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도 일관성도 없는 모순투성이의 정책이다.”
“심각한 빚 재정에도 불구하고 선심성 감세(減稅)로 치닫는 것은 한 국가의 수장으로서 너무 무책임(無責任)하다.”
한국의 이야기 같다. 그러나 한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25일자 사설의 첫머리부분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소득감세(所得減稅)를 실시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그러자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이게 무슨 정책이냐며 비판하고 나섰다. 검토를 거쳐 실시될 경우 소득감세 총액으로 수조 엔 규모로 보여 조만간 마련할 경제 대책의 주력으로 삼을 생각인 것 같다는 게 마이니치 사설의 요지이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저소득층이나 육아 가구일수록 생활이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쥐어짜서 지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하지만 일률적으로 세 부담을 덜어버리면 결국 혜택은 고소득자들에게 돌아가고 만다. 휘발유 등에 대한 보조금도 연장할 방침이어서 선심성이 한층 드러나고 있다.
효과도 의심스럽다. ‘디플레이션 탈피’를 목적으로 한다지만, 지금의 경제는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pandemic) 시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이야기이다.
방일객 증가 등에 힘입어 경기는 견조하다. 폭넓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감세로 소비를 지나치게 자극하면 오히려 ‘고물가(高物價)’를 조장할 수 있다. 나아가 재정은 더더욱 악화가 걱정이라는 게 사설의 지적이다.
기시다 총리는 “경제 성장에 수반하는 세수증가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세수는 사상 최대인 71조엔(약 641조 1,229억 원)이었지만 예산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국채를 30조엔(약 270조 9,780억 원) 넘게 발행했다. 마이니치 사설은 “세수가 늘어난 만큼은 먼저 빚을 갚는 데 써야 하는데 고소득자들만 배부르게 할 것”이란 지적이다.
신문은 또 “세제 전체의 앞뒤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기시다 총리는 방위비를 늘리는 재원 가운데, 소득세 등의 증세로 1조엔(약 9조 326억 원) 이상을 조달할 방침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국민들에게 부담을 요구하는 한편, 감세를 갑자기 내놓는 자세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민생(民生)을 돕는다면 주식 배당 등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해 저소득자 배분을 후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초 ‘분배정책’을 뼈대로 한 ‘새로운 자본주의’를 간판으로 내걸었지만 이번 소신 표명 연설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사설은 꼬집었다.
일본 이야기인지 한국 이야기인지 헷갈리는 일본 언론의 사설내용이다. 공약으로 내걸고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한 지도자가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 하거나 오히려 저소득층들의 삶을 피폐해지게 하는 정책으로 흐르는 경우를 한국에서 목도할 수 있다.
사설은 “정권을 따라다니는 증세(增稅) 이미지를 없애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은데, 세금을 통한 재분배에 소홀한 채 감세(減稅)만 어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중의원 해산의 시기를 찾고 있는 기시다 총리는 내각 지지율이 침체하는 사태를 타개하고 싶을 것”이라며, “하지만 감세 카드를 정권 부양의 도구로 이용해 빚을 더 부풀려 버리면 장래에 화근만 남길 뿐”이라고 경고했다.
아무리 위 사설 내용을 살펴보아도 일본이야기가 한국이야기하고 거의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침제의 늪’이 멀리 있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윤석열 정부의 대처 능력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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