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농산품협상은 공산품, 임수산품의 관세인하가 핵심인 협상이다. 그동안의 협상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해상충 때문에 진전이 많지 않았으나, 개도국의 이해반영이 악화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관세감축협상과 별도로 특정 품목군에 대한 무관세화 협상이 공식적으로 개시될 경우 협상진전이 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간 정부는 “우라나라가 공산품 수출비중이 크므로 선진국의 입장에서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선진국과 공조하여 관세감축의 최대 확대, 개도국 신축성 축소 등을 주장하며 다른 개도국을 압박하여 왔다. 한마디로 최대한 수출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선진국적 입장을 취하고, 제조업‘선진국’의 위상에 걸맞은 관세감축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DDA가 '발전의제'라는 것을 망각하지 말고, 각국이 발전정도에 따라 적정한 관세를 유지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라.]
우리는 식민해방 이후 고율관세의 유지, 각종의 제조업 보호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이는 우리만이 아닌 서구선진국, 일본 그리고 최근의 신흥공업국이 산업화를 위해 선택한 역사상 유일한 발전경로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최소한 후발개도국들이 이러한 발전경로를 밟을 권리를 인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효과적인 협상력을 발휘하여 선진국과 개도국이 동일한 관세감축공식을 적용하고, 공식적용 면제를 원하는 후발개도국은 100%의 품목을 대신 양허해야 하는 등 개도국을 코너로 몰아넣는 성과를 얻어냈다.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에서 각국이 개별적으로 양허품목과 관세감축율을 선택할 수 있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DDA협상은 우르과이라운드 보다 ‘발전의제’를 도외시한 협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비농산물협상은 각국이 그들의 발전정도에 따라 적정한 관세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자유를 전제로 두어야 한다. 다양한 발전단계에 있는 국가들이 동일한 공식에 따라 관세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도국들이 동일 감축공식을 수용한 것은 이미 커다란 양보이기에 선진국들은 더 이상 개도국을 코너로 몰지 말고 진정한 ‘발전의제’를 논의하여야 한다.
[정부는 우리경제에 무리한 족쇄를 채우지 말고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라.]
정부가 선진국과 공조하여 무리한 관세인하 추진한 것은 우리에게 족쇄로 돌아오고 있다. 우르과이라운드의 경우 우리가 양허한 관세율이 실제 적용되는 관세에 비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실제 관세인하를 한 품목은 소수이고 그 감축폭도 높지 않았다. DDA의 경우 현재와 같은 협상추이라면 우리는 평균 60% 가량의 관세감축과 더불어 임수산물, 섬유의류 등에 가중된 감축의무를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감축은 우르과이라운드와는 다르게 우리도 대다수의 품목에 대해 실제로 30% 가량의 관세인하를 하여야 하고, 대부분의 품목은 그 인하된 관세를 다시 인상할 수 없는 실제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선진국과 공조함으로 스스로 이러한 족쇄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세감축은 수출대기업(일부 중소기업 포함)에게 해외시장확대와 값싼 외국부품 수급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나, 그 이익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WTO협상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감축의 효과는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수출기업에게 동일한 환경을 부여할 뿐이다. 또한 이미 과거의 협상에 의해 선진국의 관세가 매우 낮으며 개도국의 관세 역시 많이 감축된 상태이기에 무리한 관세감축의 실익도 크지 않다.
그러나 현실화된 내국관세 감축압박은 우리 중소기업에게는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다. 그 타격은 섬유의류, 기계, 자동차부품, 전기전자 등 전업종에 걸쳐 선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내수지향적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더불어 미래 중소기업의 성장기회 감소, 대외의존도의 지나친 상승, 고용의 감소, 관세수입의 감소 등 경제전반에 상처를 가할 것이다. 정부는 관세감축의 양면의 효과를 직시하여야 한다. 정부는 수출기업의 이해를 대변한 무리한 관세감축전략을 버리고 내수 중소기업 보호육성의 관점을 강화하여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분야별 무세화 협상으로 죄수에 딜레마에 빠지지 마라.]
최근 10개 분야(품목군)의 무관세화협상 개시에 대한 비공식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전기전자, 자동차자동차부품, 보석 등 세 분야의 협의에 참여하고 있고 있으며,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수출증대효과를 고려하여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무세화협상은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을 원하는 협상으로서 이미 관세수준이 매우 낮은 선진국의 입장에 가장 부합한 협상이다. 이 협상은 또한 소수국가의 협상주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협상이기에 비농산품협상의 돌파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다수의 개도국은 그 파급력을 우려하여 자발적 참여 혹은 그 필요성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일부 수출이익에 눈이 어두워 무세화협상의 덫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수출이익을 위해 일부협상에만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그 분야의 모든 품목은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피해 역시 감수해야 한다. 또한 일단 협상에 참여하면 경쟁력이 부족한 다른 분야의 협상에 참여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의 폭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결국 무세화협상 개시는 국내 부품소재산업을 비롯한 내수중소기업에 더욱 많은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무세화협상에 대한 원칙적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2005.12.12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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