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있는" 영화의 러닝타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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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있는" 영화의 러닝타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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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폭스파이어’’라 당스’ 등 스크린은 러닝타임 경쟁중

  ▲ 137분의 러닝타임 영화 '마스터'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 그 동안 상업영화 속편에만 통용되었던 러닝타임 경쟁이 최근 무비꼴라쥬, 아트나인, 씨네큐브 등 예술영화 전용관을 중심으로 하여 소규모 스크린을 타깃으로 한 다양성 영화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어 화제이다.

이들 영화들은 다양성영화의 흥행 기준이 된 전국관객 3만여 명을 단숨에 넘기도 하면서 멀티플렉스 배급방식으로 볼 영화가 없다고 토로하는 국내 영화팬들을 공략하면서 올해 영화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해외 유수영화제에 초청되거나 수상 사례가 있는 작품들을 수입, 배급하거나 디지털필름 이전 시대에 개봉하여 히트를 기록했던 고전영화들의 HD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복원하여 재개봉하면서 영화 수입, 배급에 주력하고 있는 영화기획사들에게 캐시카우가 될 전망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통합입장권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후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전국관객 33,454명을 동원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마스터>는 일반영화에 비해 17분이 추가되어 러닝타임이 137분에 이른다.

이 영화는 지난해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할 때 막판까지 수상 경쟁을 벌이면서 은사자상과 함께 주연배우인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프 무어만이 공동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올해 하반기에 영화주간지 등을 통해 국내 평단에서도 주목받았다.

1950년대 제 2차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전쟁이 가져온 인간 사이의 불신과 불안감을 약점삼아 미국 사회에 광풍을 몰고왔던 신흥종교를 소재로 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명연기, 연출 그리고 메시지까지 네 박자를 갖춘 영화이다.  

지난 1993년에 국내에 개봉되어 히트를 쳤던 110분 러닝타임의 <그랑블루> 역시 기존 상영분에 확장판(감독판)으로 58분이 추가되어 168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한 달이 지난 8월말 현재, 전국 관객 20,476명을 동원하였다.

이 같은 흥행에 힘입어 이 영화 수입 관계자는 “20년 전 110분의 국내 개봉판과 다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서 개봉됐던 137분 오리지널 버전으로 다시 국내에 재개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랑블루 감독판>은 바다를 사랑한 두 남자의 우정과 돌고래와 교감이 한 편의 교향시처럼 경이로우며, 여유로운 지중해식 유머와 해양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자연미의 조합과 함께 영화 후반부에 침대 위 주인공의 바닷속 상상씬 등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관객들의 시선을 줄곧 사로잡는다.

 

  ▲ 137분의 러닝타임으로 재개봉 예정된  '그랑블루' 오리지널버전

한편, 상업 영화로는 한국 영화 <감시자들>에 밀려 전국 관객 387,527명을 기록하며 올해 저주받은 외화로 손 꼽을 만한 영화 <론 레인저>의 경우도 러닝타임이 149분이었지만, 아메리칸  인디언에 얽힌 미국의 성장통과 엘도라도를 향한 인간의 탐욕을 조명하는 블랙코디미로 관객들을 웃음과 액션의 롤러코스터에 올려 태웠다.

다만, 기존에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각인된 주연배우 조니 뎁의 캐릭터가 클리셰로 다가와 캐릭터 설정에 아쉬움을 남겼지만 조니 뎁표 유머와 레트로 웨스턴 장르의 유쾌한 도킹이라 할 만했다.
 
영화 배우 배두나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았던 워쇼스키 형제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역시 러닝타임이 3시간에 1분이 모자란 179분으로 전국 관객 452,995명을 동원했다.

그리고, 저항의 아이콘인 제임스 딘이나 리버 피닉스의 재림이라 할 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선 보인 라이언 고슬링의 열연이 빛난 영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도 마치 두 개의 에피소드를 감상하듯 배우 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러닝타임 140분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개봉 한 달째인 8월 말 현재, 전국 관객 21,527명을 동원하면서 상영되고 있다.

또한, 제 61회(2008)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클래스>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거장 로랑 캉테 감독은 영미권을 대표하는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남성 중심의 사회 시스템에 맞선 무서운 여중생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폭스파이어>도 러닝타임 143분에 개봉 8일째에 전국관객 6,990명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 다양성영화들은 영화평론가들이나 큐레이터들이 나서 관객과 대화(GV)를 통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을 나누며 영화에 대한 해설을 해주는 시네마톡, 라이브톡 등에 힘입어 개봉 10일째를 맞이한 이 영화는 개봉 후 3, 6, 9일째는 줄어들던 관람객들이 전일보다 70~100% 가량 증가하면서 영화 <마스터>의 뒤를 잇는 다양성 영화의 성공사례가 될 지 주목된다.

영화는 여성연대로 시작하여 자본계급 사회의 모습으로 변질되어 가는 학원서클을 조명하면서 이상을 꿈 꾸던 소녀들의 무서운 생각들과 당돌한 행위들을 로랑캉테식 비판과 풍자를 통하여 일깨우고 있다.

또 다른 프랑스 영화 <라 당스> 역시 <폭스파이어>와 같은 날 개봉하여 10일째 3,530명을 동원하고 있는데, 350년 전통의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 속 발레리나들을 소재로 하여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과 화려함 이면에 놓인 단원들의 치열한 삶을 159분의 러닝타임 동안 조명한다. 

 

▲ 프랑스의 거장 로랑 캉테의 신작 '폭스파이어'

이토록 점점 길어지는 영화들과 달리, 본래 러닝타임의 의미는 일찍이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전한 명언을 떠올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그는 영화 관객들을 위한 지침에 대하여 "영화의 상영시간은 인간 방광의 내구성에 정확히 상응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개봉관에서 소개되는 장편 극영화의 경우 대개 90분부터 2시간(120분) 내외까지 러닝타임을 채택하고 있으며 3시간 이상 공연하는 뮤지컬이 중간에 휴식기를  갖는 이유 또한 영화 보기전에 식사나 음료를 섭취한 관객들에게 방광의 압박에 따른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배려일 수 있다.

올해 초에도 국내에서 전국관객 590만 명을 동원한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은 158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방광의 팽창을 견뎌낸 관객들로 인하여 흥행하였다. 이어 올 3월 경에는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의 영화 <제로 다크 서티>(157분), <링컨>(151분), <장고: 분노의 추적자>(165분) 등 2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의 영화들이 대거 개봉한 바 있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의 영화들을 관객들이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어떻게 견뎌내면서 끝 까지 관람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속편 시리즈를 빙자하여 열린 결말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상업 영화들에 비해 결말이나 메시지를 명확히 전하려는 작가의 친철함에 조금 더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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