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동아일보 정치부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노래방 시설이 된 장소까지 갔다. ‘중대사건’은 여기서 발생했다. 특히, 임박한 5, 31 지방선거는 이 사건의 파장을 점점 크게 하고 있다.
이 날, 이 사건으로 사무총장 및 그 ‘막중한’ 공천심사위원장 등 당직은 물론 소속 당까지 잃게 된 최연희 의원이 동석했던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가슴을 만졌다는 것이다.
항의하는 여기자에게 최 의원은 또 ‘음식점 여주인줄 알았다’며 사과했다 한다.
이미 언론 보도는 물론, 선거를 의식한 여야 ‘두뇌’들의 즉각적인 발표와 조치가 뒤따른 상황이다. ‘뒷북’치고 싶지 않은 이유다. 굳이 '앞북'을 치자면, 그가 의원직마저 잃고 골방에 갇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고이는 ‘슬픔’을 숨길 수가 없다. ‘음식점 주인은 그렇게 추행해도 되는가’라는 반발심을 갖게 한 사과발언 때문만도 아니다.
혹시, 그 자리에는 없었다 하나, 최 의원이 말한 음식점 주인과 최 의원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면 제3자 등이 무어라 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닐 듯도 싶다. 그 점, 두 사람 관계를 모르고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보수’라는 이름으로 보면 ‘다정한 친구’인, 한나라와 동아의 이 날 자리의 ‘동기’를 추측하여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오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 사건이 화제가 됐다. 평소 친분이 있는 몇 몇 지인들과의 자리였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왜 하필 기자를, 정말 음식점 여주인을 껴안았어도 이렇게 사건화가 되고 공직에서까지 물러나게 됐을까. 그가 재수가 없었던 것이지”
충격이었다. 이런 논리라면, 누구도 최 의원에게 돌을 던지기 힘들어 진다.
이 사건의 동기에는 ‘특권의식’이 깔려있다. 심지어는 이 같은 사건을 보는 눈에도.
‘음식점 주인인줄 알았다’는 최 의원 뿐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최 의원이 “넘어져도 ‘재수 없게’ 풀밭이 아닌 가시밭에 넘어졌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 것은 ‘특권층의 그릇된 의식을 풍자한 현실인식’이리라 믿고 싶다. 또, 본능에 ‘양심적’인 남성들의 자기반성이라 믿는다. 그렇다고, 성추행 자에 대한 ‘동정심’이 작용할 수는 없다.
음식점 여주인 밖에 안 되는 우리 누이동생이 이 같은 사건을 접하고 얼마나 ‘슬퍼’했을까를 생각하며 한 숨을 뱉는다. 이마에 새겨지는 주름을 느낀다. 술 서빙을 하기도 하는 가난한 고모를 생각하면, 이 같은 사건이 차라리 소설 속의 사건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의 소양과 수준이 정말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를 생각하면, 파진 주름을 성형을 통해서라도 펴 보려 했던 바람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지금 '안톤 쉬나크보다 더 슬픈 이유'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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