓷器)와 거친 옹기(甕器)로 그 폭을 넓혀왔다. 꽃병으로 대표되는 자기는 비싼 소품용 그릇으로 지배층의 멋이 들어있다. 고려 때 청자는 승려의 장삼(長衫)을, 조선 때 백자는 선비의 도포(道袍)를 생각나게 한다. 반면 장독으로 대표되는 옹기는 값싼 저장용 그릇으로 두루 사용하였다. 이 틈새에서 막사발은 자기와 옹기의 절충으로 나타났다.

막사발은 백성들의 밥그릇을 대표한다. 막사발의 “막”은 “마구”의 준말로 막가다, 막걸리, 막일, 막말처럼 앞뒤 헤아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용된다는 뜻이다. 평범하고 파란 없는 것, 꾸밈없는 것, 사심(邪心) 없는 것, 솔직한 것, 자연스러운 것, 뽐내지 않는 것, 그것이 어여쁘지 않고 무엇이 어여쁠까, 동양미술학의 대가 야나기는 막사발을 두고 이같이 극찬했다.

막사발은 새 것일 때에는 밥이나 국을 담는 그릇이었다가, 오래 되어 때가 묻고 금이 가면 막걸리 잔으로 쓰였다. 더 험해지면 개밥그릇도 되었다가, 완전히 깨지고 조각이 나면 결국 흙에 묻히고 마는 것이다. 전혀 명품의 티가 없는 물건이다. 옛날 조상들이 막사발을 구울 때는 그야말로 욕심이 없는 상태에서 구웠고, 그저 서민들의 식사를 위해 도구를 빚었을 뿐이다.

막사발 제작의 일관된 과정은 흙을 체고 반죽하기, 성형하여 잿물 바르기, 가마에 불 지피지의 세 가지 단계가 이어진다. 이때 도공들은 자신의 마음과 하나로 합치되는 상태에서 이 막사발을 출산했다. 감히 “노리고 만든”것일 수 없었다. 그 막사발에는 기교도 없고 터득도 없다. 은은하고 소박한 무아무심(無我無心)의 그 기운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칼끝에서는 한점의 거품조차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다. 일본 무사들은 선(禪)에서 추구하는 무심무작(無心無作)의 아름다움을 막사발에서 찾아내었다. 막부의 쇼군 노부나가 및 히데요시는 막사발을 찻잔으로 사용하여 상대로 하여금 마음을 열어놓게 하였다. 이로부터 일본으로 건너간 막사발은 이도차완(井戶茶碗)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새로운 경지를 열게 되었다.

현재 막사발은 쿄토(京都) 다이도쿠샤(大德寺)에 보존되어 있는 키자에몬이도(喜左衛門井戶)가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그밖에도 일본에서는 일급 보물 3점, 중요 문화재 20여 점의 막사발이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통상 일본에서는 고려다완(高麗茶碗)을 이를 때, “이치-이도(一井戶), 니-라쿠(二樂), 산-카라츠(三唐津)”라는 말로 그 등급에 차이를 매긴다.

오늘날 한국이 반도체의 제작과 생산에 강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뛰어난 토기장이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도공(陶工)이 비록 왜인(倭人)들이 사용한 용어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DNA에는 도공의 우수인자가 전달되고 있었다. 남미 아마존에 밀림이 있고, 중동 사막에 석유가 있다면, 한국 사람에게는 “손과 하나 된 머리”가 있었다.

반도체는 토기와 비슷하다. 그 재료가 진흙과 같은 세라믹이며, 하나의 칩이 산출(yield)되기까지 가마(oven)를 통한 열처리 공정(process)을 여러 번 거쳐야한다. 예부터 경상도에는 여러 곳의 새미골(井戶)이 있었다. 1970년대 들어 임진왜란 때 잃어버렸던 이도차완을 굽던 가마(窯)의 고향으로 일부 발굴되고 복원되었다.

이곳에 전시된 막사발 “꽃핀눈박이사발” 등의 작품 중에는 그 가격이 막 쓸 수 없을 정도의 고가도 있다. 그러나 인체는 질그릇보다 비싼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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