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립스틱을 바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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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립스틱을 바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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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마주 앉은 소영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눈썹은 일직선인데 눈 꼬리보다 눈썹이 짧고 코끝이 가늘고 입술은 약간 도툽하고 작은 직선형이다. 옛사람들은 말하기를 소영처럼 눈썹이 일직선인 여자를 두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기는 하나 섹스의 기교가 없는 것이 흠이요, 감수성이 강하고 때로는 우울과 감상에 빠지기 쉽다고 하여 며느리로 맞아들이는데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티 없이 맑은 얼굴에 큼직한 눈, 그리고 백옥 같은 피부는 많은 남성들에게 군침을 삼키게 했다.

소영은 자신이 한번도 못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 자랑하려고 신촌에서 백승철헤어크릭에서 20만원을 들여 머리를 하고 백화점에서 비싼 옷을 걸치고 나갔어도 예쁘다는 말을 하지 않아 머리카락을 쓰러 올리기도 하고 옷매무새를 매만지기도 했지만 쳐다보지도 않아 잔뜩 화가 났다. 그녀는 돌아오는 길에 여성단체가 주최하는 세미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강의 내용은 <여성의 입술>로 왕년에 인기 탤런트 참나리였다. 그녀는 훤칠한 키에 손바닥만한 얼굴로 눈은 구슬같이 빛나고 있었다. 강의는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는지 청중들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넘쳐나고 있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세요. 상대방의 입술을 천천히 뜯어보세요. 남자들이 반해서 키스라도 하고 싶은가를 살펴봐요.”

청중들은 한바탕 캬르르 웃다가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했다. 소영과 마주보는 여인은 삼십 중반에 접어든 여인으로 짙은 로즈립스틱에 립글로스를 발라 금방이라도 침이 떨어질 듯 보였다.
강사는 청중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남자들이 입술을 훔쳐보고 싶은 충동들이 나겠죠?”

청중들은 웃으면서 “예” 하고 대답했다.

“립스틱을 짙게 발라서 입술의 원형을 찾아볼 수 없죠?”
“네”
“사실 립스틱은 아무 때나 바르는 것이 아니었어요. 진시황은 구천 명의 제후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밤마다 궁녀들을 돌아가며 하룻밤을 즐겼답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궁녀에게 가면 달거리를 하고 있어서 동침을 못하고 돌아와 다른 궁녀에게 가서 잠을 자면서 어떻게 하면 달거리를 하는 궁녀에게 표시를 할까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립스틱이라는 겁니다. 달거리를 하는 여자에게 입술에 빨갛게 표시를 해두도록 지시를 한겁니다."

그녀는 한 여인을 데리고 강당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곧 여인의 입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의 입술을 보세요. 이 분의 입술은 백 명에 한 사람이 있을까 말까하는 명기형의 입술인데 이름을 붙인다면 ‘지렁이 천마리형’이라고나 할까요. 지렁이천마리형이란 바로 남자를 녹초 시킬 수 있는 마력의 입술을 말합니다.”
“엘리자베스테일러도 이런 입술형인데 윗입술은 보통 입술보다 넓고 두툽하고 아랫입술은 누에처럼 생기지 않았어요? 저는 여자라서 잘 모르기는 해도 바람쟁이 남자들은 이런 입술을 보면 무조건 빨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나요. 내 친구 중에도 이런 입술을 가지고 있는 분이 있는데 반은 죽여 놓는데요. 나와 주셔서 고마워요.”

여인은 계단을 내려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청중들은 남자를 죽이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다. 연사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

“여자의 매력이 여러분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연사는 물었다. 어떤 이는 눈이란 분도 있었고 코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었고 입술이란 사람도 있었다. 모두 자신들이 이것만은 내가 잘 생겼다는 부분을 큰소리로 대답했다.

“뭐 제 잘난 맞아 사니까요.”

여자들은 서로들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잘 생겼다고 자신이 있는 분 손들어 봐요?”

아무도 손드는 사람은 없었다. 강사는 소리를 질렀다.

“왜 자신이 없어요. 나요 하고 손드는 사람이 없네요. 여러분들은 제가 보기에는 모두 잘 생기셨어요. 여자나 남자나 첫째는 눈이 커야하고, 둘째는 입술이 매력적이어야 하고 셋째는 코라고 할 수 있겠지요. 왜냐하면 이 세 가지가 모두 얼굴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과 코는 다른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로 되어 있기에 저는 이 시간에 입술만 얘기하려고 합니다. 입술은 애정을 표현하는데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에게 가장 매력적인 입술은 어떤 입술인가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마를린몬노 육체파 여배우를 알고 계시지요. 이 분의 입술이 바로 흡기형 입술입니다. 흡기형 입술이라고 하니 빨아 당기는 힘이 보통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되겠지요. 실지로 저와 키스를 해 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지만 대게 이런 입술을 가진 분이 색정에 강하고 성욕도 강하고 생리적 욕구가 강하다고 말합니다.”

강사는 마이크를 들고 의자들 사이로 다니면서 여인들의 얼굴을 훔쳐보며 다녔다. 강사는 소영 앞에 와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리 나와 보실래요.”
“나요?”
“소영은 강사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네, 괜찮아요.”

소영은 얼굴이 빨게 가지고 강사의 뒤를 따랐다. 소영이가 강단에 올라서자 강사는 소영의 얼굴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 분과 같이 생긴 입술을 흡기형 입술이라고 합니다. 윗입술 가운데 인중을 보세요. 마치 제비가 나는 모습 같지 않으세요? 아랫입술은 역삼각형이고 물기가 촉촉이 젖어있지 않습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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