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은 중국에 비판적인 홍콩 빈과일보(蘋果日報) 등 미디어그룹 창시자이자 민주파 인사 라이치잉 (黎智英, Lai Chee Ying, 혹은 Jimmy Lai)를 1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영국의 BBC방송이 10일 보도했다.
라이치잉은 중국 관영 신화사가 지난 5월 홍콩을 혼란시키는 반중(反中)분자의 두목이라고 지목하며 비판한 민주파 거물이다. 지난 2월 영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71세의 그는 불법 집회와 협박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경찰의 보석을 허가받았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10일 라이치잉을 “폭동 지지자”라며 “몇 년 동안 홍콩 당국과 본토를 비방하고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렸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또 그의 아들 2명과 넥스트디지털 고위 간부 2명도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수십 명의 경찰이 그의 신문사 애플데일리(Apple Daily)의 건물로 들어가 사무실을 수색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BBC는 전했다.
경찰은 페이스북을 통해 39~72세의 남성 7명이 '외세와의 유착 의혹' 등의 혐의로 체포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라이씨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홍콩보안법에 의한 홍콩 미디어의 탄압이 향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그의 체포 혐의는 외세와 결탁해 국가안전에 위해를 가한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치인은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과 만나 이른바 ‘중국송환법’ 개정안을 둘러싼 홍콩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편, 지미 라이(Jimmy Lai)는 누구인가?
이 사업가의 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 1,848억 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류업계에서 첫 재산을 모은 그는 이후 미디어에 과감히 뛰어들어 홍콩과 중국 본토 리더십에 비판적인 신문사 애플데일리를 창간했다.
그는 또 점점 더 엄격한 홍콩 장악에 반대하는 운동가였다. 2019년에는 개혁 시위를 지지하고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지난 6월 30일 지미 라이는 BBC에 “(보안법은) 홍콩에게 죽음의 징조를 말해주고 있다”면서 “법치 없이는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에 홍콩이 중국 본토처럼 부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AFP통신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나는 감옥에 갈 준비가 돼 있다. 만약 그것이 온다면, 나는 읽지 않은 책을 읽을 기회를 가질 것”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애플 데일리 내 익명의 소식통들은 애플이 이 상황을 ‘직접적인 괴롭힘’으로 보고 변호사를 선임해 대처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언론인 보호 위원회(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의 아시아 프로그램 공동주관인 스티븐 버틀러(Steven Butler)는 이번 라이치잉의 체포가 “홍콩의 국가보안법이 비판적인 민주화 여론을 억압하고,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는 최악의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지미 라이는 즉시 석방돼야 하며, 어떤 혐의라도 취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9년 6월 천안문 광장 시위의 반체제 학생이자 망명 학생 지도자인 왕단(王丹, Wang Dan)은 “이번 체포는 예상된 일”이라면서 “그의 두 아들 또한 체포되었기 때문에, 이는 매우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명백히 가족 관계를 통해 라이씨의 의지를 파괴하려는 당국의 시도였다“고 강조하고, ”국제사회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홍콩의 가장 저명한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 Joshua Wong)도 트위터를 통해 라이씨의 체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 주 조슈아 웡은 텐안번(천안문) 진압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6월 4일에 금지된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20명 이상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소된 인물이다.
이번에 적용한 ‘새로운 보안법’은 무엇인가?
홍콩은 1997년 중국 통치로 복귀한 이후 그로부터 50년 동안(2047년까지) 고도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으며, 홍콩 거주민들은 본토 사람들보다 언론과 언론의 자유도가 훨씬 높았다.
그러나 이 법의 핵심 조항에는 ▷ 분리 독립, ▷ 정권의 전복, ▷ 테러활동, ▷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의 범죄는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7월 1일 0시부터 시행된 이 법은 홍콩 시위대를 처벌하기 쉽게 하고, 동시에 홍콩의 자치권을 대폭 축소시킬 것이 예상됐다.
비평가들은 홍콩보안법이 효과적으로 항의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새로운 법이 1년이 지나면 홍콩에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이 법이 베이징에 의해 통과된 이후 두 번의 체포 물결이 있었다.
첫 번째는 시위자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다음날 몇 명의 시위자들이 체포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또 지난 7월 30일 4명의 학생들과 전 독립운동가들이 이 법에 의해 체포됐다.
유명한 시위 지도자 나단 로(羅冠聰, Nathan Law)와 같은 다른 활동가들은 보안법이 시행되기 직전에 홍콩을 탈출했다. 그는 현재 영국에 있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그와 다른 망명 활동가들을 체포하려고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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