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무경험’ 트럼프 vs ‘정상회담 외교 제로’ 김정은
‘외교 무경험’ 트럼프 vs ‘정상회담 외교 제로’ 김정은
  • 김상욱 대기자
  • 승인 2017.05.03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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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정일, 할아버지 김일성도 못해본 북미정상회담, 김정은은 가능할까 ?

▲ 미국의 트럼프 정권이 서로 모순되는 발언으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북한을 다루는 보다 효과적 수단으로 채용까 ? 상충되는 북미간 정상회담은 가능할까 ? ⓒ뉴스타운

* 오락가락 트럼프 

“적절한 상황이면 (북한의) 김정은을 만날 용의가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이해 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트럼프는 또 ‘김정은을 만나면 영광“이라고도 했고, 이의제기가 나오자 ”외교적인 말“이라는 대통령 보좌진들의 해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는 '김정은은 매우 위험하다'고도 했다. 지난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는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해보겠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럭비공 같은 발언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사전에 철저히 계산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인가? 성동격서란 “상대편에게 그럴듯한 속임수를 써서 공격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미리 공작을 한 다음, 주된 목표를 본격적으로 공격하는 전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거의 종잡을 수 없을 정도의 발언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과 별 의미가 없이 그저 내뱉는 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는 물론 그의 보좌진들도 북한에 대한 “모든 옵션(선택지)을 테이블 위에 놓고 있다”면서 최근 대북정책의 기조를 “최대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 Engagement)”으로 정리하고, 압박과 개입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대화의 장으로 북한을 이끌어내겠다는 방안이다.

트럼프의 오락가락하는 발언의 근본 취지는 이 같은 대북 압박정책을 뒤집는 것인지 아니면 ‘적절한 상황’을 보아가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건을 그대로 제시한 것인지 모호할 뿐이다.

* 정상회담 제로 김정은 

트럼프의 발언이 무엇이든 간에 김정은 북한 조선노당당위원장은 취임 5년을 맞이했으면서도 단 한 번의 외국 정상과의 회담을 가지지 못한 ‘정상회담 외교 제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 아버지 고(故) 김정일, 할아버지인 고(故) 김일성도 단 한 번도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가져보지 못했는데 김정은은 가능할까?

김정은은 지난 2015년 러시아와 중국의 전승 70주년 열병식에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첫 번째 외유는 불발로 끝났다. 다수의 정상들이 모여드는 장소에서 나이어린 신참으로 말석 취급이 되는 것을 싫었을지도 모른다. 또 2013년에 평양을 방문한 몽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이뤄지지 않았다.

* ‘차원이 다른’ 북미 정상회담 

북한과 중국 혹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차원이 다르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통해 북-미 양국 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항구적인 북한 정권 안보를 담보하는 것을 최대의 외교 목표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만일 정상회담 제로인 북한의 김정은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차원이 다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대미 관계가 호전되면 ‘대단한 권위’를 내세울 것이며, 한국과 일본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미국과 모든 문제를 풀어내면 되는 것이다. 김정은은 그런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그 과정에서는 물론 그 이후라도 한국은 배제된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은 상시화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통일문제는 더욱 더 요원해지는 길로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단 ‘제로(Zero)’라고 전제해 놓고 보자. 먼저 회담 장소가 문제가 된다. 미국 측은 신변 안전이 보증되지 않는다고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그 장소가 서울, 평양, 미국, 혹은 제 3국이라 할지라도 미국은 물론 북한 측도 자신에 유리한 장소만을 고집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일 평양을 찾아 회담을 하면 김정은은 천하를 얻은 것으로 보고 ‘트럼프의 굴욕’을 선전하면서 국내 정치적으로 선전선동용으로 활용하기 십상이다. 회담 장소가 베이징 등 중국 내 어디이든, 또 러시아의 그 어느 장소이든, 중국이나 러시아는 자국의 장소만을 아무 대가없이 제공할리 만무하다.

또 하나의 북미 정상회담의 커다란 벽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대화의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언급했듯이 ‘적절한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가면서 김정은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한 발언대로 ‘북한 비핵화 전제 없이’ 북미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정은은 이미 북한 헌법에 핵을 삽입하고, 핵과 건설 병진노선을 천명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은 김정은 정권 유지의 없어서는 안 될 대들보이다. 북한은 지난 2012년 2월 미국과 우라늄 농축이나 미사일 실험 동결에 합의한 2주일 후에 ‘위성발사’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보하고, 합의사항을 헌신짝처럼 버린 전력이 생생하다.

* 상충되는 전술 : 북한 다루는 카드 ? 

미국의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적절한 상황”이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뜻하는 것이라면, 절대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는 자세만 나타냈을 것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국제정치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면 영광일 것”이라는 발언은 외국 지도자에 대한 의례적 존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며, “(트럼프는) 분명히 김정은을 위험하고 위협적 지도자로 여기고 있는 만큼, 김정은이라는 인물과 그의 정책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읽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트럼프 정권이 서로 모순되는 발언으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북한을 다루는 보다 효과적 수단으로 채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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