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했지만 중국인들의 손님접대는 극진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손님접대는 숙달된 조교처럼 자연스럽게 정성을 다한다. 가령 우리나라 같으면 시골의 15-6세 쯤 되는 청소년이 외국에서 온 40-50대의 점잖은 신사들을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일장 연설(한잔 권할 때마다 어디서나 판에 박힌 이야기를 한다.)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접대문화를 보면 역시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중국의 일반 서민들의 생활을 읽을 수 있다. 설사 가난하다해도 음식은 손님들이 배불리 먹고도 거의 절반은 남을 정도로 장만한다.
중국의 음식대접은 초대한 손님의 의견을 묻는 법이 없다. 서양은 먼저 음식 취향을 묻고 손님이 원하는 메뉴의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키며 참석자도 관계되는 2~3인이 보통인데 중국은 되도록 많은 인원이 참석해주길 원한다. 가격도 식당에서 대충 알아서 정하라는 식.
중국인들은 먹는 것을 중시하고 한국인들은 입는 것을 중시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어느 시골을 가더라도 식당은 많이 있으며 음식재료도 풍부하고 요리솜씨도 일품이다. 또 식당에는 별도의 방이 있어서 담소하기도 편리하다. 대부분의 공장에는 자체식당이 딸려 있고 전속요리사도 있어서 손님이 오면 항상 진수성찬을 준비한다. 사무실은 좁고 초라해도 식당 하나는 근사하다.
술 좋아하는 한국인은 크게 환영받으며 북방지역에서는 사업하기 딱 좋다. 나는 술이 약해서 고생 좀 했지만, 과음체질이었다면 우스개로 돈 좀 벌 수 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술김에 계약서 도장 팍팍 찍어주고는 나중에 후회한 사람도 많다고 들었으니 글쎄.
출장 초창기에는 몇 달 씩 머물며 이 공장 저 공장 하루에 2-3개 공장을 다니니 가는 곳마다 진수성찬에 "빽알(白酒)"를 권하니 죽을 지경이었다. 물론 술을 못한다고 선언했기에 과음 않는 것이 양해되었지만 같이 간 직원들은 매일 술독에 빠진 꼴이었다. 중국서는 네 발 달린 물건 중에서 책걸상을 제외하고 모두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별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별난 요리로는 ‘전갈튀김, 낙타 발바닥 찜, 매미복음, 불가사리 찜, 자라탕, 산닭 찜. 비둘기구이, 삭스핀 탕.......’ 다 외울 수가 없을 정도.
나의 파트너 사장은 내가 매달 출장가면 비행기 도착시간에 맞추어 차를 보내는 것은 물론 공장에 도착하면 항상 제철 과일을 한바구니 준비해서 간단히 차려 놓는다. 술을 좋아하지 않으니 식사 전에 우선 커피나 음료수와 더불어 과일을 먹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이런 환대를 다른 곳에서는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 오면 나는 사무실에서 커피나 대접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중국에서 경험한 그들의 접대문화는 지극히 단편적인 나의 경험일 수도 있지만 정말 극진하고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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