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징병기피 러시아인 한꺼번에 유입 ‘경제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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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징병기피 러시아인 한꺼번에 유입 ‘경제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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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아 경제성장률 올해 10% 이상 기대
- 징병 기피 러시아인들 한꺼번에 10만 명 이상 조지아 유입
- 당초 WB, EBRD 등 은행, 조지아 성장률 전망 연 2.5% 정도 내다 봐
- 전쟁 끝나고 러시아인들 자국으로 돌아가면, 조지아 경제가 경착륙 우려
- 유입자금, 1조 3000억 원 정도, 수도 트빌리시 임대 주택 부족
사진 : 조지아 경제를 설명하는 뉴스 사이트 비디오 캡처
사진 : 조지아 경제를 설명하는 뉴스 사이트 WTVM  비디오 캡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월24일)으로 유럽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고 있는 한편으로 러시아의 남서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나라들이 예상 밖의 호경기에 들끓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조지아(Georgia, 옛 그루지아)가 최고의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일(현지시간) 올해 세계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가 조지아가 되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심지어 병력 충원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동한 ‘부분 동원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만 명 이사의 러시아인들이 한꺼번에 조지아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경기침체(Recession)로 빠져가고 있는 가운데, 여러 국제기구는 흑해에 접한 인구 약 375만 명(2022년 UN 기준)의 조지아가 소비주도의 호황 속에서 2022년도 경제 성장률이 10% 이상이라는 매우 큰 폭의 경제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지아의 경제규모는 190억 달러(약 25조 610억 원)로 결콘 큰 규모가 아니다. 산악과 숲이 국토를 덮고 있고, 와인 생산이 성행하는 계곡으로 유명한 나라이지만, 예상대로라면 경제가 과열되는 베트남 등 신흥 시장국이나 유가 급등에 따른 수혜를 입는 중동의 쿠웨이트 등 석유수출국보다 높은 속도로 성장하는 셈이다.

수도 트빌리시에 위치한 조지아의 최대 은행인 TBC(Tbilisi Business Centre)의  박탱 부츠크리키제(Vakhtang Butskhrikidze) 최고경영자(CEO)는 “경제면에서 조지아는 매우 잘 나가고 있다”면서 “모종의 호경기이며, 기업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산업이 매우 좋다. 올해 무슨 문제가 생긴 업계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출입국 관리 통계를 보면, 2022년도 조지아에 입국한 러시아인은 최소 11만2000명으로, 조지아 정부에 따르면, 처음 4만3000명의 1차 물결이 도착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이 국내 반전운동을 탄압한 이후 처음이다. 제2의 물결은 지난 9월말의 푸틴 대통령에 의한 전국 규모의 ‘부분 동원령 발표’가 계기였다.

어느 정도 기간 지속되든 조지아의 호경기는 많은 전문가를 당혹스럽게 했다. 옛 소련권인 조지아 경제는 인접한 강대국 러시아와 수출과 관광업 등에서 긴밀히 연계돼 있어 이번 전쟁으로 뼈아픈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은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이 조지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마찬가지로 세계은행(WB)도 지난 4월 2022년 조지아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5%에서 낮춰 2.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EBRD의 동유럽 코카서스 지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디미타르 보고프(Dimitar Bogov)는  “우리 모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지아 경제에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지금까지 그러한 리스크가 구체화되는 모습은 없다”고 말했다. 예상 밖의 조지아의 경제 상황이다.

그렇다고 눈부신 경제성장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누리는 것은 아니다. 만 단위로 유입된 러시아인의 대부분이 고소득 기술 전문가였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했고, 조지아 국민 중에는 임대주택시장과 교육 등 경제 일각에서 밀려나는 사람도 있다.

나아가 기업인들은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인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면, 조지아 경제가 경착륙을 겪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 유입자금은 약 10억 달러(약 1조 3,190억 원)

조지아 자신도 지난 2008년 남오세티야 지방, 압하지야 지방을 놓고 러시아와 단기간이지만 싸우고 있었다. 모두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분리 독립주의자들이 실권을 쥔 지역이다.

하지만 현재 초강대국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러시아 및 기타 많은 외국 출신자에 대해 비자 없이 거주, 취업, 기업 설립을 허용하는 관용적인 이민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 조지아 경제에 혜택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도망쳐 온 사람들은 풍부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

조지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 4~9월 러시아인들이 은행이나 해외송금 서비스를 통해 조지아로 옮긴 돈은 10억 달러(약 1조 3,190억 원) 이상으로 전년 동기의 5배에 이른다. 이 같은 자금 유입으로 조지아의 통화 ‘라리(GEL)’는 3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TBC의 부츠크리키제 CEO와 조지아 국내 보도에 따르면, 입국한 러시아인의 50%가량은 테크놀로지 관계자들이다. 한편 러시아 측의 테크놀로지 산업에서의 조사나 추측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후 유연한 근무방식이 가능한 IT 노동자가 만 명 단위로 국외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양측의 숫자는 앞뒤가 맞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국립대 국제경제대학원(ISET, International School of Economics at Tbilisi State University) 다빗 케셰라바(Davit Keshelava) 선임연구원은 “정상급 부유층이 어떤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조지아에 찾아와 소비를 극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전쟁은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영향은 긍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 수도 트빌리시에서는 임대 주택 부족

새로운 인구 유입의 영향이 어느 곳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수도 트빌리시의 임대 주택시장이다. 수요의 증대로 수급이 한층 핍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TBC 분석에 따르면, 트빌리시의 임대료는 올해 75%나 상승했다. 저소득층과 학생 일부는 지원 활동가들이 말하는 심각해지는 주택 위기에 빠져들었다.

조지아인 19세의 한 소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불과 몇 주 전에 트빌리시 중심부의 연립주택에서 2년간 임대계약을 했다. 임대료는 월 150달러이었다. 그런데 7월에야 집주인에게서 퇴거를 요구받아 중심부에서 떨어진 치안이 나쁜 지구로 이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 소녀는 “과거 출퇴근 시간은 10분이었다. 지금은 최소 40분은 걸린다. 버스와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어 교통체증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물론 그 원인은 신규 유입에 따른 인구 급증에 따라 시장 구조가 바뀐 탓이라고 한다.

또 인도에서 유학 중인 21세의 한 의대생은 “여름휴가 중 월세가 두 배로 올라 한 달째 친구 집에 굴러다녔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예전 같으면 아파트 구하기가 너무 쉬웠다. 하지만, 친구의 대부분은 퇴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온 사람들은 우리보다 높은 집세를 기꺼이 내니까......

ISET의 다빗 케셰라바에 따르면, 시내에서 주거를 확보할 여유가 없어 트빌리시에서 학업에 지연되고 있는 학생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는 것을 대학 측의 데이터로부터도 알 수 있다고 한다.

* 위기가 늦을 수도

TBC의 부츠크리키제 CEO는 “러시아로부터의 새로운 인재 유입으로 조지아 경제에 기술 격차가 메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들은 매우 젊고 기술 소양과 지식이 있다. TBC나 다른 조지아 기업들에게 이것은 매우 유익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조지아 기업에 중요한 과제는 테크놀로지다. 유감스럽게도, 그 분야에서의 경쟁 상대는 미국이나 유럽의 하이테크 기업”이라며, “빨리 이기려면 러시아 이민이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나 기업 관계자들은 여전히 전쟁으로 인한 장기적인 악영향이나 러시아인이 귀국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조지아 유수의 부동산 개발자인 아르키(Harki)측은 “새로 유입된 사람들에 관해 장래적인 플랜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건축자재와 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개발자들은 주택시장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 임대료 급등으로 집주인이 윤택해지는 반면 연립주택 매물 매매에 따른 시세차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또 호경기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유가 있는 동안 정부는 윤택한 세수를 사용해 채무를 상환하고 외환보유액을 적립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BRD의 디미타르 보소프는 “올해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은 모두 일시적인 것이며,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 가능한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은 남아 있어, 다소 지연되더라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악영향을 조지아가 받을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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