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와 냉대 속에 잊혀져가는 젤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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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와 냉대 속에 잊혀져가는 젤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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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세계 지도급 정치인들도 피로감을 느끼는 가운데 잊혀져가는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환대와 냉대’가 교차되는 시대에 국제사회는 놓여 있다. 하나의 좋은 예시는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연극 ‘오셀로’에서 잘 묘사되고 있다.

주인공 ‘오셀로’는 자신의 부하인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인 ‘이아고’에게 무한 신뢰를 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다가 이아고의 교묘한 계략에 의해 자신의 아내인 데스데모나에 대한 의심과 질투에 휩싸이게 된다.

이 작품 ‘오셀로’에서는 처음에는 오셀로와 이아고의 우정과 신뢰가 환대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이아고는 오셀로에 대한 냉대를 품고 복수를 계획하며, 오셀로의 마음을 어둡게 만든다. 냉대의 요소가 더욱 더 강력해짐에 따라 오셀로는 데스데모나에 대한 의심과 질투에 사로잡히게 되어 결국 파멸하게 된다.

이 작품은 “환대와 냉대의 대립을 통해 인간 감정의 다양성과 변화”를 잘 묘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관계가 나중에는 냉소와 음모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환대와 냉대의 상호작용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개인관계나 국제사회도 이러한 환대와 냉대는 언제나 교차 작동된다. 2022년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을 때 미국은 물론 유럽, 국제사회에 혜성처럼 등장한 블로디미르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감동을 주었고, 우크라이나는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절대적인 존재물인양 세계는 떠들썩하게 그와 그의 국가를 지원했다. 젤렌스키는 환대 속에서 여러 나라의 국회에 박수갈채를 받으며 연설을 한곤 했다.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러시아의 침공이 2년이 가까워지면서 세계는 이제 우크라이나와 그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싸늘해졌다. 관심 밖의 대통령과 국가가 된 느낌이다. 2023년 12월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은 잊혀진 전쟁에 맞서 싸우는 고독한 남자로 전락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별똥별은 러시아의 치열한 침략이 2년이 다 돼가면서 높이와 빛을 상당히 잃게 됐다. 전쟁과 질병은 모두 시간이 질질 끌림으로써 지루함과 피곤함이 엄습해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루한 교착상태에 처하게 됐다. 야심에 찬 우크라이나 반전공세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들었다.

호들갑을 떨 듯이 약속이 쏟아졌던 것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치고 있다. 전쟁은 여전히 지루하지만 지속되고 그 끝은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의 치명적인 맞대응 반전공세는 힘을 잃었고, 지루한 전투만이 일상이 됐다. 자국우선주의, 초민족주의가 상호주의를 퇴색시키고 있으며, 일부의 분노를 부추기는 반면 다른 일부는 분열로 치닫는 세계에서 우크라이나는 잊혀져가는 나라로 전환되고 있는 듯하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승리’가 전략적이거나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뛰어 넘고 있다.

세상은 우크라이나에 지쳐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더욱 더 좋지 않은 것은 ‘이제 지루하다’는 것이다. 한 때 달콤한 꿀을 첨가한 강연이나 연설을 통해 젤렌스키는 용기와 우크라이나의 저항정신을 상징, 국제사회로부터 극찬을 받을 정도로 멋진 대통령이라는 칼럼리스트들은 이제 그를 잊혀진 인물로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이제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의 의회에서도 전쟁 초기처럼 연설하라는 초대장도 사라졌다. 초기에만 해도 트레이드마크인 녹색의 풀오버(Green Pullover)를 입은 젤렌스키는 변덕스럽고 비정통적인 전사이자 해방자로 환대를 받았다. 용감하고 정의로운 투쟁에 대한 연대의식은 전 세계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면서 젤렌스키의 근육은 한껏 부풀어졌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자랑스러운 그의 근육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최근 국제뉴스는 어 이상 긴급하고도 동정적인 ‘뉴스’가 사라졌다.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가 초대하는 유일한 뉴스는 대부분 나쁜 뉴스들이다. 부분적으로는 변덕스러운 백악관에서 나온 정보와 뉴스들이 잘 포장되어 뉴스 시장을 떠돈다. 속을 들여다보면 불쾌한 것들이 많다.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의 인기 온라인 포털에는 “유출된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략은 부패를 진짜 위협으로 본다”는 가시적인 헤드라인이 눈에 확 들어온다. 헤드라인 아래의 작은 글씨들을 읽다보면, 첫 문장은 저주적이고, 미국의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용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애정이 약해지기 시작했다는 노골적인 신호가 베어들어 있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 보다 우크라이나 부패를 훨씬 더 우려하고 있다”는 폴리티코는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더욱 지루함과 피곤함을 토로하며, 용감한 전사라기보다는 부패에 연루된 파렴치한 사람 정도로 인식의 전환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그 관료들의 그러한 인식의 전환의 근원적인 배경은 알 수는 없다.

“(.......) 부패로 인해 서방 동맹국들이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게 될 수 있으며, 수도 키이우는 반부패 노력을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젤렌스키는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이다.

젤렌스키는 이제 “시간과 상황이 자신의 동맹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는지 알 수는 없다.” 머지않아 유럽과 워싱턴에 있는 그의 좋은 친구들은 언제나 그렇듯 현재에 몰두해 빠르게 사라져가는 과거에 대한 관심을 잃을 것이다. 그들의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강철같은 의지”는 서서히 확실하게 ‘체념’으로 대체되고 있다.

병력의 식량, 전쟁무기도 모두가 다 돈과 연관되어 있다. ‘지원하겠다던 강철같은 의지’가 약화되거나 사라지면, 돈의 액수가 줄어들거나 아예 증발돼 버릴 것이다.

전쟁광으로 까지 비난에 비난을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탐욕과 야심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따라야 한다. 이미 엄청난 액수의 자금이 투입됐다. 의회와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의 돼지저금통 노릇을 할 것이라는 전망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서방의 금고도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첫째도, 둘째도 돈이다. 돈 없는 전쟁은 있을 없다. 이제 현금 구걸도 쉽지 않은 처지에 몰려있는 게 우크라이나의 우울한 현실이다. 돈은 공짜로 마시며 숨을 쉴 수 있는 공기가 아니다. 이 인위적인 물질은 분명 한계가 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의 한 관리는 “분명히 말하지만, 미 의회의 조치가 없으면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와 장비를 조달하고, 미군 재고에서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자금이 없다. 돈도 없고 시간도 거의 없다.”는 실토이다.

처지가 이러함에도 힘들이지 않아도 술술 나오는 수사(레토릭)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원은 튼튼하지 그지없다. 최근에 브뤼셀에 모인 외무장관들은 “우크라이나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을 하는 듯 어쩌면 이른바 ‘희망고문’과 같은 수사가 당당하다.

그들은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초지일관인 것처럼 발언들은 쏟아진다. 그러면서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안보만이 아니라 유럽-대서양 전체 공간의 안보와 안전”이라며 보다 광범위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선택과 집중’에서 뒷걸음질 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선택은 어느 것을 포기해야 이뤄지는 것이다. 이른바 ‘선택은 곧 포기’라는 말이 있듯이 안보와 안전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선택이 어렵다는 것임과 동시에 ‘포기’도 하지 못한다는 어정쩡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외무장관들의 당찬 외침에는 피로감과 지루함이 묻어나 있다. 메아리조차 없는 각박한 빌딩 숲 어느 좁은 골목에서 외치는 소리와 같다.

푸틴이 그렇게 좋아하는 대통령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푸틴의 당당함은 젤렌스키에게는 러시아의 전쟁 승리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있을 것이다.

젤렌스키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희생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희생양이 아니다. 환대와 냉대를 반복하는 인간, 국제사회의 전형적인 행태가 그를 실망시킬지도 모른다. 미국을 비롯, 유럽 역시 전쟁초기의 힘을 보탤 수 없음을 젤렌스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지일관의 자세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사무총장은 그의 완고한 동료들에게 “경로를 유지하라"고 절박하게 간청 했다. 그러나 상황은 새로운 합의가 동의하는 과정은 아무데도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자지구의 황폐한 잔해와 서안지구를 점령해 팔레스타인인들을 휩쓸고 있는 살인적인 광기는 러시아의 침략과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비인간성과 잔인함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치는 바이든과 정의의 얼굴을 가진 아첨꾼 집단의 사기와 심각한 위선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이는 곳이 가자지구의 참혹한 전장일 것이다.

- 국제법에 대한 그들의 방어는 편리한 가짜이다.

- 인권 협약을 옹호하는 것은 편리한 가짜이다.

- 이른바 “영토 보전”에 대한 그들의 방어는 편리한 가짜이다.

- 보호책임이라는 신성한 원칙을 옹호하는 것은 편리한 가짜이다.

- 전쟁이 어떻게 기소되고, 민간인에 대한 무기 사용이 금지되는지를 규율하는 규칙을 옹호하는 것은 편리한 가짜이다.

- 전쟁 범죄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그들의 순탄한 해석은 구역질나는 가짜이다.

- 집단 학살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그들의 기회주의적 해석은 불쾌한 가짜이다.

위와 같이 ‘가짜론’은 편 사람은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알자지라(Al Jazeera)의 칼럼리스트인 앤드류 미트로비카(Andrew Mitrovica)이다.

이제 영원히 부패라는 이름으로 잊혀지는 인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지난간 환대 후의 냉대 역시 지나간 후에 다시 환대의 시절이 도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환대와 냉대는 젤렌스키 본인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냉대와 무관심은 인간을 고립감에 뺘져 들게 한다. 만연한 무관심은 이스라엘을 무조건 방어하려는 대대적인 돌진에 대한 본능적이고 전면적인 반응을 고려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정치인”들의 근시안과 오산의 산물일 수 있다.

그들은 기득권 언론을 가득 채운 신뢰할 수 있는 키보드 기병대의 도움으로, 그들의 분노한 이중성을 진부하고 거만한 브로마이드 뒤에 묻힐 수 있다고 확신할 것이다.

세계 지도급 정치인들의 화려한 수사는 시간과 함께 흐물흐물해질 것이며, 또 다른 사치스런 수사를 개발해 낼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세계의 많은 의식에서 사라졌다. 팔레스타인의 끔찍한 운명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 비겁하고 거짓으로 잘 디자인된 값비싸고 화려한 세력들은 아마도 “적절하고도 의도적인 과정을 통해 우크라이나인을 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젤렌스키도 알고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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