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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전자업체의 에어컨 광고 화면^^^ | ||
예전엔 가난은 배고픔으로 표현되었다. ‘굶주린’ 이란 표현이 어느덧 ‘헐벗은’이란 표현으로 대치되고, 이젠 가난은 에어콘을 가져서 더위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경계로 구분된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자신의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과시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가난한 이와 그렇지 못한 이를 구분하는 경계가 되었다.
더 이상 배고픔은 없다. 우리나라의 모습은 불과 몇 십 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상전벽해란 말이 바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강과 산의 모습이 변하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이다. 외국인들이 혀를 내두르는 윤택함. 바로 그 속에서 살면서 우리들은 또 다른 잣대로 가난을 구분하면서 고통 받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평등의식과 인권의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강렬하고, 그 때문에 세계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때 빈부격차가 상당히 적은 편인 우리나라에서도 부자에 대한 양가감정은 강렬하다. 부자를 질시하면서도 신문지면은 온통 부자가 되는 방법으로 가득히 채워져 있다. 재테크, 세테크, 부동산... 정치나 사회면도 어떻게든 직간접적으로 경제적인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으로 가득히 채워져 있다. 이 정도면 이 나라는 경제에 온통 목을 맨 국민들로 가득한 나라인 것으로 보아도 될 법하다.
나는 부의 공정한 분배, 기회의 평등 그리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도 사람답게 살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을 강렬하게 원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가난한 이나 부유한 이들을 막론하고 더 많은 부를 소유했을 때 과연 그들이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경제는 잘 모르는 평범한 소시민인 뿐인 나이지만 “우리가 과연 20년 전, 30년 전 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자꾸만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렇다. 나는 다행히도 시원한 에어콘 바람 아래서 근무를 하고,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고 깔끔한 주택에서 거주를 한다. 그것들을 가진 나는 그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보다 편하게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나의 삶의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가? 오늘의 나는 과연 내가 20년 전 고뇌하던 가난한 학창시절 때보다 더 행복한가? 나의 생각으로는 내 존재의 행, 불행은 경제적 발전의 정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존재인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다. 나 역시 오늘 하루도 나의 노동을 위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해야 하고, 때론 조금 더 쉬고 싶어도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거대한 경제체제에 매인 몸이면서 동시에 그것이 나에게 가하는 억압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는 작은 몽상가이다. 남보다 나아지려는 노력. 남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 필요 없는 것을 필요한 것으로 포장해서 구매를 강요하는 세상. 나는 그곳에서 탈출하고 싶은 꿈을 꾼다. 가능한 것일까? 가능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말한다. “다 같이 못사는 하향 평준화 세상을 이루자는 것이냐고?” 나는 이렇게 반론하고 싶다. 그렇다. 경제적 소비의 수준은 못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못사는’ ‘하향’이라는 가치적 개념이 적용되기에 당연한 상태인가를 되물어보면 꼭 내가 틀린 것만은 아닌 것도 같다. 가난했지만 꿈과 희망이 있었기에 풍요로웠고, 고달팠지만 경제적 삶에 매인 존재가 아니었기에 자유로웠던 젊은 날. 그날로 우리사회가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나빠질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들 대부분이 가끔씩 그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는가?
“그것은 젊음의 추억으로 포장되었기에 아름다울 뿐 현실세계에서는 더 이상 아름다움이 아닐 수도 있어.” 나는 스스로에게 그런 반문을 해 본다. 그렇다. 확실히 그 시절에도 사회적 처지로 인한 나름의 고민이 있었고, 가진 아이들과 못 가진 아이들의 갈등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소비와 경쟁, 더 많은 것을 누리려는 이 헛된 달음박질에서 벗어나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너무 힘들지 않는 만큼 일하고 너무 힘들지 않을 만큼만 소비하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그리고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경제적 삶이 좀 덜 차이가 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명품이 없고 고가품 구매의 대열에 끼지 않아도 기죽지 않고, 삶에 꼭 필요한 것은 모든 이가 가질 수 있는 세상을 이룰 수는 혹 없을까. 제어할 수 없이 경제적 성과의 달성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세상을 좀 멈추어 세울 수는 없을까. 경제보다는 사람의 삶의 희망과 보람이 더 우선시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경제적 성취보다는 인간의 됨됨이와 타인을 위한 헌신에 의해 사람이 평가를 받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사회의 방향을 돌려보는 것은 너무 지나친 모험일까. 나 혼자만 조용히 간직하고 있어야 할 일종의 몽상인 것일까.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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