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쨉도 안돼... 이러다 폭동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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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쨉도 안돼... 이러다 폭동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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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어느 택시기사의 한숨!

쓸쓸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 거리에 온통 캐롤과 화려한 장식 등으로 곱게 치장됐던 서울 거리의 모습은 찌그러진 60년대 경제를 반영하듯 울상이다.

연말도 다를바 없다. 쓴소주 몇잔에 비틀거리는 젊은이들 사이로 지나다니는 택시들의 머리 꼭대기엔 빈차 불만 보인다. 죽겠다고 한숨 짖는 서민들의 목소리는 이제 힘까지 빠져 있다.

어느 누구 할것 없이 만나면 인사가 오동동 타령이 아닌 경제 타령이다. 나 역시 이런 국민들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의 한사람이다. 그러나 말을 아끼자니 속이 터져 병이 걸릴 것 같다.

몇일 전 동문회 막년회를 끝내고 귀가길에 택시를 잡았다. 올라타고 보니 운전기사의 연세는 60대를 조금 넘어 보였다. 감기가 걸려 술 한잔 하지않고 택시를 잡은 내가 이상한지 말을 걸어 왔다.

"손님은 연말인데 술도 안드시고 택시를 타셨네요."

"아 예 감기가 걸려 회비만 내고 아무 것도 먹지 못했거든요."

"그래도 다행인줄 아십시오, 우리는 그런 자리도 못갑니다."

"왜 시간이 없습니까."

"아닙니다. 경제가 이모양이니 회비 낼 돈이 없어 그렇지요."

바로 경제였다. 일반택시다 보니 밥먹을 시간까지 놓치고 일을 해도 사납금조차 못 번다고 푸념했다.

특히 예년의 연말 같으면 손님을 골라 태우던 시절도 있었는데 올해는 자정무렵에도 빈택시로 다니는 것이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기사의 말이 정말일거라 생각된다.

기사는 한 때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나 빈손으로 나와 먹고 살기위해 운전대를 잡은 것이 이제 3년째. 그나마 지난해 까지는 밥벌이는 돼, 근근히 생활해 왔는데 올해는 심심찮게 사납금을 못벌어 생돈을 갖다 넣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택시회사는 그동안 200여대가 운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과 몇개월 전부터 150대가 운행 중지를 했다는 것이 아닌가. 겨우 50대가 굴러 다니지만 이 또한 내년이면 3분의1은 쉬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60대의 청년같은 노인이 이 것도 못하게 되면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하소연은 30분쯤 후부터 정치인과 대통령으로 화살이 돌아갔다.

흥분을 했던지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하기 시작했다. 서민들은 다 죽어가는데 누구도 경제를 살리려고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오로지 립서비스로 국민들을 죽음의 고통속으로 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와중에 그의 입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은 이 택시를 이용한 승객 모두가 똑같은 심정이라고 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는 "IMF는 쨉도 안됩니다. 이러다가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라며 현실적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얼마나 열변을 토하는지 차마 그의 말을 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답답함이 풀린다면 그나마 다행 아니겠는가 생각하며 진진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에 도착했을 무렵 택시비는 1만800원이 나왔다. 1만1천원을 내고 거스럼 돈 없이 내렸다. 내가 그 기사에게 해줄 것은 이것밖에 없었다.

글로 표현하기 난감한 참으로 심각한 말들을 스스럼 없이 내뱉는 그 기사의 현실을 보며 내가 겪는 오늘의 현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밀치고 들어왔다.

이것은 한 택시 기사의 한숨소리가 분명 아니다. 전체 국민을 대변하는 목소리일 수 도 있다. 또 우리나라 경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주소일 수도 있다.

배고픈 국민들이 너무 많다. 돈때문에 사람을 헤치고 자살을 하는 사회적 현상이 너무 자주 일어나다 보니 무감각해졌다.

아무 생각없이 행해지는 이런 일들이 더 고착화 되면 이 사회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중병에 시달리게 된다.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고 했지 않는가. 배불리는 먹이지 못해도 굶고 사는 사회는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가계살림 아끼자고 전철과 버스를 애용하면서도 그 택시기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그렇다고 택시를 자주 이용하면 가정경제가 문제가 될 것 같은 오늘, 우리는 진정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만 배부르면 잘사는 나라라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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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004-12-20 19:27:07
우리 국민모두의 한숨입니다. 정치인 빼고...
지금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노대통령님 제발 국민을 보세요.
죽을 지경입니다.

벼룩 한마리 잡자고 초가 삼간을 다태우는 정치는 않됩니다.
제발 정신 차리시오.


자살 1초전 2004-12-21 19:46:16
스발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 그런데 아니라고 하니 속이 뒤집어 지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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