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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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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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영웅심은 절대 권력자가 되었다. 패싸움을 할 때도 언제나 대장처럼 행동하고 머리를 썼다. 읍내에서 싸움을 걸어오면 반드시 그것을 혼자 결정하지 않았다. 전체 의견을 물어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밀어 부쳐서 늘 이길 수 있었다.

죄와 벌의 '라스콜라니코프'처럼 작전계획을 짜고, 명령을 내리며, 그 결과를 확인했다.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직접 나섰다.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밀고 나갔다. 형은 어린 시절부터 지고는 못 살았다. 그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악하지 않다고 했다.

김 형사는 성호의 이야기를 흥미 있게 들으면서, 그냥 믿는 척 하고 술을 마셨다. 성호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신이 나서 형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대장은 모두를 위해 있어야 하고,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 주어야 했다.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명령을 내리면 무조건 따라 줄 것을 강요했다. 헛물을 먹기 싫은 아이는 명령에 따랐다.

형의 그러한 소 영웅심은 문제가 되었다. 차츰 난폭하기 시작한 형은 한 아이를 길들이려다가 죽일 뻔했던 사건이 벌어졌다.
김 형사는 파일에서 그 사건의 내용을 읽어보아서 알고 있었다.
"쪼그말 때부터 사고 뭉치였어,"
"아이들 장난이었습니다."
"사람이 죽을 뻔했는데 장난이라고?, 그러니 사고만 치지,"

성호는 아이들일 때는 누구나 그렇게 큰다고 형을 대신하려는 듯 변명을 했다. 하지만 김 형사는 정도의 문제가 있으며 사고는 언제나 우발적으로 생긴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 당시 순경은 형의 머리통을 파일로 내려쳤다. 민주 경찰은 죄 없는 사람의 머리통을 쳐도 좋으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 민주 경찰은 사람도 친다.
어떻게 할래, 사람을 죽일 뻔하고도 큰 소리를 쳐," 하며 순경은 다시 한번 쥐어박았다.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순경은 말라빠진 체구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매우 신경질적이었다.

그 순경을 성호는 기억하고 있다. 매우 무서워 벌벌 떨고 있는데 형은 대장답게 순경에게 대들었다.
순경은 '바늘이 커져 소' 가 되는 것은 맞는 이야기라고 했다. 아이들은 참외서리를 갔다. 웃옷을 벗고 낮은 포복을 했다. 멀리서 보이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참외밭 머리서부터 엎드려 기기 시작했다.

무조건 큰 것으로 몇 개씩을 따서 가슴에 안고 빨리 뛰어 나왔다. 가슴에서 엄마 새가 가슴을 쪼았다. 너무 무서워 오줌통이 부풀어오르고 숨이 막혔다. 그러나 훔친 뒤의 승리감은 말할 수 없이 통쾌하였다. 잠시 후 가슴이 평온해지며 훔친 뒤의 기쁨을 만끽하고 참외를 먹었다.

소나무 밭에서 참외를 씹어 먹으며 트림을 걸게 했다. 무당 집에서 할머니가 얻어 주는 참외 맛하고는 전혀 달랐다. 형은 도둑질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나쁜 일만 골라서 했다. 순경은 참외 서리가 도둑이라는 점을 말하려고 했다.

도둑과 서리는 다른 점이 없다고 했다. 형은 다르다고 했다. 서리는 빨개 벗고 훔치고 도둑은 옷을 입고 훔치는 것이라고 했다. 순경은 웃으며 훔치는 것은 같다고 했다. 참외 서리도 모르는 순경을 형은 바보로 보았다.

김 형사는 성호에게 다시 잔을 건넸다. 시간을 보내기에 심심하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어차피 늦은 시간에다, 비까지 내려 돌아 갈 수도 없고 해서, 이야기를 흥미 있게 듣고 있었다.
"김 형사님은 어린 시절에 참외 서리를 한 적이 없습니까?"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 말입니다. 애들은 그 짓을 하면서 큽니다.

그런데 그것을 처벌하려고 하면 문제가 됩니다. 형의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전연 문제가 안됩니다. 그러나 당시의 순경은 그것을 처벌하려고 했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그 순경의 아들도 우리와 같이 참외 서리를 하고 같이 놀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형이 모든 것을 책임지려는 영웅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변명을 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심한 것이 문제지요,"
"심하긴 했지요."
"사소한 것으로부터 사고가 되지,"
김 형사는 전문가다운 말을 했다. 그러나 성호는 형을 변명하기 위한 넋두리를 계속했다. 김 형사는 피해자가 없었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감나무 집 할아버지 사고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성호는 알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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