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참사로 바라본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으로 머리는 과분수로 몸체는 썩어 문드러진 허약한 전국민의 정신적 사고를 과감히 재점검해 볼만하다. 일반 여행객과 수학여행길에 오른 단산고 2학들을 포함한 오늘 오후 9시10분께 현재 사망자 87명, 실종자는 215명으로 집계됐다.
[탑승] 476명 [구조] 174명 [실종] 215명 [사망] 87명으로 215명이 아직도 생사를 모르고 있다. 우리는 침몰사고 당시 292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침몰사건과 다르기를 전국민이 간절히 소원했다. 사실 수학여행은 일본풍 원족(원거리 나들이)의 잔재로 마땅히 진즉 사라져야 할 풍속이다.
불과 두달전인 지난 2월 경북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로 신입생환영회에 참가한 부산외국어대 학생 10명이 숨졌다. 지난해 여름에는 사설 해병캠프에 참가한 공주사대부고 학생 198명 가운데 5명이 파도에 쓸려 사망했다.
정부 당국은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방지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말 뿐이었다. 이번사고 역시 선박이 완전히 침수할 때까지 2시간이 넘는 시간이 있었으나, 탑승객의 3분의 2가량이 대피하지 못했다.
46대나 되는 구명벌(구명보트)은 1대밖에 펼쳐지지 않았다. 평상시 성능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이다. 사고 발생 직후 초동대처가 늦었음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안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발 당일 안개가 짙어 교사들 사이에서는 무리가 아니냐며 수학여행을 연기 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강행했다.
사고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수차례 반복됐다고 한다. 배에 물이 차면 신속히 배에서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학생들은 1시간 가량을 선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빠져나갈 기회를 놓쳤다. 침수가 진행되는 데도 학생들을 조직적으로 대피시킨 안전 요원은 없었다.
선장도 선원들도 제 살길 찾기에 바빴다. 해당 학교나 선박회사 모두 학생들에게 비상시 안전교육을 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배에 태웠으면 구명조끼는 어디에 있으며, 출입구와 비상 대피통로는 어디에 있고, 혼란 없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부터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교사들이 답사를 했을 텐데, 선박사고 가능성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이러한 대규모 단체여행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다수가 함께 움직인다면 학교 입장에서는 경비절감의 효과가 있겠지만, 애당초 3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이끌고 여행을 떠난다는 자체가 사고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그동안 교통사고 등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이 희생된 경우가 여러 건 있었다. 교육 당국은 일선 학교에 보낸 '2014학년도 수학여행 수련활동 운영 안내'를 통해 대규모로 이동하는 획일적인 수학여행 대신 1-4학급 또는 학생 수 150명 이내 단위의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권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학교에서는 수학여행 대신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학교는 권장사항에 불과하다며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이 매뉴얼에 선박이나 항공 여행 관련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교육 당국은 매뉴얼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물론, 잘 지켜지도록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수학여행은 법적으로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공동생활에서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분위기도 문제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구조된 학생들과, 어떤 이유에서건 수학여행에 불참한 학생들과의 앞으로 소통과 화합이 문제로 등장한다.
단원고 2학년 10개 반 중 구조자 수가 많은 반은 19명, 적은 반은 한두 명에 그치고 있다. 사고 순간까지 함께했던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빈자리를 보며 이들이 겪을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고등학생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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