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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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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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

난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책을 읽는 것은 별다른 취미도 없는 나의 건조한 생활에서 유일한 보람이자 소일거리이다. 낮엔 살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 일들이 나를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저녁시간만은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동문회니 내가 속한 단체들에서 참석해달라는 연락이 거의 매일 있다시피 한다. 대부분 그렇고 그런 모임들이다. 얼굴도장을 찍고 쓸데없는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내다 밤늦게 지쳐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 모임을 주관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리를 채워주는 게 그렇게 좋은가 보다. 모임이 끝난 후에 다른 자리에서 그 사람들을 만나보면, 참석을 한 경우와 참석하지 않은 경우에 따라서 확연히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약속은 대부분 과감하게 잊어버린다. 그 외에 내가 꼭 가야 할 모임만도 많기 때문이다. 학술모임의 경우는 가만히 내용을 추측해 본다. 직접 강의를 듣는 것이 나을 것 같으면 참석을 한다. 그러나 교재만 보아도 충분히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으면, 간단히 전화로 해결한다. 미안하지만 바빠서 참석할 수가 없다고 하며 강좌비를 입금 할 터이니, 교제만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OK다.

그렇게 하나씩 미루고 빼고 해도, 꼭 참석해야만 하는 모임이 있다. 사회단체들의 모임이다. 의사결정과 정책방향을 결정하는데 나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에는 물론 가야만 한다. 혹은 내가 그들 단체 구성원들의 토론과정에서 배울 것이 많기 때문에, 굳이 초청이 없어도 일부러 가는 경우도 있다. 내가 가입한 사회단체가 4-5개는 된다. 그러니 그것도 적은 일이 아니다.

그런 경우를 빼면 나는 퇴근하지말자 집으로 간다. 대충 씻고 저녁을 먹고 나면, 그때부터는 온전한 내 시간이다. 나는 읽는 것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화장실에서는 물론 밥을 먹을 때에도 신문을 보면서 먹는다. 그래도 반찬하나 흘리지 않는다. 오랜 세월동안 숙련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철을 타거나 외출을 하는 경우에는, 주머니에 넣기 좋은 작은 책 하나는 꼭 들고 다닌다. 이사하기 전 서울의 위성도시에서 살 때는,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시간동안을 책을 읽으며 다니기 위해 일부러 차를 두고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안에서 떠밀리면서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책을 읽는다. 이상하게도 책상에 않아서 읽는 것보다, 그렇게 사람들에 치이면서 읽을 때 집중이 더 잘된다. 당시 지하철안에서 읽은 책들 중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유익한 책들이 참 많다. 나는 책을 다독하기도 하지만, 또 책을 무척 아껴가며 읽는다. 아주 유익한 책을 읽을 때는 남은 페이지를 자꾸 센다. 줄어가는 페이지가 아까워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다.

독서에 대한 나의 관심은 무척 다양하다.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다룬 경제이론이나 역사에 관한 책도 열심히 읽지만, 조금 엉뚱한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특히 천문과학에 관한 것이나 진화론 따위에 관심이 많다. 또 내 직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마케팅 이론이나 브랜드 관리 등에 대한 독서도 상당한 편이다. 그 분야에 관한 몇몇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까지 해놓았다. 또 역사와 지구의 오지에 관한 관심도 결코 적지는 않다.

그러나 유독 내가 읽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문학이다. 내가 문학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내가 문학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반대이다. 아직 내 글쓰기는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괜찮은 글 몇 개를 남기고 싶은 것이 나의 개인적인 소망이다. 내가 문학에 관한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사람들은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많이 읽어야 한다고들 한다. 겸손하게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하나씩 배워야 한다고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좋은 글들은 이미 고등학교까지의 국어교과서에서 충분히 읽었다. 대학시절에도 나름대로 문학책들을 조금 읽었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문학은 새로운 유행의 첨단을 따라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소박하게, 가장 진솔하게 쓰는 것이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나름대로의 지론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글을 쓰면서 예전에 읽었던 글들의 영향을 지워가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누구의 어떤 글을 닮은 것이 아니라, 나만의 독창적인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단 한편이라도.

그래서 나는 문학책을 읽지 않는다. 무엇을 읽으면 그곳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요소를 차용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일부러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무의식에 남은 일부 내용이 내가 쓰는 글에 나타날 것이 틀림없다. 나는 지금도 내가 쓴 글에서 묻어나는 차용의 냄새를 어렴풋이 맡는다. 이 부분은 고등학교 교과서의 어떤 내용과 닮은 것 같고, 저 부분은 다른 어떤 글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

나는 그런 것들이 싫다. 나의 정말 독창적인 글을 쓰고 싶다. 내 글. 남들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내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진솔하고 솔직한 글을 쓰고 싶다. 많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몇몇 사람들에겐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다른 이들이 쓴 책이 놓여진, 서점의 문학책들 사이를 기웃거리다 그냥 돌아서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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