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야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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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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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손님에게 더 받아내라

IMF 이후인 90년대 말, 롯데 백화점에 근무하던 후배가 찾아왔다. "최근 들어 백화점 매출이 형편이 없어 입점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으며 제품 재고가 엄청나게 쌓이고 있다. 지금 헐값으로 한국 물건을 사서 중국 가서 팔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곧 사표를 내야할 것 같아서 이미 한 달 전 중국 출장 간 김에 시장 조사를 하고 왔다"면서 자기는 자본이 부족하니 같이 투자를 해서 중국 백화점에 진출해자고 했다.

나는 이미 중국에 진출하여 생산을 한 지 수년이 지났고 중국 시장 사정도 어느 정도 친숙한 편이라 곧 의기투합해서 북경 모 백화점에 입점하게 되었다. 품질이 양호한 한국제품은 물론, 중국 공장에서 수 년 작업하고 남은 제품도 함께 판매했다.

만 일년 후 결산은 한마디로 K.O 패였다. 좋은 제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심지어 칭다오 공장의 재고는 무상으로 끼워 판매 했는데도 적자로 끝난 것이다. 그 원인 중에는 ‘신제품은 처음에 비싼 값으로 팔다가 나중에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인데 중국에서는 상품출시에는 싼 가격으로 고객이 모이게 하고 이후에 점차 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판매 전략이 한국과는 정반대였던 셈.

중국의 매장에 가면 여기서도 역시 할인 판매를 많이 하는데 자칫하면 그 할인율을 오해하기 십상이다. 예를 들면 "8折 혹은 9折"라고 표시되어 있다면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8% 혹은 9%할인으로 알기 쉬운데 "8折"는 20%할인이고 "9折"는 10%할인 한다는 말이다. 유럽, 미주, 일본 등 어디를 가도 할인율을 이렇게 표시하는 곳은 보지 못했다.

중국은 큰 나라이고 문자도 어려워서 인지 교육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 특히 개혁개방 이전의 세대는 문맹자도 많고 지역에 따라 말도 다르다. 여러 가지 법률이 많고 통제도 심하지만 그 많은 국민을 지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치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창출한 것이 '四字成語' 비슷한 간단한 말을 만들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모택동이 오랜 봉건사회에서 조용하게 뒷방에서만 지낸 여성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말이 '半邊天(BANBIANTIAN) 천하의 반은 여자의 것'이다. 전통적 남성 우위의 직장에서 여성이 차별을 당하면 "당신은 '반비엔티엔'도 모르느냐"고 따지란 것이다. 남여 평등법보다 훨씬 더 권위 있는 최고 통치자의 "어록"이기 때문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밀려오던 등소평 통치시절에 만든 '사자성어'도 있다. 중국 어느 시골 담벼락에도 "등소평 동지의 南巡講話에 의거하여"가 첫머리에 나온다. 고령의 나이에 한창 개혁개방중인 남쪽지방을 딸의 부축을 받으며 순시하면서 한 말이 "不關黑猫白猫 鼠就是好猫"이다.

"검은 고양이든 힌 고양이든 쥐를 잡은 놈이 최고다"란 뜻인데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말 한마디로 반대파를 꼼짝 못하게 잠재웠다. 중국 인민의 모든 생각, 행동은 오로지 '남순강화'에 의거하여 시작하고 마무리 되었고 바로 오늘의 중국이 탄생한 것이다.

최근 권력 투쟁으로 몰락한 보시라이의 주장이 "唱紅打黑"인데 紅은 모택동의 공산주의를 상징하고 黑은 나쁜 것, 즉 부정부패나 마약 폭력 등등을 없애고 옛날의 공산주의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었으니 현재의 지도층과 충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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