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을 기다리는’ 한심한 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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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기다리는’ 한심한 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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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등급 태풍 ‘돌핀’/기상청
5등급 태풍 ‘돌핀’/기상청

태풍이 오지 않으면 열돔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뉴스들이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태풍과 열돔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가리듯 중국을 향해 진행하는 태풍에 대해 매체들이 앞다퉈 열돔 걱정을 늘어놓는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한국엔 언제쯤 태풍이 오나?”라며 태풍제(颱風祭)라도 지낼 분위기다.

13호 돌핀은 풍속이 50m가 넘는 5등급 초강력 태풍이다. 2003년 태풍 매미와 동급이다. 매미 때 송전탑이 무너져 정전 사태가 나고, 전국이 초토화한 기억이 있다. 당시 재산피해가 4,500억 원, 실종자가 115명에 달했다. 그래도 태풍이 더위와 연결할만한 소재라는 생각이 드는가?

북태평양·티베트·오츠크·시베리아 등 4개 고기압 기단에 밀려 한반도에는 8년째 태풍이 오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론들이 실성한 게 아닌가 싶다. 태풍이 더위를 식혀주는 선풍기라도 되는 것처럼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것은 언론이 할 바가 아니다. 태풍 돌핀이 중국에 상륙해 엄청난 피해를 낼 게 분명한데, 그때도 같은 소리가 나올지 궁금하다.

이것은 재난을 대하는 언론의 기본 소양에 관한 문제다. 일본이나 타이완 언론을 보면 돌핀은 애초에 한국에 올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오지 않을 듯한 태풍은 “올지 말지 모르겠다”라면서 공포 분위기를 만들다가 안 올 게 확실해지자 열돔 걱정으로 태풍 보도를 갈아타는 식이다. 그저 독자들의 눈길을 붙들어 두기만 한다면 어떤 말이라도 좋다는 식 아닌가.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 진전되면 태풍은 더욱 강해질 것이며, 정부와 언론은 그것을 걱정해야 한다. 돌핀 정도의 태풍이 온다면 송전탑, 옥외 간판, 비닐하우스,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뿐 아니라 최근 무리하게 개발한 산악도로나 오래된 사력댐(저수지)들까지 재난을 키울 취약점이 우리 주변엔 너무 많다.

그러나 그 누구도 걱정하지 않는다. 다 부서지고 나서도 “태풍이 오니 시원해서 다행이다!”라고 말할 텐가? 재난에 관한 뉴스는 연예 가십 뉴스가 아니다. “돌핀은 한반도 날씨의 최대 변수”가 아니라 ‘최고 등급 재난’ 그 자체다.

중국은 지난달에만 3개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남이 일이 아니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 기단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풍과 폭우, 강풍, 가뭄, 식량 부족난, 전염병 창궐 등. 지금이 대비해야 할 마지막 기회다.

지금 수준 낮은 정쟁(政爭)으로 시간을 버릴 때가 아니다. 그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직무유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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