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엔솔)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혼다자동차와 약 5조 원을 투입, 미국에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한국의 배터리 업체와 일본의 완성차 업체 간의 최초의 대외 협력으로, LG엔솔은 이번 협력으로 글로벌 상위 10개 완성차 가운데, 8곳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으며, 북미 시장 내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한껏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LG엔솔은 29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본사에서 권영수 부회장(CEO)와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 등이 참석,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작 지분율은 LG엔솔이 51%, 혼다가 49%이다.

LG엔솔-혼다 두 회사는 총 44억 달러(약 5조 9,356억 원)을 투입해 미국에 4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현재 미국의 배터리 합작공장의 부지는 검토 중에 있으며, 2023년 상반기에 착공, 2025년 말부터 파우치 배터리셀과 모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생산된 배터리는 혼다와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큐라(Acura)전기자동차 모델에도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수 부회장은 이날 “높은 브랜드 신뢰를 구축한 혼다와의 이번 합작공장은 북미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고객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동화에 앞장서 고객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는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글로벌 배터리 선도기업인 LG엔솔과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혼다의 한국의 LG엔솔과의 합작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일본 브랜드의 부품, 협력사를 선호하는 등 기술적인 무역장벽을 치면서 일본 고유의 사업방식을 추구해왔는데, 이번 LG와의 합작은 일본의 파나소닉 등과 같은 일본 배터리 업체가 아닌 한국 업체를 선택한 것은 과거의 틀 유지보다는 북미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 공략이 우선시 된 것으로 보인다.

LG엔솔 측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기술을 매우 중시하는 일본의 완성차 업체에서는 처음으로 LG엔솔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 품질, 기술력, 납기 등 고객가치 혁신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라고 말하고, “이를 통해 고객 포트폴리오와 북미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 미래 경쟁에서의 주도권과 수익성 확보도 노리는 또 다른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LG엔솔은 폭스바겐, 르노닛산, 현대기아, 스텔란티스, GM, 포드, BMW라는 글로벌 사위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혼다아 이번에 포함된 것이다. 혼다의 경우 미국 내 12곳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6위 수준이다.

한편, 미국 전기차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EV 배터리 시장은 2021년 64 GWh에서 2023년에는 143 GWh, 2025연에는 453 GWh로 급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 같은 추세에 LG엔솔은 2025년 이후 북미 시장을 겨냥 255 GWh 이상의 대규모 EV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포부이다. 255 GWh는 배터리 1회 충전으로 500km의 주행거리가 가능한 고성능 EV 30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