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유럽 ‘돼지들(PIGS)’ 지금은 경제개혁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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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유럽 ‘돼지들(PIGS)’ 지금은 경제개혁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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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렁에 빠진 PIGS, 지금은 약진 거듭 중
- 과거 ‘주변국’이라 불리던 ‘PIGS의 정치적 안정’
- 서러움을 받던 PIGS가 이제부턴 non-PIGS의 본보기
- 역사는 돈다, PIGS는 와신상담(臥薪嘗膽)
- 판단력 있는 정치인들 정권에 복귀, 경제정책에 활기 불어 넣어
- EU의 룰(rule)에도 영향
유럽의 남북 격차가 해소되면 누가 EU의 룰을 책정해야 하는지, 어떻게 룰을 운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여전히 가시 돋친 협의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올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남북 격차가 해소되면 누가 EU의 룰을 책정해야 하는지, 어떻게 룰을 운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여전히 가시 돋친 협의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올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보고 있다

남부 유럽에는 돼지(?)' 국가들이 있다 ? 포르투갈(P), 이탈리아(I), 그리스(G), 그리고 스페인(S)을 한꺼번에 머리글자만 배열하다 보니 PIGS(pigs : 돼지들)되어 별로 좋지 않은 별명이 붙게 됐다.

피그스(PIGS)하는 줄임말로 어쩌다 묶인 남부 유럽의 국가들이 이름이 좋지 않다며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언론 등 사람들은 그 말을 잘 듣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게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거의 10여 년 간 유지되고 있다.

유로위기 당시 피그스국가들은 채권시장에서 가혹한 일들이 끝없이 이어져, 유럽 관료들의 잔소리와 독일 타블로이드판의 신문에 모욕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제 10여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2022년 현재 상황을 보면, 유럽연합(EU)의 이들 지중해 국가들은 상당히 잘 나가고 있는 중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렁에 빠진 나라들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북부 유럽의 인근 국가들의 대다수는 역량의 부족 등으로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제 개혁에 PIGS는 열정적으로 개혁을 추진, 약진의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한때 PIGS라며 비웃던 잘 나가던 북부 유럽 국가들의 지금은 예사롭지가 않다. 그들은 일시적인 성공으로 PIGS를 비웃었을지 모르지만, 좋지 않은 경제상황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동물 이름이 별명으로 지어질지 모른다.

* 주변국들의 정치적 안정

유럽에서 오늘날 정치적 스타가 출현하고 있는 곳은 과거 이른바 주변국가라 불리던 나라들이다. 포르투갈에서는 지난 130일 조기 총선에서 사회당을 이끄는 안토니우 코스타(Antonio Costa) 총리가 과반수를 획득했다. 이제 포르투갈에서는 지금 독일에서 정권 운영을 가로막고 있는 꼴사나운 연립정부도 필요 없게 됐다.

지리적으로나 정치사상적으로 포르투갈과 대척점에 있는 그리스에서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Kyriakos Mitsotakis) 총리가 중도우파 사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지율을 자랑하면서 얼마 전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꺾을 유력후보로 입지를 굳히려는 프랑스의 우파 발레리 페크레스(54, Valérie Pécresse)의 방문을 받았다. 프랑스 대선은 오는 410일이며,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424일 상위 1, 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하게 돼 있다.

포르투갈과 그리스 사이에 위치한 이탈리아에서는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총리가 대통령에 취임할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지 기반이 다른 다당 연립을 묶을 수 있는 인재가 달리 없는 것이 밝혀져, 총리의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의욕을 보였던 드라기에게는 오산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이미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는 평판을 얻었을 뿐 아니라 불안정한 이탈리아 정계에서 유일하게 안정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지목되고 있다. 12년 뒤면 대통령에 취임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특이할 점은 무엇보다 남유럽 국가들(PIGS)은 정치적 성공을 거두는 동시에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경제개혁과 연계하는 보기 드문 위업을 성취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집권을 해 칭찬을 받아온 좌파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재정수지 균형을 잡는 재주도 터득하고 있다고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테크노크라트는 기능 부전에 빠져 있는 사법제도나 과잉으로 점철되어 있는 연금 제도의 개혁에 임하고 있으며, 시급히 필요한 개혁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어떤 정권도 회피해 왔던 과제들이었다.

스페인에서는 연정 운영에서 이견이 있지만, 노동시장에 유익한 개혁을 했다. 그리스는 취약한 관료제도의 디지털화 등 많은 과제에 임하고 있다. 각국 모두 EU 전체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 서러움을 받던 PIGS가 이제부턴 non-PIGS의 본보기

현재 유럽의 여러 문제를 정밀 조사하면, 초점은 대체적으로 북부나 동부 유럽으로 향한다. 과거에는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규정을 과감하게 무시했지만, 현재는 폴란드와 헝가리가 똑같이 법의 지배를 둘러싼 유럽의 규범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독일은 절실히 유탄포가 필요한 우크라이나에 헬멧을 보내는 등 불안정한 연정, 코로나 대응책과 함께 대내외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프랑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pandemic)이 시작된 이후 남유럽 국가들(PIGS)이 기동성 있게 움직이는 것과 같은 뼈아픈 개혁에 직면해 본 경험이 없다.

당시 PIGS를 집요하게 비판했던 네덜란드는 지난 9개월간의 논쟁을 거쳐 새로운 정부가 갓 출범했다. 지난 정권이 무너진 원인은 육아수당 비리로 수천 명이 경제적으로 곤궁해진 데 있다. 사태 수습을 지원하기 위해 그리스 정부에서 누군가를 파견할 수는 없을까. 혹은 EU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3개 기관으로 구성된 통칭 트로이카가 조사에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PIGSnon-PIGS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10년 전 유로존 암흑시대에 남유럽 국가들을 성토했던 독일, 핀란드, 재정 규율 중시파들에게는 주변국(PIGS)의 성공은 사랑의 매가 도움이 됐다는 증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이들이 보기에 남유럽 국가들을 긴축재정이라는 올바른 길로 이끈 것은 끝없는 EU 정상회의에서 터져 나온 엄포와 집요한 요구였다. 남유럽 제국 때리기는 계속 되었다. 개혁을 거치면서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상황은 엄청나게 개선됐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인 셈이다.

대항세력은 그런 주장은 개떡 같다고 반박한다. PIGS가 오늘날 비약하고 있는 것은 단결을 우선시하고 긴축재정을 중시하는 과거의 룰(rule)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의 감염 확대에 따라 부유국은 경제부흥 기금의 창설에 합의, 융자나 보조금의 형태로 7500억 유로( 1,0249,950억 원)를 빈곤국을 중심으로 쏟아 붓게 되었다.

투자나 융자의 기초가 되는 자금이 있으면 언제라도 개혁을 지원하겠다는 정치인에게 개혁을 단행할 여지를 준 것은 이 '차세대 EU' 기금이다. 이탈리아에서만 이 기금에서 1920억 유로를 받게 돼 있다. 낡은 독일식의 엄격한 대처법은 단지 포퓰리스트를 힘 있게 했을 뿐 변혁의 실현을 한층 어렵게 했다. 지금은 판단력 있는 정치인들이 정권에 복귀하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이 오늘의 성공을 탐내는 것은 섣부르다는 데에는 누구나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PIGS가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팬데믹 하에서 최대의 타격을 입었던 것이 크다. 실업률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개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개혁 반대파는 그저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것일지 모른다.

* EU의 룰에도 영향

공적 채무의 수준은 그리스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는 등 우려 재료가 되고 있다. PIGS가 저금리로 차입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ECB가 금융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국채를 구입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율이 견디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 정책을 계속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어 우려는 늘 존재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불투명감이 강한 총선거가 늦어도 2023년까지 실시된다. 2주일 전 폭설로 수도 기능이 마비된 아테네에서는 국내 현실에 대해 정부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나아가 지중해 국가들이 다시 이민 위기의 진원지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남유럽 제국은 지금으로서는 세상의 봄을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각국의 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EU의 미래 경제 거버넌스에 대한 남유럽의 견해가 뒷받침되고 있다. GDP가 착실하게 확대되어, 채무가 관리가능하다고 보이면, 성급하게 재정적자의 엄격한 상한을 재활용하는 것에 반대하기 쉬워진다.

차세대 EU와 같은 자금지원을 추가로 요구하는 목소리에 네덜란드 유권자의 공감대가 높아진다면, 그것은 자국 자금이 공통통화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의 의미 있는 개혁을 지원한 것임을 유권자가 실감할 수 있었을 때다.

유럽의 남북 격차가 해소되면 누가 EU의 룰을 책정해야 하는지, 어떻게 룰을 운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여전히 가시 돋친 협의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올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보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의 고성장은 그 자체도 좋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재정 규율 중시파와 그 저항 세력이 함께, 자신이 내거는 경제정책이 유럽의 경제성장을 가져왔다고 믿는 근거가 되고 있다. PIGS가 잘 나가는 이유를 놓고 논란은 계속되겠지만... 보다 나은 정책이 유럽의 남부냐 북동부의 것이냐가 한동안의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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