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코리아, 원 아시아
원 코리아, 원 아시아
  • 안봉규 논설위원
  • 승인 2014.10.0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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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이 다른 우리 생동력의 바탕

▲ ⓒ뉴스타운
지난 10월 4일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특별한 볼거리는 북쪽의 실세라 하는 3인방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전격적 방남은 마치 '남북은 하나, 원 코리아'가 가시권에 진입한 듯 착시현상을 남쪽에 물결치게 했다. 온리 원(Only One), 서로의 다양성을 살리며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 우리 모두는 힘차게 노래 불렀기 때문이다. 성화는 마치 수미산(須彌山) 정상에 펼쳐졌다는 '인드라 망' 같이 중중무진(重重無盡)의 평화와 자유를 강조하듯 타올랐다. 그리고 황홀했던 성화가 서서히 꺼지면서 우애와 감동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아시아는 하나, 이렇게 북한까지 합쳐 아시아드 45개 회원국 모두가 참석한 첫 AG는 국가와 인종, 언어, 이념의 벽을 뛰어 넘어 한마당 축제를 펼쳤던 것이다. 

티베트 서남쪽, 히말라야 산맥과 카라코람 산맥이 서로 엇갈리는 지점에 카일라스 산((Mt. Kailash 6,714m)이 자리 잡고 있다. 라마밀교에서 카일라스는 온 누리의 중심이자 지구의 배꼽으로 만다라 그 자체이며, 대승현교는 이 성산(聖山)을 '33천(忉利天)'이 상주하는 수미산의 화엄모델이라 칭한다. 산정까지 세속의 등반이 금지되어 있기에, 수많은 순례자들은 산 주위를 돌며 자기 영혼을 돌아볼 수 있다. 이것을 코라(Kola)라 하는데, 순례 길은 53km로 보통 2박3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한편 힌두교에서는 카일라스를 거대한 남근의 상징으로 보며, 산 초입에 가지런하게 짝지어진 두 개의 호수 마나사로바와 락샤스탈은 우주의 자궁인데 기(氣)가 생동하는 곳으로 믿는다. 

티베트의 성자 밀라레파(1052-1135)는 수행승이자, 위대한 시인이었다. 그의 어린 시절 삶은 처절했으나, 카일라스에서 출가한 이후 피나는 고행 끝에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나 풀만 먹고 생존한 탓에 몸은 온통 초록으로 물들었으니, 지나던 사냥꾼들이 그가 짐승인줄 알았다고 전한다. 누이동생이 참다못해 오빠의 수행을 말렸으나, 밀라레파는 한번 인간으로 태어난 귀중한 기회를 오직 성불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태어난 것은 죽지 않을 수 없고 / 죽을 때는 정해져 있지 않으니 / 내게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네. / 누이여, 그대 또한 윤회의 굴레에서 세속 욕망 모두 버리고 / 나와 함께 히말라야로 가자." 

그런데, 삼국유사 고조선(古朝鮮 王儉朝鮮) 편에 흥미로운 구절이 나온다.

"古記云 昔有桓因[謂帝釋也] 庶子桓雄 數意天下 貪求人世, 고기에 이르기를 옛날 환인[제석을 말한다]의 서자 환웅이 자주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구하고자 하였다."

저자 일연이 인용한 '제석'은 원래 인드라(Indra)라는 힌두신의 한자번역이다. 그 표기는 불교의 석가제환인다라(釋迦提桓因陀羅) 또는 제석환인(帝釋桓因)에서 따온 것이다. 만약 환인을 고유명사로서 간격을 좁힌다면, 그는 제석천 하느님이고, 수미산에서 천하를 굽어봤다고 할 수 있다. 신화는 이성과 계시가 미분화 시대의 역사다. 

환단고기(桓檀古記)는 일정부분 신빙성을 갖춘 우리의 고대사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사서를 읽다 보면, 조국이 광활했던 아시아권역에서 벽감(壁龕) 같은 한반도로 점점 영토가 좁혀지는 아픔을 달래야한다. 이 고기는 약 7천년에 걸쳐서 '환인-환웅-단군(삼한, 삼조선)-부여'의 큰 줄거리를 바탕으로 고대사가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몇 개의 연대기 마디가 주어지는데, 그때마다 지질학적 격변과 도구적 혁신이 작용하고 있다. 이것을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서력 2000년 지금을 원점으로 기준 잡아 역산해보자.

1. – 9097년에 시작된 환인(안파견)의 7대 환국시대를 지나서,

2. - 5898년 환웅(거발한)의 18대 신시시대가 이어지고, 다시

3. - 4333년 단군(왕검)의 47대 고조선으로 연결되었다가,

4. - 2239년 북부여(해모수)가 6대를 끌어오다가 – 2059년에 멸망한다. 

학계는 – 10,000년을 전후로 신석기시대와 구석기시대로 구분한다. 이와 같은 지질학적 마디는 마지막 빙하기를 기준 잡았다. 그때 해수면은 지금보다 약 –35m였다. - 13000년 빙하가 풀리기 시작했을 때는 무려 –130m나 낮았다고 하니, 호주부터 한반도까지 순다랜드(Sunda Land)가 이어져서 뭍으로 드러났을 것이다. "그 땅의 넓이는 남북 5만리 동서 2만여 리에 이른다. 이를 모두 합하여 환국이다." 삼성기 하편에 나오는 터무니없는(?) 영토 스케일은 이렇게 설명되어진다. 또 – 6000년경의 신시 배달국 때는 온난화가 최전성기를 맞이하여 해수면이 지금보다 +5m까지 더 올라갔다. 그래서 지배층 부족은 홍수와 해충을 피하여 주로 산악에서 주거했을 것이다. 끝으로 고조선은 청동기시대이며, 부여는 철기시대와 맞물린다. 

이번 성화의 불꽃은 인도의 수도 뉴델리와 강화도 마니산(摩尼山) 참성단(塹星壇)에서 따로 채화하여 합한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뉴델리가 갠지스 강의 상류에 터를 잡았고, 갠지스는 바로 카일라스에서 시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카일라스가 환국이란 조부의 나라 천궁이 있었던 곳이라면, 마니산은 고조선 손자의 나라가 하늘의 조상에게 제사지내던 곳이 아니겠는가. 마니산 또는 마리산(摩利山)이란 명칭부터 예사스럽지 않는데, 마치 수미산을 상징하는 것 같다. 또 서쪽 제일봉에 세워진 참성단, '별을 예배하는 제단'일까, 역시 수미산을 향하고 있다. 더구나 참성단에 오르기까지 '기(氣) 받는 160계단'과 '1004계단'이 아래를 떠받치고 있다. 

김정은이 마부라면 황-최-김 3명은 트로이카를 구성하는 말이 된다. 그들은 내내 폐막식 참석에 무게를 둔 것처럼 폼을 잡았지만, 북한의 국내 어려움과 국외 따돌림을 고려한다면 트로이카의 연합시위는 진정성 없는 구석이 따로 있었던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들이 돌아간 뒤 며칠이 지나도록 감감하다 싶었더니, 느닷없이 북의 경비정이 NLL침범하여 기관포 사격이라는 상투적 간보기가 연출되었다. 이런 식으로 품격이란 부분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유물론 잔재의 야망은 또다시 표출되었다. 성공적인 남북 축구경기를 빗댄 황병서의 '세계패권'에서 우리는 어떤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북의 핵심은 미국의 전성시대가 머지않아 폐막을 앞두고 있다는 형세판단 아래, 거기에 맞춰 적화야욕의 일정을 잡고 있는듯하다. 

1590년 선조는 조선통신사의 형태로 도요토미에게 특사를 보냈다. 겉으로는 왜침 가능성을 탐색케 한 것이지만 내심은 동인과 서인의 붕당갈등을 부추겨 저들의 숨겨진 계파를 뚜렷하게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김정은도 폐막식 해프닝을 가장하면서 트로이카의 등 뒤로 가려진 인물들을 색출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지 않았을까. 황병서가 곧 숙청당할 것 같은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김씨 세습왕조에서 2인자는 없다. 그런데도 그에게 특별하게 전용기와 경호팀까지 따르게 한 것은 배려가 아니라 공포에 가깝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열이 뒤바뀐 최룡해와 나이가 7세나 연상인 김양건을 그의 수족처럼 거느리게 한 것 역시 그에게 심각한 견제가 아닐 수 없다. 2인자가 생존하는 유일한 길은 선제공격 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내분이 통일을 앞당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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