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남측 시설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
- 남측 동포 금강산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
- 남측 관계자와 협의 시설물 철거하라 지시, 대화여지 남겨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위원장이 금강산에 남측이 설치한 각종 시설물들에 대한 철거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와 정부가 그 의도를 파악하는데 분주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협력의 상징으로 돼왔던 금강산 내에 남측이 설치한 여러 시설들에 대해 철거를 지시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 시설을 현지지도하고, 고성항,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 옥류관 등 남측에서 건설한 시설들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 같은 예상 밖의 시설물 철거 지시가 “과연 진짜 속뜻이 무엇인지” 면밀히 파악해보아야 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같이 뜻밖의 거친 지시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화의 여지’는 그래도 남겨둔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쓸어내도록 하고...”라고 발언한 것에서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해, 북한 당국의 일방적 철거가 아니라는 것이어서 너무 비관적 전망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대남의존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금강산의 남측 시설물 철거를 지시한 것이다. 그의 이 같은 철거 지시는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의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같은 현지 지도하는 자리에서 남측 시설물들에 대해 “민족성이라는 것을 전혀 찿아볼 수 없고, 건축미학적으로 심히 낙후되었으며, 건설장의 가설건물을 방불케 하는 것으로, 자연 경관을 해치고, 관리도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는 표현을 들이대며 비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고, 땅이 아깝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금강산 관광은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직접 남측의 현대그룹과 함께 투진한 대표적인 남북한 경제협력사업의 상징으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으로 이뤄진 사업이다.
그런데 이날 아들인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이 일궈낸 대표적인 경제협력 사업을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어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하고, “금강산은 피로써 쟁취한 우리의 땅이며 금강산의 절벽 하나, 나무 한 그루에까지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이 깃들어있다”며 금강산관광봉사를 담당한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가 부지를 떼어주고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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