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유휴부지 활용 322kW 규모 태양광 구축…시민 참여형 햇빛소득 펀드 조성
지역 상생형 에너지 모델, 철강산단 에너지 자립·탄소중립·지역경제 선순환 기대

포항시가 철강산업단지의 공장 지붕과 주차장 등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시민과 근로자가 직접 투자해 발전 수익을 나누는 사업을 추진한다. 국내 전체 전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산업용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단지를 에너지 생산 공간으로 활용하고, 그 수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새로운 분산에너지 모델이 실제로 정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포항시는 4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북지역본부, 현대제철 포항공장, 영남에너지서비스, SK이노베이션, 루트에너지 등과 ‘경북 포항 스마트그린산단 햇빛소득형 태양광 발전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박용선 포항시장과 김철수 포항시의회 의장, 심상원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북지역본부장, 이건봉 현대제철 포항공장장 등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사업 대상지는 현대제철 포항1공장 주차장과 사무동 옥상이다. 약 322㎾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기존 산업시설을 훼손하거나 별도의 대규모 부지를 개발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총사업비는 약 5억44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2억2000만 원, 전체 사업비의 약 40%를 시민과 산업단지 근로자가 참여하는 ‘햇빛소득 펀드’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투자금은 1인당 최소 1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까지 받을 예정이다. 포항시는 사업계획상 세전 연 10% 수준의 고정 수익률과 20년 원금균등상환 구조를 적용해 발전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매월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햇빛소득연금’ 형태로 운영할 방침이다.
다만 연 10%는 현재 제시된 사업계획상의 수익조건으로, 실제 투자 모집 단계에서는 원금 보장 여부와 발전량 변동, 전력·공급인증서 판매 조건, 중도상환 방식 등 세부 투자위험을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의 수입 역시 일사량과 설비 가동률, 전력시장 여건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의 유휴공간을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정부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탄소중립 산업단지 구축사업에서 공장 지붕과 주차장, 국·공유지 등 기존 유휴부지를 활용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안을 주요 사업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관련 대표모델 구축에 2029년까지 국비 500억 원을 포함해 총 1300억 원을 투입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문이 국내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온실가스 종합정보 플랫폼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연간 전력 판매량은 54만9821GWh였으며 이 가운데 산업용 판매량은 28만6212GWh로 약 52%를 차지했다. 제조업 전력 사용량만 25만6532GWh에 달했다. 산업단지의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국가 전력·탄소 정책에서 중요한 이유다.
국내 태양광 보급 자체도 빠르게 늘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통계에서 태양광 누적 보급용량은 2017년 약 6.4GW에서 2023년 28GW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태양광 발전량도 2017년 약 774만MWh에서 2023년 3324만MWh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대규모 태양광은 산지 훼손이나 입지 갈등, 주민 수용성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건축물의 지붕과 주차장처럼 이미 개발된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은 추가적인 토지 개발 부담을 줄이면서 분산형 발전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건물형 태양광의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별도 실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포항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발전시설의 소유·운영 성과를 기업에만 귀속시키지 않고 지역 주민과 산단 근로자의 투자 참여로 연결한다는 점이다. 포항시는 이를 전국 최초의 ‘산단형 햇빛소득’ 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업은 기존 포항 스마트그린산단 에너지자급자족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다시 지역 에너지사업에 투자하는 후속사업으로 추진된다. 산업단지에서 만들어진 에너지 관련 수익을 신규 태양광 설비에 재투자하고 시민자본까지 결합하는 구조다.
박용선 포항시장은 “지역의 유휴 자산을 활용해 시민과 근로자가 발전 수익을 함께 나누는 전국 최초의 산단형 햇빛소득 모델”이라며 “철강산단의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을 선도하고 지역경제 선순환을 이끄는 사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오는 9월까지 사업 인허가와 펀드 심사, 발전사업 특수목적법인(SPC) 구성을 진행하고 10월부터 시민 설명회와 투자자 모집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내 태양광 발전시설을 준공하고 상업운전에 들어가면 첫 수익 지급도 시작한다는 목표다.
사업의 성패를 판단하려면 투자금 모집 규모뿐 아니라 실제 연간 발전량과 설비 가동률, 전력 판매수익, 투자자 수와 지역 주민 참여 비율 등을 지속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업계획상 제시된 수익률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지와 20년에 걸친 원금 상환 구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도 주요 평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국내 전력 판매의 절반 이상을 산업부문이 사용하는 상황에서 포항의 이번 실험은 철강산단을 단순한 에너지 소비지역에서 생산지역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산업단지의 넓은 지붕과 주차장을 활용한 발전사업이 시민의 실질적인 소득과 기업의 탄소 감축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다면 다른 산업도시로 확산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 에너지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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